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사이즈비교 파트너샵보기 공유하기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창비아동문고-180이동
오승희 저 / 이은천 그림 | 창비 | 2000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4건 | 판매지수 708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53*224*20mm
ISBN13 9788936441807
ISBN10 89364418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어요. 방학이라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밤에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어요. 식구들의 숨소리가 크게 들리고, 멀리서 기적 소리도 들려 왔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기를 썼어요. 알 수 없는 서글픔과 외로움 같은 감정들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예요. 나중에 커서 그 날 쓴 일기를 보니, 거기에는 미래에 찾아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씌어져 있고, 깔깔거리며 뛰어 놀았던 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고도 씌어져 있었어요. 누가 들으면 [조그만 게 별 생각 다 하네.] 하며 코웃음 칠지도 모를 일이었지요. 하지만 그 때 이미 나는 그냥 어린애가 아니었던 거예요.

어른들은 흔히 말하지요.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지.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겠어? 먹고 살 걱정을 하나, 힘든 일을 하기를 하나. 해주는 밥 먹고 놀기만 하면 되는걸.]

그렇지만 정말 그런가요? 어른들이 보기에 마냥 어린애같이 보이는 어린이들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지 않아요? 모두 나름의 고민이 있지 않은가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어 속상하기도 하고, 자기를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 아프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풀이 죽기도 해요. 때로는 큰 이유 없이 슬퍼지기도 할 거예요. 그리고 즐겁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도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여러분, 괴로움도 즐거움만큼이나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것이에요. 힘든 시간을 겪어 내면서 우리의 마음은 성숙하게 되지요. 사람이 즐거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울 수 있어요. 하지만 괴로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괴로울 수는 없어요. [왜 이렇게 되었 을까?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게 되어요. 생각은 사람의 정신을 자라게 해줘요.

이 책에 씌어진 것은 모두 나름의 고민을 하는 어린이들 이야기예요. 지금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다 할지라도,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분이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 99년 12월 오승희
저녁 어스름이 깔리면 동네에는 제법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너저분한 쓰레기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집집마다 뽀얀 불빛이 하나씩 떠오른다. 인희는 미선이네 집 앞에 서 있었다. 부엌 문짝 틈으로 밥 냄새가 풍겨 나온다. 손바닥만한 창문 너머로 미선이가 보인다. 미선이는 그릇 몇 개를 상 위에 올려놓고는 할머니 앞으로 가져간다. 할머니는 겨우 일어나 밥숟가락을 든다. 미선이는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인지 열심히 하고 할머니는 간간이 고개르 끄덕인다.

초라하게 여겼던 미선이네 집이 지금은 너무나 따스해 보이다. 미선이가 저기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미선이처럼 될 수 있을까?'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초라한 집과 가난한 엄마가 아니었다. 인희가 불행해진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미선이처럼 당당해 지고 싶다. 하지만 두려웠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다시 미선이네 집을 보았다. 그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너무 가고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 p. 61
'야, 기운 내. 그리고 우린 진 게 아니야. 반 아이들이 열 다섯명이나 우릴 찍어 줬다구. 처음엔 모두 호성이를 찍겠다고 했잖아. 근데 열 다섯 명이야.'

진욱이는 공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우리를 돌아보며 외쳤다.

'야, 가자!'

진욱이는 공터로 뛰어간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래, 진욱이는 반장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믿음직한 우리의 반장이다.
--- p.8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에는 모두 7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요즘 도시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고민을 잘 드러낸 사실 동화로서, 뚜렷한 사건 설정, 일상에 대한 현실감 있는 묘사, 섬세한 심리묘사 등이 돋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독자들의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내 친구 용우]는 우등생 형의 그늘에 가려져 주눅든 소극적인 아이 용우에 대해 [입장의 동일함]을 느끼는 친구 성진이의 애정 어린 관심을 그렸다. 다른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나는 쓸모없는 아이다.]라고 하는 용우를 따듯이 감싸주는 성진의 노력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하얀 깃발 우리 집]은 변두리의 무당집 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전전긍긍하는 인희라는 소녀가 자기 삶에 당당한 소녀가장 미선이를 알게 되면서 겪는 마음의 변화를 그렸다.

[우리의 반장]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씩씩한 성격의 진욱이가 반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몇몇 친구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을 다루었다. 결국 반장이 되지는 못하지만, 열다섯명이 자신을 찍어주었다는 사실로 만족하고 기뻐하는 진욱이의 모습이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할머니와 직장여성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고자 하는 손녀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기존 동화에서는 아이가 노인을 멀리하고 부모가 그런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투적인 설정인데, 여기서는 정반대인 점이 특이하다.

[짝짝이 신발]은 남녀차별의 문제를 생활의 실감 속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민주는 오빠와 자신을 심하게 차별하는 할머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운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답답하다. 할머니가 바라는 여자의 행복이 과연 민주의 행복일까? 민주는 고민이다. [강가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은 아버지에게 사기를 치고 달아난 친구네 집안 형편이 더 엉망인 장면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경이감을 주는 작품이다.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생겨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마음 든든하게 한다.

[은희야 은희야]는 어린 동생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헌 인형에 의지하는 보육원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도시 아이들의 내밀한 감성세계, 주류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심리가 현실감 속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오승희씨의 동화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 진지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전통적인 삶을 고집하는 할머니와 엄마와의 갈등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외에도 동화 여섯 편이 더 실려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민들을 세심하게 그려냈고 인물들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리뷰 (4건) 리뷰 총점9.8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할머니를 따라 간 메주 /오승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파***거 | 2019.02.23 | 추천5 | 댓글4 리뷰제목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가 묶여 있는 단편 동화집이다. 출간 된 지 꽤 오래 됐지만 표제작이 수록된 중학교 교과서가 있어서 중학생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더니 의외로 재미있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게만  읽기에는 그 의미가 크다. 그래서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책 이야기를 오래 풀어놓았다.   &;
리뷰제목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가 묶여 있는 단편 동화집이다. 출간 된 지 꽤 오래 됐지만 표제작이 수록된 중학교 교과서가 있어서 중학생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더니 의외로 재미있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게만  읽기에는 그 의미가 크다. 그래서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책 이야기를 오래 풀어놓았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아이들이다. 하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욕구 불만을 늘어놓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는 일 때문에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뛰어난 형제 때문에 주눅이 든 아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학급 반장이 꼭 공부를 잘해야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는 가벼운 편이다. 남아선호사상에 젖어 있는 할머니의 차별에 서운해하는 것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면서 요즘은 다르다는 걸 내심 뿌듯해하면서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가난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에 얹고 어린 머리를 굴려서 불안한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실직과 사기 당한 것 때문에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모의 이혼과 가난, 장애로 고아원에 맡겨진 자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어쩌면 이런 짐을 아이가 감당해야하는지 무척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고, 좋을 때 서로 웃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 기꺼이 도와주는 것이 친구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이면에 담긴 진심을 알아볼 수 있다면 사춘기의 예민함 속에서도 조금은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힘든 현실을 피해보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속에 파묻혀  불안해 하는 주인공을 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것이 자신을 지키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에게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눌 줄 알고, 진심이 담긴 한 마디 말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가끔씩 생활에 지친 부모님을 위로 할 줄 아는 철든 자식이 되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갖고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표제작인 <할머니를 따라 간 메주>는 다른 내용보다 좀 편하게 읽었다. 고부간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손녀인 은지가 끼니 마다 된장찌개를 찾는 모습은 다른 주인공과 비교해서 귀엽기(?)까지 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아이들이 겪기에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들이 어른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미안하고 난처하며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도 좋을 내용이어서 어른들이 읽어도 의미가 있겠다.

댓글 4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두**리 | 2014.03.1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창비 아동문고 180오승희 지음 / 이은천 그림창비● 이 책의 줄거리은지네 집에는 서로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이 있다.바로 할머니와 엄마이다.전통적인 옛날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은지의 할머니는 집에서 정성스럽게 장을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한 생각 때문에 엄마와 갈등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갈등의 시작은 바로 이렇다.어느 날, 집에 돌아온 은지는 메주 만들;
리뷰제목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창비 아동문고 180
오승희 지음 / 이은천 그림
창비

● 이 책의 줄거리
은지네 집에는 서로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할머니와 엄마이다.
전통적인 옛날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은지의 할머니는 집에서 정성스럽게 장을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한 생각 때문에 엄마와 갈등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갈등의 시작은 바로 이렇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은지는 메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할머니르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다. 할머니를 도와 주려는은지에 반해 은지의 엄마는 메주 작업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느 편안히 쉬고 싶지만, 장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할머니 때문에 휴식을 갖지 못해서 불만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메주를 매달기 위해 베란다 문에 못을 박는 할머니를 본 엄마는 마침내 화를 내고 만다. 은지의 엄마와 할머니는 생각 차이로 꽤 크게 싸우게 되다.
할머니를 위해서 된장찌게를 좋아하던 척하던 은지는 정말로 된장찌게를 무척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할머니의 말에 은지의 엄마는 자신 때문이냐며 울먹이며 빌게된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때문이 아니라는 것과 덧붙여 오래 던부터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결국 할머니는 짐덩이들과 메주가 들어 있는 항아리를 들고 떠난다.
며칠 뒤에 할머니네 댁에 찾아간 은지네 가족은 그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은지는 마당에 늘어선 항아리들에 흥미를 가지고, 엄마는 은지가 된장찌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올해 담근 메주도 이 맛이 나야 할텐데…"
● 이 책을 읽고 난 소감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적인 방식의 삶을 사는 것에 익숙해진 은지의 엄마. 그리고 수동적이고 불편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삶만을 고지하며 살아온 은지의 할머니.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 더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그만큼 갈등이 생기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할머니의 입장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ㄴ는 아무래도 엄마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2014.3.17.(월) 이은우(중1)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그 누구의 길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헌*가 | 2004.04.13 | 추천2 | 댓글2 리뷰제목
민족문학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주최 어린이 문학 강좌(2004년 3월 31일)를 준비하는 작가에게 다가가 책을 내밀었습니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사인 좀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작가는 자신의 첫 창작집을 받으며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작가는 인사말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썼습니다. 그리고는;
리뷰제목
민족문학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주최 어린이 문학 강좌(2004년 3월 31일)를 준비하는 작가에게 다가가 책을 내밀었습니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사인 좀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작가는 자신의 첫 창작집을 받으며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작가는 인사말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썼습니다. 그리고는 자랑스러움과 쑥스러움을 담은 얼굴로 책을 돌려주었습니다. 책표지에 실린 작가 사진을 보고 참 섬세하고 다감한 분일 거라 예상했는데 직접 뵙고 나니 예상대로였습니다. 다른 작가의 문학 강좌를 준비하는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작가의 작품에도 작가의 그런 성품이 반영되었습니다. 고민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짚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렇습니다. 작가가 쓴 ‘머리말’에는 “이 책에 씌어진 것은 모두 나름의 고민을 하는 어린이들 이야기예요”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표제작은 할머니와 엄마의 갈등을 지켜보는 어린이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골에 계신 할머니는 우리 집 아파트로 옵니다. 할머니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장은 집에서 담가야 제 맛이 난다며 메주를 만듭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사다 먹으면 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야단법석을 떠는 할머니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그런 갈등은 마침내 할머니를 고향으로 되돌아가게 하고 할머니가 만들던 메주도 따라가게 만듭니다. 여기에서 할머니는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고향, 농촌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아야 할 가치이지요. 반면 엄마는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 도시, 소비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모습. 주인공 은지는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둘이 화해하기를 바라는데 실상 그것은 작가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할머니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세상. 「짝짝이 신발」은 여자라고 차별을 받는 어린이 이야기입니다. 큰집에 있던 할머니가 집으로 오면서 민주는 완전 찬밥 신세입니다. 할머니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생각이 뿌리깊은 분이라서 오빠만 위할 뿐 민주에게는 끊임없이 집안 일만 시키려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가 다치게 되자 할머니는 민주에게 급하게 달려오느라 한쪽은 아빠 슬리퍼, 한쪽은 할머니 운동화를 신고 옵니다. 민주는 할머니가 짝짝이 신발을 신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민주가 할머니 사랑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할머니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표제작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는 할머니의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이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이 책에는 아이들이 고민하고 괴로워하지만 끝내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현실과 쉽게 화해하지 않으면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고 하고 있어 믿음직스럽습니다.
댓글 2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한줄평 (1건) 한줄평 총점 10.0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네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골드 마**탕 | 2020.04.04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72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