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사람들의 말과 글로 이루어진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상의 변화상을 전하는 《트렌드 노트》 시리즈에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여름부터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다녔다. 토요일도 근무하는 주6일제, ‘칼퇴’라는 말조차 없었다. 당연히 저녁을 먹고 야근하고, 선택지는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느냐 택시 타고 퇴근하느냐 정도였다. 주5일제가 시행되고 나서도 주말 근무는 당연했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을 뿐. 토요일에 출근하느냐, 일요일에 출근하느냐. 결혼하고 아이 낳고 말 그대로 아이를 들쳐업고 일을 했다. 2010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비교적 가벼워져서 들고 다닐 수 있었고, 주말 출근에 불편한 의사를 표현하는 후배들이 생겼다. 주말 근무를 하면 적어도 미안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야근을 하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불금’이라는 말이 생겼다. 금요일 야근은 모두의 분노를 샀다. 점심은 혼자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후배들이 생겼다. 2010년대 말, 주 52시간제 시행, 야근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내가 속한 조직이 플렉시블 워킹을 시작했고 예상치 못하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나의 근무 시간은 20년 동안 점차 줄어들었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은 그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일의 범위는 점차 더 늘었고, 일에 대한 애정은 그보다 더 많이 커졌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나의 의지 때문이 아니다. 불편을 말로 표현한 사람들, 이건 아니지 않냐고 문제제기한 사람들, 이렇게 다르게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용감하게 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세상은 변한다, 설령 내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