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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 전종환 에세이

전종환 | 난다 | 2021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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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36g | 130*200*15mm
ISBN13 9791188862900
ISBN10 11888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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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15년 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남들보다 조금 느린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전종환 아나운서. 그의 인생은 지는 일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실패라고 할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었다.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고 때론 지기도 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그의 진솔한 고백에서 뜻밖의 위로를 얻는다. - 에세이 MD 김태희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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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옆에 전종환씨도 메이크업을 했나요?”
“예. 저도 메이크업을 했습니다.”
“어디서 했죠”
“평소에 다니는 마땅한 미용실이 없어서 아침에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 p.23, 「메이크업은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중에서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다. 처음 아나운서로 일을 시작했을 때 읽기 연습이 턱없이 부족해 한참을 고생했듯이 기자가 되고 나서는 기사 쓰기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기본은 중요하다.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 아나운서의 내공을 알 수 있고, 석 줄 단신만 봐도 기자 역량이 파악된다. 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정말이지 어려웠다.
--- p.96, 「단신 써」 중에서

결혼은 연애보다 좋았다. 하나보다 둘이 좋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지 않아 좋았다. 아내는 내 말을 경청해줬고 나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려 애썼다. 잘 들어주는 이가 곁에 있다는 건 큰 힘이다. 아내 덕에 나는 자존감이 높아졌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오래된 애정에 우정이 스며들었고 그 틈에서 의리라는 새로운 감정이 탄생하고 있음을 우리는 함께 느껴갔다. 그리고 2007년 처음 만나“ 팬이에요”라는 말을 건넨 지 10년 만에 우리 사이에 아들 이 태어났다. 이름은 범민이라 지었다.
--- p.164~165, 「안녕하세요, 저 팬이에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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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서로의 외투를 바꿔 입자고 그가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표한 그만의 인사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 발달하지 못한 나의 미감으로도 그의 체크무늬 코트는 보기에 좋았고 어쩐지 이런 옷이라면 그처럼 가련한 뒷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말은 취담도 농담도 아니었지만, 게다가 코트는 탐이 났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생각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탓도 있었고 쑥스러운 마음도 컸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그날을 후회한다. 그때 외투를 바꿔 입을걸 하고.

전종환은 무엇이든 되어보려는 사람이다. 상대가 입고 나온 겨울옷의 새 주인이든, 독자든, 문득 유튜버든, 기자든, 아나운서든. 남편과 아빠든. 무엇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쓰며 분투한 과정은 더없이 진실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살아가니까. 하지만 그의 소중함은 이 너머에 있다. 그는 되고 나서도 되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빠이면서 남편과 아빠이고자 하고, 언론인이면서 더 온전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물론 속절없이 져야 했던 순간의 그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면서도 더 잘 지고자 하는 노력들.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낙법이나 봄꽃의 낙화처럼. 삶의 높이를 아는 기록들.
-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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