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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가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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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가를 불러요

한창훈 저 | 한겨레신문사 | 2005년 01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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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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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475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1480
ISBN10 898431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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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사람을 못 잊어하고 심지어는 닮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충동적으로 간병했던 게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아,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정상적으로 헤어지지를 못했던 것이죠. 그만 안녕. 이제 그만 만나. 이렇게 이별을 했더라면 훨씬 일찍 마음을 정리했을 거예요. 제가 그 사람에게 지금껏 잡혀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더군요. 단 한 번만 그 사람이 찾아와서 스무하루 동안 있었던 일은 잊자고 말했어도 전 고개를 끄덕거렸을 거예요. 그 사람은 시작이 없었으니 끝도 없는 것이겠지만 전 시작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끝이 필요했어요. 끝이. 그래야 그 다음 시작을 할 거 아니겠어요. -「바위 끝 새」 중에서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냥 여자라고 할 수도 있고 말없이 검지로 머리통 옆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낼 수도 있다. 혀를 찰 수도 있고 흐뭇하게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그를 확연하게 가리킬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하천 주변에 살고 있는 이들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달리 말하면 그들은 모두 봉네를 잘 알고 있다. 이름만 듣고도 바로 누구인지 알고 길 가다가 언뜻 스쳐도, 도대체 배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하여 인건비 싼 맛에 두고 쓴다는 얼음가게 조수 손군까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니까 봉네는 사람들이 잘 안다고 해도 말이 되고 통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 되는 그런 이였다.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중에서

여자가 남자를 안다는 게 늘 그런 과정을 겪더군요. 세상을 알기도 전에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알게 되고 그러다가 이별을 하고. 특히 항구란 만나고 헤어지는 게 늘 되풀이되는 곳이죠. 사내는 바다로 가고 여자는 도시로 가서 또다시 외로워지고. -「여인」 중에서

그래, 웃는 게 나을 일이었다. 세월이란, 나이란, 그게 뭐 별다른 것이 아니고 어리고 젊었던 것이 늙어간다는 딱 그거 하나인데, 그거 하나로 출중한 게 있어 이렇듯 울 일도 웃게 만들었다. 하지만 늙어가는 것 하나로 선방의 고덕 대승이 될 수는 없듯이 그들의 웃음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웃음이란 또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울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것을 깨달은 자의 얼굴이기도 하니까. -「깊고 푸른 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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