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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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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리뷰 총점9.5 리뷰 6건 | 판매지수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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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69위 | 여성 에세이 top2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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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68g | 128*188*17mm
ISBN13 9791197237225
ISBN10 119723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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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독서로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해요. 갈등과 의문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거죠. 걷고, 얘기하고, 장미의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잠을 청하기도 하면서. 그러면 의도하지 않아도 문득 책이 다시,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요. 자연은 원래 그런 식으로 그런 변화를 일으키거든요. 하나의 전체를 이루며 정신의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거죠.
--- p.53~54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읽는 것은 인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고(그녀의 인물은 활기차고 초보적이니까) 희극을 즐기기 위해서도 아니며(그녀의 인물은 음침하고 단순하니까)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시각을 위해서도 아니고(그 인물은 시골 목사의 딸이니까) 바로 시를 음미하기 위해서다.
--- p.68

펜을 들자마자 어느새 내 뒤에 서서 이렇게 속삭였어요. “얘야, 넌 젊은 여자잖아. 그런데 남자가 쓴 책에 대해 글을 쓴다고? 호의적으로 부드럽게 써야 해. 좋은 말만 해주고.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우리 여자의 기술과 간계를 다 동원하라고. 너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누구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돼. 무엇보다 순결해야 하고.” 그러면서 내 손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어요. (…) 그때 내가 한 일은 몸을 돌려 그 여자의 목을 조른 거예요. 온 힘을 다해 목을 졸라 아예 죽여버렸죠. 내가 만약 이 일로 법정에 서게 된다면, 그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날 죽였을 테니까요. 내 글의 정수를 뽑아버렸을 테니까요.
--- p.79~80

이보다 더 치명적인 잘못은 없어요. 작품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친밀하고 동등한 동맹관계에서 태어나는 건강한 자식이어야 합니다. 작품을 무력하고 타락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러한 독자와 작가의 분리, 여러분 쪽에서의 겸손함, 우리 쪽에서는 전문가연하는 오만과 체면이거든요. 매끈하고 반지르르한 소설들과 거들먹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전기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비평들, 그리고 현재 그럴듯한 문학으로 통하는, 고운 가락으로 장미와 양의 순수함을 찬미하는 시들이 바로 거기서 생겨나는 겁니다.
--- p.175~176

‘소설의 적합한 내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모든 감정과 생각이 소설에 적합하다. 두뇌와 정신의 특성은 무엇이든 이용할 수 있고, 어울리지 않는 인식이란 없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예술이 살아나 우리 사이에 자리 잡는 일을 상상해볼 수 있다면, 분명 소설은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라고 할 뿐 아니라 자신을 겁박하고 부수라고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다.
--- p.195

맞는 말이다.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기쁨이고 겨울날에 거리를 쏘다니는 일이야말로 가장 신나는 모험이다. 그렇지만 다시 집 문간에 들어서자 오래된 소유물과 오래된 편견이 우리를 감싸는 것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리저리 수많은 거리 모퉁이를 날아다니다가, 닿을 수도 없는 등불의 불꽃에 시달린 나방처럼 녹초가 된 자아는 이제 쉼터를 찾아 그 속에 안긴다. 매일 보아온 문이 다시 나타난다. 나갔던 상태 그대로 의자는 넘어져 있고 도자기 사발과 양탄자의 그을린 갈색 자국도 그대로다. 그리고 다정하게 살펴보며 공손히 어루만져야 할, 도시의 모든 보물 가운데 유일하게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전리품인 연필이 여기 있다.
--- p.2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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