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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아픔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

: 환자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주워 삼킨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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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26g | 153*220*17mm
ISBN13 9788991232921
ISBN10 899123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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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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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가 되고 싶어요?” 매번 정석적이고 뻔한 대답을 했던 이 질문 앞에, 속으로 늘 했던 첫 번째 답은 감정적으로 무뎌지지 않는 의사가 되자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무뎌지지 않을 수 있는’. 나는 시작부터 그게 자신이 없어서 내 마음을 다그쳤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은데, 너는 과연 고통과 죽음이라는 것의 무게는 제대로 알며, 마주할 용기는 있는 것이냐고.
--- p.48

환자와 의사 관계에도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존재한다. 이 기간 동안 환자에게 앞에 있는 의사는 가장 뛰어난 의사이며,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나의 병, 가족과의 관계, 나아가 친구와 직장 문제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야말로 만능의 존재다. 이 기대가 야금야금 무너지는 순간, 실망한 환자로부터 의사에게로 향하는 비난은 마치 장맛비처럼 피할 수 없이 쏟아진다.
--- p.67

“더는 애쓰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그 후로 며칠간 찾아오지 않던 아이 엄마의 입에서 결국 그 말이 나
왔다. 가망 없는 환자들의 보호자에게서 간혹 듣게 된다던 참혹한 말. 처음에는 무조건 살려달라던 자신의 아이를 결국 포기해달라는 말을 꺼내는 엄마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 무지한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 p.86

Grateful patient philanthropy. 서구에서는 잘 알려진, 진료 후 감사의 마음으로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의 기부도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끈이 되었다. 이번에는 북녘의 아이들을 살리는 일로 연결되어, 영양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두유를 공급하는 일에 소중하게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 끈으로 엮인 누군가가 또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이어짐으로 연결되리라 믿는다.
--- p.150

검체 수집 전, 마치 전열을 가다듬고 전투에 임하는 부대같이 우리 8명은 코로나 전투복인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비닐가운을 걸친 뒤 양손에는 장갑, 진단키트 그리고 헬멧과 같은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각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마다 와서 콧구멍을 후벼대고, 인후벽을 긁으니 그 누가 반가우랴. 급기야는 “선생님…. 두 번째 검사했을 때가 제일 안 아팠는데 그렇게 해주세요”라는 환자도 있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죄송해요. 정확한 검사가 우선이니….’
--- p.273

울고 싶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의료 봉사에서 환자를 잃는다니. 듣도 보도 못한 소리다. 텐트 밖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진 속에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실망하게 할 수 없었다. 그중엔 이제 막 울음을 터트린 아이도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를 빼앗아갈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아마도 사람들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할 거 같았다. 오기로라도 살려야만 했다. 다시 한번 의지를 다잡았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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