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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에 묻다

여성, 영화에 묻다

: 다르게 보기의 젠더 정치학

박인영 | 삼인 | 2021년 05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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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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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628g | 153*224*30mm
ISBN13 9788964361955
ISBN10 89643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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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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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저 꿈 같은 건 꾸지 않더라도, 혹은 꿈을 이루는 데 처절히 실패하더라도, 이승이라는 개똥밭을 구르며 살아가는 여성, 생생한 호흡과 뜨거운 체온을 느끼게끔 하는 ‘그저 여성’을 보고 싶다는 관객의 꿈, 물리적이든 상징적이든 ‘사라지지 않고’ 스크린에 버티고 선 여성을 꿈꾸는 것은 어쩜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p.16

-늘 예민하게 젠더적 감수성이 작동되는 영화 관람은 쓰라린 배제와 박탈의 감각, 분노의 감정 등을 불러오는 타자성의 체험이 되곤 한다. 그리고 여성 관객으로서 영화 관람의 개인사는 치열한 경합과 투쟁의 맥락으로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 남성 중심의 시선을 바탕으로 남성적 언어로 서술되는 영화 미학적 학습과 내면화로부터 여성 중심의 영화 보기와 읽기의 맥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종전까지 영화를 이해했던 고정적 패러다임이 해체되며 새로운 보기의 방식으로 대체된다. 거의 혁명적인 이러한 경험을 거치며 영화는 전혀 낯선 얼굴로 다가온다.
---p.36

-만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새삼 환기시키고 국가적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한 걸출한 장르 영화 제목이 〈살인의 추억〉이 아니고 다른 이름이었다면. 마지막 스크린을 채우는 클로즈업이 가해자를 뒤쫓던 남성 형사가 아니고 가령 〈시〉에서처럼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피해자-여성이었거나, 애도의 메시지를 발화하고 함의하는 다른 이미지였다면 무언가, 조금쯤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오랜 세월 끝에 비로소 진범이 나타나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던 피해자들의 고통에 다시 한 번 시선이 모일 법도 했지만 여전히 죽이던 남/자, 뒤쫓던 남/자의 클로즈업만 또렷할 뿐 피해자-여성들의 못다 한 삶에 무관심하며, 그 안타까운 부재를 궁금해하지 않는 세상은 조금은 다른 것이 될 수 있었을까.
---p.73

-나는 지금 당장 영화적 재현의 장에, 특히 한국 영화에 필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시급한 것이, 무엇보다도 10대들에게 삶을 허락하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들을 살아가게/살아남게 하는 것. “아빠, 나도 같이 살고 싶어!”, 괴물에 잡혀가면서, 괴물 뱃속에서 마지막 숨을 삼키던 순간까지 현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게 아니었을까. 긴 생머리 소녀와 아정,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죽음들 앞에서 다양한 미사여구와 현란한 수사들은 그만 거두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p.173

-헌신적으로 역할에 투신하는 능력 있는 여배우들을 데리고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의 풀은 좁기만 하다. 그래서 이제 다른 얼굴, 다른 엄마, 다른 여성에 대한 흥미롭고 전복적인 영화적 탐구와 모험적 시도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은 더욱 갈급해진다. “모성애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여성 캐릭터에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할 이야기가 없나? 그런 생각을 했죠.” 영화 〈미옥〉(이안규, 2017)과 관련한 배우 김혜수의 말에서 그러한 갈망이 충족되지 못한 중견 배우의 깊은 공허가 느껴진다.
---p.209

-여전히 여성 서사는 영화세상의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인다. 그렇게 서성이는 무리들의 형상이 좀 더 거대해지고 있으며 발소리가 점차 웅장해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실은 변화하고 있으며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적는 건 그러니 성급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삶의 경험과 감각을 존중하는 상상력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격려를 전하는 ‘여성 서사라는 현실’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음’의 단단함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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