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는 일반인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창조가다. 평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 이들에게 예술은 법칙이나 확립된 표준을 깨고 나아가는 저항에 가깝다. 한곳에 안주하거나 기존의 닦아놓은 길을 걷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마하며 삶을 새롭게 구성해나가는 데 집중한다. 이런 저항과 실천을 통해 그들은 처절한 고뇌와 몸부림으로 창조된 예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펼친다. 대자연의 순수함을 내면화하여 깊은 울림을 주는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조각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고발하는 토니 마텔리(Tony Matelli),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찍기보다는 비밀스러운 상상력에 의지해 내면 세계를 깊숙이 탐구한 사진 작가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도발적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귀여우면서도 밉살스러운 악동 캐릭터를 그린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티스트가 그렇다. 그들은 마치 유령을 보는 영매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일상에서의 새로움을 끄집어내고 자기만의 독보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
---「Prologue」중에서
왜 마그리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식 밖의 작품을 남겼을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다. 그는 이 그림들에 관한 보완 설명을 일절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린 그림의 기법을 이해하면 ‘객관적 발견’을 할 수 있다. 마그리트가 주로 사용한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eysement)’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창공에 섬이 서 있거나 배가 하늘을 난다거나와 같이 어떤 물체를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 엉뚱한 곳에 배치하는 식이다. 데페이즈망은 ‘낯섦’, ‘낯선 느낌’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며, ‘사람을 이상한 생활환경에 둔다’는 뜻도 포함한다. 즉, 현실적 사물들을 그 본래의 용도, 기능, 의미를 이탈시켜 그것이 놓일 수 없는 낯선 장소에 조합시킴으로써 초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해내는 기법이며,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주로 사용했다. 특히 마그리트는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배치를 즐겨 그렸다.
마그리트는 낯익은 물건을 뜻하지 않은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고 무의식의 세계를 해방시키려는 의도를 전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역설적 그림은 보는 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작품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주관적 발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 발견을 돕는 질문을 하도록 자연스레 유도한다. 타인의 주관성에도 눈감지 않는 통합적 시각을 갖게 말이다.
---「PART 01_관찰: 집요하게 보는 힘」중에서
전통적 회화는 주체와 객체의 분리가 명확하다. 즉, 예술 작품은 화가로부터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인공물로서 고정된 형태를 지닌 물질이며, 누구나 구입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어떠한 인공물도 생산하지 않는다. 일시적이며 비물질적이고 구입할 수도 없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만으로 현장에 있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올린다. 관객은 행위의 대상물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의미가 구성되는 과정을 작가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세계는 관객에게 두려움, 놀라움, 경이로움, 경악, 고통, 슬픔, 분노, 현기증, 매혹, 호기심, 경멸을 일으킴으로써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그녀의 미학적 행위는 단순히 행위 자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아브라모비치와 관객과의 경험을 반영시킨다. 한마디로 그녀의 퍼포먼스는 참여자의 변환과 경험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PART 02_성찰: 가장 진실된 인간의 모습」중에서
파괴적 혁신을 실행할 때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혁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설적으로 설명하자면 파괴적 혁신의 대상이 ‘경쟁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과감하게 자신들의 주력 제품을 스스로 파괴했다. 아이팟을 출시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이팟 나노(iPod nano)처럼 가격대비 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출시해 기존 제품을 스스로 고사시키는 선택을 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팟(iPod)이란 카테고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 아이폰(iPhone)을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태블릿 PC인 아이패드(iPad)는 PC 산업을 붕괴시켰고, 나아가 그들의 아이맥(iMac) 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애플이 ‘자기 파괴(Self-Destruction)’를 하는 배경에는 자사의 주력 사업보다 고객 가치가 중요하다는 철학이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른 기업에 의해 파괴돼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PART 03_창조: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중에서
비즈니스도 말레비치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즉 ‘Why’에서 출발해야 한다. 평범한 기업의 경우 “우리는 훌륭한 제품을 만듭니다(What)”, “그것은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 또한 아름답습니다(How)”로 접근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과 신념(Why) 없이 ‘무엇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What’이나 ‘How’에 집중하는 방식은 고객에게 그다지 영감을 주지 못한다. 고객의 마음을 열고 그들의 행동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결과(What)나 방법(How)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Why), 즉 ‘철학’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Why’에 집중하는 기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판다’라고 한다.
물론 뚜렷한 존재의 이유가 없는 기업도 분명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 다양한 경품 혜택 등의 요인 때문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비싸지만 자기만의 독보적인 철학을 파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옮겨 갈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SPA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Uniqlo)의 경우처럼 아무리 싸고 좋은 상품을 팔더라도 경영 철학에 공감할 수 없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하고 다른 국내 상품을 사는 것과 같이 말이다.
고객이 기업의 존재의 이유(Why)를 통해 영감을 얻고 깊이 공감한다면 비로소 고객은 그 기업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명확한 대답과 실천은 결코 어느 곳에서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자기만의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이 평범한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과 이에 대한 치열한 실천은 기본적인 기능을 충족시켜주는 ‘많은 기업 중의 하나(One of them)’가 아닌 고객의 가치관을 실현시켜주는 ‘많은 기업 중의 단 하나(Only one)’로 회자될 것이다.
---「PART 04_발견: 나에게서 찾는 차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