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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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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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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3쪽 | 278g | 153*214*20mm
ISBN13 9788970632209
ISBN10 897063220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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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mailwe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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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김정희 candy@yes24.com
초등학교 때부터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우등생 ‘나’. 그러나 17살 여름 그는 ‘수평선을 보며 학교와 집 사이를 오가는 답답함이 영원할 것’만 같은 절망에 빠진다. ‘여자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에 휘발유를 뿌리고 성냥을 그어댄 것처럼 불꽃이 활활 타오르던’ 그때의 ‘나’는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훔쳐 친구들과 해변미인 선발대회를 보러가지만 사고를 내고 만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고 ‘나’는 집을 나선다.

거리를 떠돌던 ‘나’는 코를 간질이는 ‘짜장면’ 냄새와 125cc 오토바이에 이끌려 중국집 ‘만리장성’의 ‘철가방’이 된다. 다정하게 늙어 가는 편의점의 노부부, 늘 술에 절어 코끝이 빨간 축구광 이발소 아저씨, 주저앉은 코뼈의 주방장, 빡빡머리 폭주족……. 그곳에서 만난 이런저런 사람들을 통해 ‘나’는 조금씩 세상을 알아간다. 그러나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첫사랑의 화흔일 터. 17살의 마지막 밤에 "너한테 나를 잠깐 빌려주고 싶은데……"라고 깜찍하게 말하던 그 아이. 그러나 폭주의 열광과 풋사랑의 애틋함으로 빛나던 행복한 나날도 폭주족을 잡으려는 경찰에 쫓기면서 끝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실수로 해안의 벼랑에서 추락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비로소 허물을 벗은 매미처럼 한바탕 목놓아 운다. 이후 오토바이와 결별하고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나갔던 ‘나’. 이제 그 시절도 9년이 지났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17살이나 18살쯤에 일어난다’고 지금도 믿는다

십대 후반이라는 나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 시기이다. 맑고도 유쾌하고 또 순진하게 보이기도 하고 한없이 불량하고 삐딱하게 보이기도 하며 문득 위태위태하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희망 그 자체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이이다. 요약하면 아직 뭐라 규정지을 수 없는 불안정한 시간이라 할까? 하지만 동네 꼬마들에게 키가 훌쩍 크고 왠지 어른티가 나는 이들은 멋있어 보이는 존재이며, 돌덩이 같은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진짜 어른들에겐 되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 불안정한 시기를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는 낮보다 밤이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렸다.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은 한밤에 위험한 자동차 경주를 벌이고, 밤거리를 배회한다. 빨간 말보르를 피는 <비트>의 민, 오렌지 빛 햇살 속에 서있는 민의 모습은 오히려 생경할 정도이다. 복화술로 얘기하는 <나쁜 피>의 알렉스는 어두운 밤거리를 달린다.

짜장면의 '나'는 낮에는 깨어있고 밤에는 잠을 잔다. 야한 생각도 하지 않고, 무섭게 싸우지도 않는다. 부모님을 원망하기는 하지만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증오심은 아니다. 그 흔한 담배 한 가치도 피우지 않으니 진짜 착한 학생이다. 가출하는 이유마저도 착하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집이 싫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이중성에 반발을 느껴서이다. 치열한 리얼리티가 주는 찐한 감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목석 같은 밋밋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그 '착함'에 있다. 착한 '나'가 착한 동네에서 착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 꺼풀씩 벗어 던지는 세상과 만나는 모습이 한 폭의 투명한 수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봄날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의 한가한 모습처럼 '짜장면'에 등장하는 세계는 평화롭다. 붉고도 화사한 장미꽃 그늘이 드리워진 5월의 한낮. 안도현의 '짜장면'과 함께 열 일곱, 혹은 열 여덟 살 무렵으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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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를 즐기는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그냥 오토바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오토바이는 영한사전에도 없는 잘못된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토바이를 오토바이크라고 부르거나 그걸 줄여서 바이크라 하기도 하고, 모터사이클이라고도 했다. 누가 특정한 이름을 강요하는 게 아니므로 저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렀다.
--- p.93
우선 오토바이의 기어를 1단에 놓아야 해. 핸들을 양손으로 꽉 잡고 왼쪽으로 오토바이를 살짝 기울여, 그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당겨서 rpm 바늘이 10정도 나오게 한 다음 클러치를 갑자기 놓는 거야. 그러면 오토바이가 회전 의자처럼 돌아갈 거야. 이때 조심해야 돼. 다리와 팔에 힘이 없으면 오토바이가 쓰러지니까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 p.92
여덟 살이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가더니 어디서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를 하나 들고 왔다. 아무리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라고 하더라도 한 방 맞게 되면 팔뚝이 시퍼렇게 먹물을 묻힌 것처럼 멍이 들고 말 것이었다. 벌써 다섯 살은 장난감 권총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출동하는 중이었다. 나는 이 갑작스런 사태를 진정시키는 길은 이 집에서 조용히 물러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얘들아, 자, 내가 항복할게' 나는 두 손을 들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제발 여덟 살이 거실의 어항 가까이에서 홈런을 치겠다는 과욕을 버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행히 그때 그 아이의 부모들이 일찍 귀가한 덕분에 나는 쉽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오해도 풀렸다. 하지만 내 기분은 영 개운치 않았다. 나는 그 날 아이들 속에 숨어 있는 어른을 보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축소한 어른이었다.
--- pp. 80-81
엄마는 정말 쥐가 되어 방구석에 죽어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엄마는 방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엄마의 화장대 거울은 깨져 산산조각이 났고 찢긴 옷가지들이 방 안에 걸레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엄마의 손등에는 짐승에게 할퀸 듯이 서너 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엄마는 엎드려 흐느꼈다.
--- p.49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나라 어는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배워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을 사주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 p.122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는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것도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배워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을 사주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 p.122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생애에서 가장 찬란했던 빛은 열일고여덟 살 그 부근에서 서서히 꺼져갔다. 하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은 만큼 욕을 먹고, 욕을 먹은 만큼 인생이 온통 치욕으로 얼룩진 어른이 되더라도 나는 두 가지만은 꼭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첫번째는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여기에 등장하는, 내가 그 당시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의 이름을 함부로 밝히지 않는 것이다. 어른들은 대체로 이름을 널리 알리거나 크게 내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어 돌리거나, 여러 이름이 함께 거론될 때는 그 맨 앞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싶어한다. 이름이란 아주 작은 것이다. 나는 그 이름들을 내 가슴속에 가만히 새겨두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것도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배워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을 사주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 p. 121~122
나는 깜짝 놀랐다. 손끝에 미세하게 양파 냄새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으며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는게 양파였다 내 솥끝에 남은 양파 냄새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었다.
--- p.9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혼자서 마음놓고 울어보지 못했고 나 자신 때문이, 남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막 허물을 벗고 최초로 내 목소리로 울어본 매미였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였다.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는 게 양파였다.
--- p.120, ---pp.3-6, ---9-12
나는 그곳이 혹시 천국이 아닐까 싶어 코를 잡아당겨 보았다. 그러다가 깜짝 놀랐다. 손끝에 미세하게 양파 냄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였다.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는 게 양파였다. 내 손끝에 남은 양파 냄새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애를 잊어버렸다. 내가 양파 냄새를 잊어버리듯이, 양파 냄새가 내 손가락을 잊어버리듯이. 아무도 내 옆에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배워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을 사주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애는 내가 감싸주지 않으면 금방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연약한 아이였다. 그 애는 외로웠다. 집에서도, 이모가 주인으로 있는 헤어숍에서도 그 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 애를 자주 '정신나간 가시내'라고 불렀다. 그 애는 중학교 때 두 번 집을 나간 경험이 있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곧 학교를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그 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애가 춥다고 말하면, 그 애 엄마는 또 새 옷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을까 먼저 걱정했다. 그 애가 서점에 갔다 오겠다고 말하면, 그 애 아버지는 쓸데없는 소설이나 읽을 거냐고 역정부터 냈다. 그 애가 생리통으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말하면, 그 애 이모는 꾀병을 부린다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심지어 그 애가 눈이 참 예쁘게 온다고 호들갑을 떨면, 중학교에 다니는 그 애의 동생마저 영어회화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핀잔을 주었다.
-- 그애의 여자친구
그런 생각은 나무에서 내려와 벼랑 위로 다시 올라갈 때까지도 줄곧 나를 울적하게 만들었다. 오토바이를 바닷속에 두고 나 혼자 살겠다고 풀뿌리와 잡목 가지를 붙잡고 나는 벼랑을 기어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렵지 않게 벼랑 위로 올라왔지만, 나는 이미 날개를 잃은 초췌한 독수리 꼴이었다. 마음은 참담했지만, 나는 오토바이를 잊기로 했다. 오토바이야, 잘 가라, 나는 이제 더이상 날아다니지 않겠다.

그 이후 나는 어른이 되는 법을 하나씩 익혀갔는데, 그것들은 너무 재미없고 단조로운 것들이어서 여기에다 일일이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것은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쯤에 발생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른이란 열일곱, 열여덟 살에 대한 지루한 보충설명일 뿐이다.
--- p.117
그 이후 나는 어른이 되는 법을 하나씩 익혀갔는데, 그것들은 너무 재미없고 단조로운 것들이어서 여기에다 일일이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것은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쯤에 발생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른이란 열일곱, 열여덟살에 대한 지루한 보충설명일 뿐이다.
--- p.117
그 무렵. 나는 '만리장성'에서 '나이아가라' 사이를 자주 날아다녔다. 여러분은 부디 보잉747기의 좌석에 비스듬히 누워 태평양을 건너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나는 그 유명한 만리장성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를 한가하게 비행기로 여행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여유 있는 시간도 없었고, 지갑에 돈이 두둑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내가 나이를 좀 먹고 돈도 모을 만큼 모았다면 벌써 비행기를 타고 몇 차례 해외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열일곱 살이었고, 태어나서 그때까지 한번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못했고, 또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게 괼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그건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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