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마스크, 칸막이가 쳐진 책상··· 나와 꼭 닮은 선인장 친구들 이야기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마스크를 쓰고, 서로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하는 등 팬데믹 상황의 우리와 가시가 있어 만질 수 없는 선인장이 닮았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그림책이다. 어느 날, 길쭉이 선인장네 학교에 동글이 선인장이 전학을 온다. 동글이는 몸속에 새가 둥지를 짓고 사는 특별한 선인장이다. 길쭉이는 동글이의 초록 새가 궁금해 친구를 향해 손을 뻗고 만다. 책 전반에서 행동이 조심스럽고 세심한 아이로 그려지는 길쭉이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친구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하지만 두 친구는 각자의 당연한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서로에게 표현하기도 전에 선생님에게 혼이 난다. 나란히 반성문을 쓴 뒤, 동글이는 길쭉이를 기다린다. 그리고 하굣길에 이젠 누구도 뛰놀지 않는 놀이터를 발견한 두 아이는 미끄럼틀도 타고 모래놀이도 하며 신나게 논다. 바깥세상의 규칙이나 설정으로부터 예외적인 이 공간에서 길쭉이는 그네를 탄 동글이의 등을 살며시 손으로 밀어 주는데, 이때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
육월식
비룡소
그림책을 통해 아들과 마음을 교유하고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있는 요즘, 코로나 시국을 담은 그림책에 시선이 머물렀다. 바로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육월식 작가의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이다. 그림책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칸막이, 마스크, 거리두기를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그림책이 전하는 위로의 방식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길쭉이 선인장네 학교로 동글이 선인장이 전학을 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인장 친구들의 모습이지만 투명 칸막이가 쳐진 학교 생활, 만져서도 안 되고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그림책의 장면에서 요즘 우리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쭉이가 동글이 머리에 새둥지가 있는 것이 신기하고 궁금하여 만지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선생님께 혼이 난 두 친구 사이를 초록새가 날아다니며 마음 사이를 이어준다. 텅빈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쿠키를 나눠 먹으며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그림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땐 뾰족한 가시가 있는 선인장 친구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끔했다. 서로 가시를 품고 있어 가까이 하기도 어렵고 다정하게 손을 건넬 수도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지만 그림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만질 순 없어도 가까이할 순 없어도 ‘마음’만큼은 주고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따뜻한 온기를 담아 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읽은 초등생 아들은 학교 생활도 그렇고 친구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다고 했다. 칸막이에 마스크를 쓰고 힘들게 사는 모습이 어떻게 생각하면 2100년도의 먼 미래의 이야기 같은데, 코로나로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똑같다며 더 마음으로 공감을 하였다.
그림책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서로 그네를 타고 밀어주는 장면이었다. 무채색이었던 세상에 서로의 마음이 가닿자 초록으로 번지는 그 빛깔에 코끝이 찡해졌다. 비록 안전문제로 거리는 두고 살아야 하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 험난한 세상이라도 변화할 수 있고, 온기로 채울 수 있다고 그림책에서 배우고 마음을 다독여본다.
본문의 구성도 글자없는 그림책으로 말없이 선인장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거닐어 보는 시간이 참 좋았다. 절제된 문장 덕분에 마음에 더욱 집중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 그림책에서 친구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떤 생각을 할까?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책 친구들의 마음이자 요즘을 사는 초등생 아이의 마음 한켠을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였다.
연일 코로나 확진 소식이 기록 경신을 하듯 마음을 쓸어내리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림책이 전하는 위로와 용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