◎ 출판사 서평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속초에 관한 책이 없답니다.”
처음 만나는 오직 속초만을 담은 책
속초에 가면 설악산과 동해, 호수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맛있기로 유명한 먹거리도 많다. 덕분에 최근 속초는 상당히 인기 있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지만, 막상 속초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면 맛집 정보와 SNS 인증 명소 그리고 단편적인 지식뿐이다. 속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자료는 드물다. 그런 갈증과 부족함을 채워주고자 대한민국 도슨트 속초편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속초편의 안내를 맡은 도슨트 김영건은 63년째 속초를 지키고 있는 동아서점의 3대 주인장이다. 속초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서점에 들러 속초에 대한 책을 찾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책은 없다는 난감한 대답을 해야 했던 그가 직접 속초 도슨트로 나섰다. 자신이 태어나고 지금도 살고 있는 도시를 다시 발로 걷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글을 썼다.
대한민국 도슨트 속초 편에는 속초 사람들만 아는 아름다운 해맞이 명소, 신라 화랑도 매력에 빠져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을 잊었던 호수 같은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또 세상에서 하나뿐인 코스를 가진 미니골프장,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는 68년 된 금은방, 속초의 모든 먹거리가 모여 있는 속초 유일의 시장과 같은 속초만의 독특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에서 내려와 식해 장사를 해온 젓갈 명인 할머니,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위해 속초로 온 레스토랑 사장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배를 만들던 조선소에 살롱과 뮤지엄을 만든 배 목수의 후예 등 속초를 지키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던 속초의 다정한 속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속초를 이해하게 만든다.
실향민들이 일군 풍요의 도시에서 가장 트렌디한 관광도시로
속초는 지금도 변화 중이다!
대도시에 비해 지방 소도시들은 느리게 변화한다. 그 덕분에 각 지역 저마다의 특색이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유독 속초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파란만장하다. 오랫동안 양양에 속한 작은 바닷마을이었던 속초는 1930년대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고, 1937년 속초면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속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던 도중 일제가 우리나라를 점령했고, 해방 이후 속초는 지금 우리 땅에서는 유일하게 북한에 속한 지역으로 구분되었다. 속초 땅이 다시 남한 지역으로 수복된 것이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1년이었는데, 전쟁이 끝나고서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실향민들이 속초에 거주하게 되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던 실향민들은 속초의 어업을 부흥시켰고, 속초는 대한민국 제2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어업도시로 성장했다.
수산업이 주춤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다양해진 지금, 속초는 트렌디한 국내 여행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속초의 실향민들이 즐겨 먹던 함흥냉면, 아바이순대, 가자미식해 등의 음식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속초만의 음식 문화로 여행객의 발길을 끈다. 그저 속초가 좋아 이주한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선보이며 지금의 속초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짧고도 드라마틱한 속초의 역사는 속초만의 독특한 풍광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속초, 혹은 내가 여행할 도시 속초와 깊이 만나고 싶다면 대한민국 도슨트 속초 편을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