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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아살 세트

삼천아살 세트

[ 전2권, 완결 ]
리뷰 총점9.8 리뷰 19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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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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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716쪽 | 784g | 130*188*45mm
ISBN13 9791160075991
ISBN10 1160075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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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는 자신이 정말 한 사내를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그 사내와 혼인하여 백년해로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아, 그런데…… 그 사내, 이름이 뭐였더라?’
벌써 잊어버린 듯했다.
그렇게 잊는 것도 좋으리라.
사랑은 무에서 태어나지만, 미움은 사랑에서 난다. 날이 밝을 때는 애절하게 사랑했다가도, 날이 지고 나면 그 사랑을 저버리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중히 여기는 사랑과 미움이지만, 결국 사람 마음의 변덕은 이기지 못한다.
모든 것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 하지 않던가. 이 모든 것이 그녀가 너무 순진했던 것에 대한 인과응보였다.
--- pp.297~298 『1권』

“당신은 나라가 망한 적도, 가족이 전사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이유로 나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거죠? 부구운, 나를 연모하기라도 하는 건가요?”
담천이 질문을 마치기가 무섭게 구운이 대답했다.
“맞아.”
담천은 이를 악물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 썼다. 하지만 가슴 깊이 밀려드는 파도는 그녀도 막을 수 없었다.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과거의 장면들이 날카롭고 선명한 기억으로 밀려왔다. 구운이 자신을 얼마나 살뜰히 챙겼던가. 가슴에 품을 만큼 아름다운 말들로 그녀를 표현했던 것은 모두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 p.325 『1권』

“구운, 일국의 공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단지 예쁘게 치장하고 아름다운 몸가짐으로 사람들 앞에서 황실의 위엄을 과시하면 되는 건가요?”
구운은 대답이 없었다. 잠이 든 것 같았다. 머리가 살짝 기울어져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예전엔 이런 걸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죠. 대연국이 멸망한 뒤 우연히 스승님과 같이 대연에 가본 적이 있어요. 어딜 가도 모두가 요괴를 떠받들고 있더군요. 단지 천원국이 요괴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매년 백성들은 인채人菜를 공물로 바쳤어요. 인간을 맛있는 찬으로 여겨 지체 높은 요괴들에게 진상을 올리는 거죠.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있을까요? 한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어요……. 돌아와서 전 계속 생각했죠. 예전에 저는 대연의 공주로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어요. 하지만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위해 제가 뭘 했다고? 과연 제가 그럴 자격이 있었던 걸까요? 내게 그랬죠. 혼백이 생을 떠나 영원히 고통받는 걸 감수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요. 맞아요, 정말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은 아닐 거예요, 담천에게 있어서는. 담천은 가족도 없는 평범한 여인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담천이기 이전에 대연국의 제희였어요. 제희에게 이 일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에요.”
--- pp.336~337 『1권』

마음 깊이 사랑하는 그대, 기다릴 거예요.
그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어쩌면 이 세상은 낯설게 변해 있을지도 몰라요. 나뭇잎들이 더 이상 반짝이며 빛을 내지 않고, 황혼녘도 시인의 말처럼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요력을 잃은 인간 세상은 평범하고 소소하게 변해 다시는 눈부시고 영민한 빛을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는 노래를 부를 테고, 누군가는 환호성을 칠 테죠. 누군가는 살아 있을 테고, 누군가는 죽었을 테고요.
다만, 나는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어쩌면 그때는 백발이 창창하고 이가 다 빠져서 말도 또렷하게 하지 못할지 몰라요.
그래도 난 기다릴 거예요.
기다리다가 그대가 오면 꼭 안아줄 거예요. 그리고 하늘에 빌 거예요. 다시는 그 두 손, 놓지 않게 해달라고.
--- p.248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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