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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문학동네시인선-155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8건 | 판매지수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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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70g | 130*224*7mm
ISBN13 9788954679190
ISBN10 8954679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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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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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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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아름답기 위해 사라지는 것들

어제 입었던 옷을 입는다
이변이 없는 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다
몇 개의 부음을 화면에서 쓸어넘긴다

열몇 개 와이파이 중에
비밀번호 들어맞는 게 없다
매일 두절되어도 끝나지 않는 것이 있어
--- 「발광고지(發狂高地)」 중에서
―――――――――――――――――――――――

실없이 저물었다가 돌아오지 않는
옛사랑에 꽂아둔 실핀들
결코 흘러내리지 않을 것들

내가 매달려도 내가 될 수 없는
공중의 손잡이들
손님 없이 시동 거는 버스 안엔

내가 되진 않고
나를 기다리기만 하는 옆자리들
--- 「내가 되지 않는 것들」 중에서
―――――――――――――――――――――――

모와 미는 더이상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모는 미를, 미는 모를 떠난 적 없이 끝이 났다. 이 작고 가여운 서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를 선별하는 재판만 남아 있었을 뿐.

모는 여름으로, 미는 겨울로 갔을 것이다. ‘소식에 따르면’이라고 부를 만한 소문도 남기지 않고. 모와 미를 묘사하는 사람은 모와 미가 보고 싶거나, 모와 미를 잊어야 하는 사람일 것이다.
--- 「모와 미」 중에서
―――――――――――――――――――――――

슬플수록 분명하게 자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되고 싶어서 상처를 애지중지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상처가 아물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헤매어도 좋으니 잃고 싶었습니다. 줍는 것 없이 돌아가도 좋으니 떨어지고 싶었습니다. 눈빛만이 가장 늦게 몸속에 잠드는 손님이었습니다. 눈을 감아도 계속 들리는 창문을 열고, 이제 막 자라난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먼저 줍게 되는지 궁금해지는 날엔 가을이라 말했습니다.
--- 「눈빛수련」 중에서
―――――――――――――――――――――――

겨울이면 우린 서로의 아껴 모았던 여름으로 녹이고 싶은 물의 마음을 헤맸습니다 그 속에서 꺼낸 죽은 생물은 너의 손이었을까요 그해 여름, 사진 한 장 없이 함께 기억하는 바다에 대해서 엇비슷한 제목을 지으며 살아갈 수도 있겠어요

너의 언어 너의 노래 너의 이름을 나는 여름의 한 구절로 외운 적도 있었는데, 너는 왜 여름을 좋아해? 이 세상 온통이 여름인 것처럼? 아득한 질문은 나를 오래 살게 합니다 벙어리장갑보다 작은 너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아주 혹독하고 추웠던 한 시절을 녹이기 위해 이만큼 덥고 습하게 숨쉬며 견디는 것 같아요 나는 언제나, 곁에 내가 없는 당신만을 좋아했는데 두 손으로 빠져나가는 우린 비늘을 닮고도 다른 헤엄을 친 것이 틀림없어요
--- 「나나너너」 중에서
―――――――――――――――――――――――

잘 모르겠어 모르는 게 많아 신비로울 줄 알았던 텅 빈 해골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내고 내장까지 꽉 찬 헛기침으로 구름을 걷고
내가 누군가의 기분이 될 수 있으리라 당신의 흥미를 비틀거리게 하리라
하지만 난 신의 오르골이 되었지 이쯤 해둘까 끝나지 않는 인터뷰 말미에는 말하게 될 것
무대를 떠나겠다고, 내가 남긴 노래 내가 남긴 말, 나의 춤보다 먼저 늙어버릴 육신!
질 좋은 무대의상이 있었지 출처도 모를 협찬이었지만 전 재산을 바쳐 그것을 걸쳐 입고 마지막 무대에 올라선다
밥상 밑에서 맨발을 긁적거리며 하얀 생선살을 가지런하게 바르고 있었다
노랫말처럼 살다 간 사람이 있었다네 베스트 앨범에선 아직 분장을 지우지 않고 잠든 이가 깨어나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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