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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04월 28일 |
|---|---|
| 쪽수, 무게, 크기 | 136쪽 | 240g | 152*200*7mm |
| ISBN13 | 9791160404722 |
| ISBN10 | 1160404720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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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일요일. 서울보다 일찍 찾아온 봄은 남쪽 도시의 길거리를 연둣빛으로 물들였다.
오전 아홉 시가 지나자 전남대 정문으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혹시 우리가 시위하는 동안 휴교령이 내려지면 다음 날 아침 교문 앞으로 모이자.”
전남대 학생회장인 박관현은 14일부터 16일까지 군부 세력의 도발을 걱정하며 학생들을 날마다 일깨웠다.
--- p.38
머리를 맞아 피가 질질 흐르는 얼굴을 감싼 시민은 외쳤다.
“나는 대학생이 아니어라우. 구경만 했당께요.”
“살려 주씨오. 나는 데모 안 혔어요.”
“아이고 사람 죽네.”
공수 부대원들에게 맞은 시민들은 옷이 찢기고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 p.43
상관의 명령에 공수 부대원들이 시위대 앞으로 뛰어나갈 때 이민규는 거의 떠밀려 나가다시피 했다. 이민규는 상관과 동료들, 시위대 모두가 무서웠다. 거침없이 사람들을 후려치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민규는 눈을 꼭 감고 진압봉을 휘둘렀다.
--- p.58
“전두환은 물러가라.”
“계엄령을 해제하라.”
또 귀를 찢는 총성 몇 발이 울려 퍼졌고 젊은이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시민들 몇 명이 거침없이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시신을 거두고 부상자들을 데리고 왔다.
“광주 시민들은 살아 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또 뛰어나갔다.
‘안 돼. 안 돼. 더 이상 쏘지 마. 제발, 더 이상 나오지도 마.’
이민규는 빌딩 옥상과 길 한복판을 번갈아 보며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총성이 울렸고 시민들은 또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또 총에 맞았다.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은 그렇게 뛰어나갔다.
--- p.90
‘나는 살아남긴 하겠지만 이 난리가 끝난 후에 친구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그동안 뭘 했냐고 물으면 뭐라고 하지?’
민아는 숨어 지내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책감이 느껴졌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정권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식이면 국민들의 존경은커녕 미움과 원망만 받을 텐데. 그렇게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96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한 시민군들은 초췌해 보였지만 광주를 지키겠다는 열망으로 사기가 높았다. 광주 시민들은 시민군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시민군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 달려나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아이고, 먹고 댕겨야제. 얼굴이 못쓰겄구만.”
아주머니들은 주먹밥과 물을 건네주었다.
--- p.104
“현우야, 내 말 잘 들어. 오늘 여기 있는 사람은 죽을 거야. 그런데 너는 죽어서는 안 돼. 그 이유를 아니?”
현우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살아남아서 네가 본 일, 우리가 겪은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다른 지방 사람들이, 우리의 후손들이 광주를 기억할 수 있도록 네가 자라면서 아니 늙어서도 알려야 한다고. 네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로잡도록 노력해. 네가 판사가 돼서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에게 벌을 줘. 네가 작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에게 광주의 민주화 정신을 가르칠 수가 있어. 네가 될 수 있는 무엇이라도 되어서 우리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 줘. 그렇게 할 수 있지?”
오전 아홉 시가 지나자 전남대 정문으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혹시 우리가 시위하는 동안 휴교령이 내려지면 다음 날 아침 교문 앞으로 모이자.”
전남대 학생회장인 박관현은 14일부터 16일까지 군부 세력의 도발을 걱정하며 학생들을 날마다 일깨웠다.
--- p.38
머리를 맞아 피가 질질 흐르는 얼굴을 감싼 시민은 외쳤다.
“나는 대학생이 아니어라우. 구경만 했당께요.”
“살려 주씨오. 나는 데모 안 혔어요.”
“아이고 사람 죽네.”
공수 부대원들에게 맞은 시민들은 옷이 찢기고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 p.43
상관의 명령에 공수 부대원들이 시위대 앞으로 뛰어나갈 때 이민규는 거의 떠밀려 나가다시피 했다. 이민규는 상관과 동료들, 시위대 모두가 무서웠다. 거침없이 사람들을 후려치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민규는 눈을 꼭 감고 진압봉을 휘둘렀다.
--- p.58
“전두환은 물러가라.”
“계엄령을 해제하라.”
또 귀를 찢는 총성 몇 발이 울려 퍼졌고 젊은이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시민들 몇 명이 거침없이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시신을 거두고 부상자들을 데리고 왔다.
“광주 시민들은 살아 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또 뛰어나갔다.
‘안 돼. 안 돼. 더 이상 쏘지 마. 제발, 더 이상 나오지도 마.’
이민규는 빌딩 옥상과 길 한복판을 번갈아 보며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총성이 울렸고 시민들은 또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또 총에 맞았다.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은 그렇게 뛰어나갔다.
--- p.90
‘나는 살아남긴 하겠지만 이 난리가 끝난 후에 친구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그동안 뭘 했냐고 물으면 뭐라고 하지?’
민아는 숨어 지내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책감이 느껴졌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정권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식이면 국민들의 존경은커녕 미움과 원망만 받을 텐데. 그렇게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96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한 시민군들은 초췌해 보였지만 광주를 지키겠다는 열망으로 사기가 높았다. 광주 시민들은 시민군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시민군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 달려나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아이고, 먹고 댕겨야제. 얼굴이 못쓰겄구만.”
아주머니들은 주먹밥과 물을 건네주었다.
--- p.104
“현우야, 내 말 잘 들어. 오늘 여기 있는 사람은 죽을 거야. 그런데 너는 죽어서는 안 돼. 그 이유를 아니?”
현우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살아남아서 네가 본 일, 우리가 겪은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다른 지방 사람들이, 우리의 후손들이 광주를 기억할 수 있도록 네가 자라면서 아니 늙어서도 알려야 한다고. 네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로잡도록 노력해. 네가 판사가 돼서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에게 벌을 줘. 네가 작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에게 광주의 민주화 정신을 가르칠 수가 있어. 네가 될 수 있는 무엇이라도 되어서 우리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 줘. 그렇게 할 수 있지?”
--- pp.119~12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40여 년이 지난 5.18민주화운동은 이제 역사가 됐다. 오랜 군사 독재를 끝내고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5·18민주화운동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민주주의의 교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일부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조롱함으로써 민주주의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시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민주주의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헌신적으로 싸웠는지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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