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한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처럼 인수는 임마누엘을 만났다. 엄마가 선물한 임마누엘은 인수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혼자 고립되기를 차라리 바라던 인수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인수 마음에 예쁜 꿈도 품게 했다. 어느 날 만난 책 속의 임마누엘이 인수의 설레는 미래를 깨웠다.
--- p.21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다. 정서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다. 성격은 물론 그 아이만의 환경은 제각각이다. 모두가 다른데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대할 수 없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같은 책을 읽으라고 한다거나, 똑같은 주제를 찾으라고 말하면 안 된다. 모두에게 좋은 책이어도 다미처럼 특별히 나에게 와닿는 책은 따로 있다.
--- p.27
이 작품은 아이들 마음속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의 두려움이 더 큰 두려움을 만들어 ‘어떻게 아이의 심리를 위축시키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특히 두려움은 피하기 때문에 더 커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알고 나면 별 것 아닌 두려움을 꽁꽁 숨기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등장인물을 보며 저마다 자신의 숨은 불안을 밖으로 꺼낸다. 두려움과 직면하는 아이의 용기를 만들어준다.
--- p.44
“무용수는 왜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걸까요? 성의 없이 하는 말을 믿고 꿈을 포기한 발레리나가 어리석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챕터를 읽고 질문 만들기를 했을 때다. 발레리나가 꿈인 시골 소녀는 유명한 무용수의 ‘소질 없다’는 한마디 말에 발레를 포기한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 아이들은 소녀에게도, 무용수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기 바쁘다. 한참을 쏟아낸 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까요?”라며 스스로 자기만의 메시지를 찾는 질문까지 던진다.
--- pp.58-59
오빠를 닮고 싶어 열심히 노력해도 언제나 아버지의 비교에 정윤이는 힘이 빠져 있다. 이런 정윤이가 아산테를 보며 말했다. “100점이 아니어도 95점 받은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니까 값진 것 아닐까요? 만약 내가 빵점을 받아도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니죠? 나는 그대로 있죠? 오빠는 오빠고 나는 나니까요!” 정윤이는 와니니 곁에 있는 아산테의 죽음을 보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그리고 마음에 힘을 얻었다.
--- p.71
늘 혼자인 혁이는 속상한 마음을 욕설과 폭력으로 표현할 뿐이다.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혔던 혁이가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를 읽고 처음으로 속마음을 표현했다.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칭찬받을 수 있을까?” “나는… 나쁜 아이일까?” 혁이도 주인공처럼 늘 이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자신을 혼내는 사람들은 마음을 묻기 전에 무서운 얼굴과 목소리로 야단만 친다고 속상해 했다. 혁이의 난폭함은 억울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몸짓이었다.
--- p.80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거짓말에 대한 내적 갈등에 공감하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다. 주인공의 용기에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마음의 힘을 얻게 된다. 이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엄마는 아이의 용기를 꼭 칭찬해주어야 한다. 아서처럼 진실을 말할 용기는 엄마의 대처에서 나온다. 엄마는 아이를 야단맞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한다. “빨간 점은 거짓말일까요? 아이의 마음일까요?” 《거짓말》을 읽고 승민이가 이렇게 질문했다.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을 보면서 빨간 점은 어쩌면 거짓말의 크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빨간 점이 커갈수록 아이의 불안함도 커지기 때문에 빨간 점은 아이의 불편한 마음의 크기일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 p.91
아이와 그저 함께 읽자. 스스로 자기만의 메시지를 가슴에 담는다. “너는 칼레처럼 누구에게 도움을 줬어?” “도와줬을 때 기분은 어떠했어?” “너는 어떤 도움을 받았어?” “도움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어?” 등 아이의 경험에 칼레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을 해보자. “느껴야 움직인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자기 가슴에 감동을 새긴다.
--- p.106
아이들이 한창 열을 올릴 때 아이들의 토론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찬·반의 입장을 서로 바꿔준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마음이 간질거린다며 대략 난감해하지만 “좀 전에 상대가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말해도 돼”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이기기 위해 금세 바뀐 입장에 몰입한다.
스위칭 토론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양쪽 끝을 묻는다는 공자의 고기양단(叩基兩端)처럼 두 극단의 길을 모두 가봐야 서로의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두 길이 만날 수 있는 접점도 찾을 수 있다.
--- p.113
아들은 민준이의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을 발견했다. 그동안 아들은 거절당할까봐 걱정하는 두려움이 컸다. 두려움이 커서 용기내지 못했다. 그런데 민준이의 마음을 발견한 덕분에 ‘싫다’는 말에 단번에 상처받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조금 얻었다. 이후에도 아들은 마이클 홀의 그림책 《빨강 크레용의 이야기》에 나오는 자두를 보며 자신도 자두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자두가 될 수 있지?”라며 스스로 닮아보려는 노력도 했다. 틈틈이 마키타 신지의 《틀려도 괜찮아》, 캐드린 오토시의 《One 일》,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의 《세모》 등 여러 그림책을 읽으며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는 자신감을 키워갔다.
--- p.139
“달팽이에게도 사자가 두려운 존재였을 텐데 어떻게 달팽이는 사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이 점이 궁금하다. 아이들은 달팽이가 없었다면 사자가 파랑을 좋아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달팽이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다. 게다가 동물 친구들 중 달팽이는 가장 작다. “달팽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 않을까요?” 가장 작은 달팽이가 사자를 따라갈 수 있었던 용기는 예전에 여우나 개구리 같은 동물들이 달팽이에게 먼저 놀자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란다. 달팽이는 그때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그 고마움이 사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 p.166
신기하게도 질문을 만들라고 하면 아이들의 태도는 달라진다. 질문은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질문의 연결고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때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는데, 아이들은 여기서 변한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자기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나를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으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자기조절력’을 깨운다. ‘왜’라고 묻는 질문은 나에 대한 진짜 생각을 하게 하는 강력한 무기다.
--- p.176
“5장은 절대 시험에 안 나와! 힘드니까 5장은 연습 안 해도 돼!” 초등 4학년 아들이 태권도심사장에 갈 때 잘 다녀오라는 인사 대신 내가 했던 말이다. 책 속에서 관장님이 아이들 연습량을 줄이기 위해 태극 5장은 승품시험에 안 나온다고 했는데, 시험 날 5장이 출제되어 그린이 도장 아이들은 모두 시험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 아들은 이 장면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엄마가 들려주는 이 말은 아들을 웃음 지으며 시험장으로 가게 하는 힘이다. 인사 대신 하는 이 말은 아들과 나만 아는 암호다.
--- p.190
“먹구름 청소부는 책 속에만 있는 걸까?” 질문을 만든 우찬이는 현실에도 이런 청소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수호처럼 자기도 공부를 못해서 시간표에 수학이 든 날에는 학교도 가기 싫고,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선생님이 숙제를 주면 더 걱정이라고 한다. 자기는 한 번에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데 엄마는 이해 못한다며 화를 내니까 숙제시간이 더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구름을 청소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을 또 던졌다.
--- p.239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이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부모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함께 배운다는 뜻이다. 이 책의 메두사 엄마처럼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라지만 엄마 또한 아이 덕분에 진정한 사랑과 행복도 알아간다. 아이를 통해 나를 더 사랑한다면 이 자체가 아이도, 나도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세상에 왔지만 부모의 것이 아니듯, 부모 또한 아이들 것만은 아니다. 모두를 위해 ‘나’ 자신에게 즐길 수 있는 현재를 선물해보자. 아이와 부모의 더 큰 행복을 위해!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