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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시간

식물의 시간

: 서로를 책임지는 느린 존재들의 이야기

오봄문고-0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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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92g | 115*188*12mm
ISBN13 9791190422703
ISBN10 11904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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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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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는 내 작은 원예의 시작이었다. 기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종종 불안했다. 3~4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물을 주라는 안내는 특히나 혼란스러웠다.
--- p.25

향기는 그저 맡거나 먹기에만 좋은 게 아니다. 잘 자라는 식물에게선 강하고 좋은 향이 난다. 창가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향이 꼭 내가 점점 더 나은 반려인간이 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 p.44

코로나19 때문에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구석에 처박혀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잘 자라는 담쟁이가 괜스레 밉고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고립되고 정체되어 있는데, 담쟁이는 쭉쭉 잘도 뻗어나가는구나.
--- p.56~57

식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식물을 그저 살려두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품이 필요하다.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생명이 아니라 삶을 돌보는 일이다.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이 필요하듯, 식물에게도 더 나은 삶이 필요하다.
--- p.75~76

이따금 식물을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그 무게에 온몸이 짓눌리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나는 내 한 몸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처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않듯, 식물의 삶 또한 쉽게 놓아버리지 않을 것이다.
--- p.78~79

식물을 정성스레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각을 체득하지 않을까. 같이 사는 이나 반려견의 소리, 표정, 몸짓만 보고도 충분히 그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바질이 새잎을 얼마만큼 틔웠는지, 작은 잎은 몇 개나 되는지, 방울토마토의 잎들이 햇빛 쪽으로 얼마나 기울었는지 이런 것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보인다.
--- p.104

왜 어떤 식물은 이름이 있고, 어떤 식물은 없을까. 나는 왜 향나무와 라일락나무는 알면서 줄기에 가시가 조금씩 돋힌 이 나무의 이름은 모르는 걸까. 왜 나는 이름도 모르는 나무를 죽이고 그의 땅을 빼앗고 있을까.
--- p.122

이 시대의 소비 대부분이 그렇듯, 식물 하나를 살 때도 우리는 온갖 쓰레기를 함께 들이게 된다.
--- p.188

식물과 동물은 생장 원리를 포함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 동물의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것과 식물의 잎이나 가지가 잘리는 것이 개체에 주는 영향은 분명 같지 않다. 하지만 식물과 동물이 다르다고 말할 때 그 구분법은 종종 동물의 우월함을 전시할 목적으로 쓰이는 것 같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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