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노키즈존은 명백한 아동 차별 행위예요
카페 달고나,
노키즈존으로 운영합니다
어린이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해부터인가 노키즈존을 내세우는 카페와 식당이 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일수록 노키즈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린이에게’ 유해한 시설이어서가 아니라 ‘어린이가’ 다른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걸까?
동네 인기 카페 달고나가 노키즈존을 선언하자, 나영지, 대우찬, 오동구, 세 어린이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노키즈존에 반대한다. 달고나에 못 가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든 아이들은 다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달고나 사장 아저씨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른 일에 나서지 말라고, 너희는 공부나 하라고 쉽게 말하는 어른에게 아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게 왜 어른 일이에요? 우리가 달고나에 못 가는 건데요. 우리 일이죠.”
“내 가게 아니냐? 어른이 결정한 거니까 어른 일이지.”
“그러니까 왜 우리가 가고 못 가고를 어른이 결정하냐고요. 이유라도 납득시키든가요.”
- 본문 82쪽
노키즈존이 된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한 달고나 아저씨와 노키즈존 문제가 ‘우리 일’이라고 선언한 어린이들의 싸움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노키즈존은 아동 차별!
우리도 달고나에 갈 권리가 있습니다
대우찬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키즈존은 아동 차별’이라고 이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걸 근거로 일인 시위를 하겠다는 작전을 짜고 자신만만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권고’일 뿐이라는 걸 몰랐던 아이들은 첫 번째 작전에서 실패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달고나 아저씨를 상대로 아이들은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달고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달고나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에 대해서. 반면에 어린이가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달고나 아저씨의 대답은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 안 된다.”밖에 없다. 더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펼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차별은 그 어떤 말로도 포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일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몇몇 사람이 한 행동을 바탕으로 그가 속한 집단 전체를 배제하고 차별한다면, 그게 바로 ‘혐오’다.
만약 여기 아저씨가 아스널 팬이라서 토트넘 팬은 못 오게 막으면 그때는 어떡할래?
외국 갔는데 식당에서 한국인은 안 받는다고 하면?
나중에 할아버지 됐는데 늙은 사람 오면 안 된다고 노할아버지존 만들면?
그때마다 그냥, 아 그렇군요 할 거야?
- 본문 65쪽
나대는데 해내요
아니, 나대니까 해내요
태국에서 돌아오는 다은이와 달고나에 가야만 했던 대우찬, 노키즈존으로 어린이신문 특종거리를 잡고 싶었던 오영지, 그리고 달고나에서 파는 콩가루토스트를 너무나 사랑했던 오동구는 마침내 달고나 아저씨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불쾌한 일을 사소한 것으로 넘기지 않았던 세 어린이가 열심히 나댄 결과였다. 나대요 삼총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노키즈존 반대 운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키즈존’은 존중과 배려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린 얌전히 서 있을 뿐인데 왜 그러는 걸까. 어린애들이라서?
단지 그 때문에 우리가 자기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기는 걸까?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꾸 노키즈존이 생기는 거였다. 기분 나빴다.
난 어른이 되더라도 절대 그런 눈으로 애들을 쳐다보지 않을 거다.
그 누구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 거다.
- 본문 115쪽
합당한 이유 없이 자기가 속한 집단 앞에 ‘NO'라는 말이 붙는다면 누구라도 불쾌함과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어린이라고 괜찮을 리 없다. 포기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 나대요 삼총사는 결국 ‘해내요 삼총사’가 되었다. 옳지 않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나서서 뭐라도 해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해내요 삼총사는 멋지게 보여 준다.
신지명(지은이)의 말
벽을 쌓는 쪽은 대부분 수가 많거나 힘이 센 이들입니다. 나이로, 성별로, 겉모습으로, 인종으로, 또 무엇을 믿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로 집단을 가르고 벽을 두릅니다. 바깥쪽은 차갑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투명한 벽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