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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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732g | 152*225*24mm |
ISBN13 | 9791189791018 |
ISBN10 | 1189791013 |
출간일 | 2021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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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732g | 152*225*24mm |
ISBN13 | 9791189791018 |
ISBN10 | 1189791013 |
상징과 관련된 16개의 주제로 서양 중세 사회와 문화의 특성과 변동을 살펴본 책이다. 동물재판, 동물의 왕, 멧돼지 사냥, 도끼와 톱, 나무꾼과 숯쟁이, 프랑스의 백합꽃 문양, 색, 빨강머리와 왼손잡이, 문장, 깃발, 체스, 아서왕 전설 등 중세의 문헌과 도상에 나타난 중요한 상징적 주제들을 동물·식물·색·표장·놀이·영향의 6개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중세 문화에서 상징은 매우 일상적인 사고와 감수성의 양식이었다. 상징은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을 맺고 있었고, 말과 글만이 아니라, 이미지와 사물, 몸짓과 의례, 신앙과 행위로도 표현되었다. 그러한 상징은 중세 사람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가지고 있던 기호와 가치, 상상과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곧 그것은 사회·경제·정치의 여러 사건과 사실들 못지않게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독창적으로 진행한 연구에 기초해 중세 상징사의 주제들과 연구방법,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놓은 이 책은 서양 중세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길잡이이다. 나아가 오늘날 다양한 매체와 상품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서양 문화를 역사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
중세의 상징 ― 상상은 어떻게 현실의 일부를 이루는가? 01 동물재판 ― 정의의 본보기일까? 02 사자의 대관식 ― 중세의 동물들은 어떻게 왕을 얻었을까? 03 멧돼지 사냥 ― 왕의 사냥감에서 부정한 동물로의 하락의 역사 04 나무의 힘 ― 물질의 상징사를 위하여 05 왕의 꽃 ― 중세 백합꽃 문양의 역사를 위한 이정표 06 중세의 색 ― 색의 역사는 가능할까? 07 흑백 세계의 탄생 ― 종교개혁기까지의 교회와 색 08 중세의 염색업자 ― 신에게 버림받은 직업의 사회사 09 붉은 털의 남자 ― 중세의 유다 도상 10 문장의 탄생 ― 개인의 정체성에서 가문의 정체성으로 11 문장에서 깃발로 ― 중세에 나타난 국가 표장의 생성 12 체스의 전래 ― 곤란한 이문화 수용의 역사 13 아서왕 놀이 ― 문학적인 이름과 기사도의 이데올로기 14 라퐁텐의 동물지 ― 17세기 시인의 문장지 15 애수의 검은 태양 ― 중세 이미지의 낭독자 네르발 16 아이반호의 중세 ― 낭만주의 시대의 베스트셀러 |
(스포일러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미셸 파스투로 작가의 <서양 중세 상징사> 리뷰 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꽤 많이 구입한다 자부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책을 보관할 만한 공간의 문제로 인해 이제는 최대한 꼼꼼하게 선별해서 구입하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부동산의 문제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아무튼 이번 리뷰 대상 책인 <서양 중세 상징사>는 한 외골수의 작가가 서양 중세를 바라보면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또 하나의 상징이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짜 이런 외골수들 사랑합니다. 파편적으로 알고 있거나, 여기저기 주워 들은 것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에 덧붙이기도 참 좋은 책입니다. 흥미롭게 읽기 좋아요.
미셸 파스투로는 색에 관한 책들로 먼저 만났고(《색의 비밀》, 《우리 기억 속의 색》, 《파랑의 역사》), 중세 유럽의 상징에 관한 책들로도 만났다(《곰, 몰락한 왕의 역사》, 《돼지에게 살해된 왕》). 색에 관한 책도 주로 그 색들이 의미했던 바, 즉 상징에 대해서, 그 상징이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 중세 상징사》는 그런 여러 상징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는 우선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중세 사람들에게는 아주 합리적이고 당연한 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즉, “모든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전제에서 서양 중세의 여러 상징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중세 사람들도 생각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일뿐더러 상징을 통해 중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대표적으로 보자면, 파란색의 경우 우리는 차가운 색이라고 여기지만 중세에는 따뜻한 색이라고 봤다).
그런 관점에서 여러 상징들의 역사를 기술한다. 우선 동물과 식물이다. 《곰, 몰락한 왕의 역사》와 《돼지에게 살해된 왕》에서 자세히 기술하기도 했었는데, 여기서는 곰보다도 사자에 더 관심을 둔다. 곰이 어떻게 사자로 대체되었는지에 대한 탐구다. 그리고 멧돼지가 부정한 동물로 타락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리고 동물 재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 생각하기에 어처구니없는 짓이지만, 중세 사람들에게는 매우 ‘바람직한 정의’의 실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와 꽃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특히 꽃 중에서도 백합꽃(중세 프랑스 왕가의 상징이었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다음으로 다루는 것은 ‘색’이다. 색의 역사에 관한 대가답게 미셸 파스투로는 이 부분에서 종횡무진이다. 전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이 중세의 색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옛 사람들이 인식하는 색을, 그리고 기술하고 있는 색을 지금 그 색으로 인식한다는 보장이 없다(그래서 색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색의 상징사를 다루고 있다. 흑백이 중세 교회를 거쳐 종교 개혁 시기 색의 파괴에 따라 부르주아적 가치를 지닌 색이 된 역사, 염색업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이는 당시 색이라는 것을 어떻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붉은 색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불길함과 배신을 상징하게 되었는지(특히 유다의 붉은 머리)를 다룬다.
미셰 파스투로의 초기 이력은 문장과 인장 연구다. 그래서 중세 이후 등장했던 문장과 인장에 대해서도 얕지 않게 다루고 있다. 문장(紋章)이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에서 점차 가문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나아가 깃발을 통해서 국민과 국가를 상징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그런 면에서 우리는 중세의 전통 위에 서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는 체스와 아서왕 놀이와 같은 놀이에 대해서, 중세 상징들이 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라퐁텐의 동물지(라퐁텐은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통해서 알게 된 인물이기도 하다), 중세 이미지에 대한 기록을 남긴 네르반, 18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아이반호》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 마지막 부분은 언뜻 앞의 다룬 소재와는 다른 결을 지니고, 또 주제에서도 조금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책 앞부분의 20개의 도판에도 이 부분에 대한 것들은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저자도 이 부분이 다소 이질적인 것이라고 인정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원래 2003년에 출판되었다. 다른 책들의 출판 연도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그의 상징적 동물에 대한 연구, 색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그런 연구의 바탕이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게, 미셸 파스투로는 이 책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다른 전문 연구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론이라기보다는 개론이자 서론, 연구 제안 같은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내가 이 책 곳곳에 붙여 놓은 띠지를 보고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질문으로서 가치가 있고, 또 생각의 단초로서 가치가 있다. 물론 재미도 있다.
중세는 다른 나라의 천년 전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모든 것을 규율한 암흑세계였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중세가 남긴 유산은 아직도 현존하고 인간을 감동케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알아보기 위해 구입한 것이 이 책입니다.
중세의 그림은 사진에 익숙한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조금 어색하고 이상합니다. 보이는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나타나고 싶은 대로 그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무언가를 암시하기 위해 그린 것이란 걸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보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A는 B다 이런 식으로 압축해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상징이 하나의 뜻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 책의 가치를 더 높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중세에 대해 알고 싶은 진지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