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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흡혈귀전 :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조선 흡혈귀전 :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 양장 ] 조선 흡혈귀전-01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53건 | 판매지수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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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322g | 148*210*12mm
ISBN13 9791191583601
ISBN10 119158360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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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임금님이 그랬어요. 임금님은 고기를 참 맛나게 많이도 먹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요리사가 ‘수구산불’을 속으로 세 번은 외친 뒤에야 식사가 끝났거든요. 식사 때마다 늘 그랬던 건 아니에요. 임금님의 아침상은 무척 간소했지요. 밥과 고깃국과 ‘수’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요리사는 ‘수구산불’을 일곱 번 외쳐야 하루를 끝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왜 일곱 번이냐고요? 점심에 세 번, 저녁에 세 번이니 여섯 번 외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느냐고요?
--- p.12

임금님은 왼쪽으로 누웠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누웠어요. 똑바로 누웠다가 다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누웠어요. 소 한 마리, 소 두 마리, 소 세 마리를 세었어요. 말 한 마리, 말 두 마리, 말 세 마리도 세었어요. 다 소용없었어요. 뒤척이면 뒤척일수록, 소와 말을 세면 셀수록 정신은 더 말짱해졌지요. 배는 더 고파졌고 머리와 등과 배는 더 아파졌고 손과 발에서는 식은땀이 죽죽 흘렀어요. 이러다간 잠은 잠대로 못 자고 몸은 몸대로 아프고 괜한 이부자리만 푹 적실 것만 같았지요. 임금님은 눈을 떴어요. 벌떡 일어나서 중얼거렸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 미안하기는 하지만 수석 요리사를 불러야겠다.”
--- p.17

‘몸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닐까?’
수석 요리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몸이 아프면 식욕이 떨어지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임금님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요. 그저 식사만 하지 않으셨을 뿐 다른 일들은 다 그대로 하셨다고 해요. 심지어는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하셨대요. 기운도 넘치셨고요. 눈에서는 번개처럼 환하고 날카로운 빛도 가끔 내뿜으셨다고 해요. 신하들이 놀라 뒷걸음질을 칠 만큼 밝고 매서운 빛이었대요. 요리사는 수육을 먹고, 또 먹고, 또 먹으며 생각했어요.
‘임금님께 직접 여쭤 볼까?’
--- pp.31-32

전날 느꼈던 무서운 배고픔이 다시 찾아왔어요. 아니, 전날과 똑같지는 않았어요. 전날의 배고픔은 새 발의 피였어요. 지금 임금님은 너무 배가 고파서 똑바로 앉기도 힘들 지경이었어요. 크고 검은 그림자가 임금님의 얼굴 앞을 확 지나갔어요. 눈앞에서 번개가 연속으로 쳤어요. 임금님은 아,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어요. 귀 밝은 내관이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임금님, 괜찮으십니까?”
임금님의 이마에서 죽은피처럼 검붉은 땀이 줄줄 흘렀어요.
--- pp.37-38

“피를 마시면 괜찮은 것이냐?”
“하루에 소 한 마리의 피를 마실 수만 있으면요. 그러면 남보다 몇 배는 더 기운차게, 어쩌면 영원히 살 수도 있지요. 대신 어두운 곳을 좋아하고 못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게 되지요. 임금님의 원래 모습은 다 사라지게 될 거예요.”
방 안이 조용해졌어요. 천장을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미 걸음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였지요. 한참 뒤 임금님이 말했어요.
“어찌 그런 짓을 하겠느냐? 나를 위해 매일 소 한 마리를……. 아, 무엇보다도 다 내 잘못이로구나.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은 대가를 치르는 셈…….”
“그렇지 않아요!”
소녀가 임금님의 말을 막았어요. 소녀는 임금님을 똑바로 보며 말했어요.
--- pp.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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