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6월 11일 |
---|---|
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72g | 133*200*24mm |
ISBN13 | 9788954679930 |
ISBN10 | 8954679935 |
발행일 | 2021년 06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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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72g | 133*200*24mm |
ISBN13 | 9788954679930 |
ISBN10 | 8954679935 |
MD 한마디
[마침내 마주하는 여성의 오늘, 새로운 얼굴들]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 소설집. 이야기는 십대 소녀부터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까지, 각 인물이 가진 새로운 얼굴들과 그들이 가족의 안팎에서 맺는 여러 관계를 조명하고, 그 속에서 그간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예상 밖의 감각들을 끌어올리며 공감의 영역을 확장한다. -소설MD 박형욱
보내는 이 … 007 여기 우리 마주 … 047 눈으로 만든 사람 … 091 나와 내담자 … 131 운내 … 153 美山 … 197 내게 내가 나일 그때 … 223 11월행 … 275 점등 … 311 해설|강지희(문학평론가) 파열하며 새겨지는 사랑의 탄성 … 349 작가의 말 … 385 |
[도서] 눈으로 만든 사람 | |
최은미 저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읽은 적 있었던 것 같은 단편소설을 이 책에서 봐서 반가웠네요. ㅎㅎ 요즘 나오는 한국문학 특유의 분위기나 문체가 술술 읽히는 편이라 좋았습니다. (작가 바이 작가이기도 하지만)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읽을 만한 소설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문학에서도 읽으려니 좀 별로인 점도 있네요.. 그래도 담담하게 상황과 사람의 감정들을 잘 포착한 소설들이어서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문학동네/2021.9.20.
sanbaram
<여기 우리 마주>
딸 은채의 아토피 때문에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던 나는 홈 공방을 거쳐 새경프라자 304호에 양초공방 사업자 등록을 했다. 남편은 반대를 했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나는 취미반에서 자격증반으로 회원들을 유도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든 생활이 변하기 시작했다. 중소학원 ‘여자 기사님’이었던 수미는 은채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서하의 엄마이고 내 친구였다. 가족끼리 함께한 시간도 여러 번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고 양초공방도 힘들어졌다. 학교는 등교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입학식과 졸업식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학원도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며 중소기업 상공인들은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 가정용 CCTV를 달아 은채의 일상을 지켜보다 수미네 집 가정폭력 상황을 알게 되어 딸들을 산사로 보내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수미가 포함된 네 명의 취미반이 등록 되었다. 마스크를 하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2020년 2차 유행으로 수미가 코로나에 걸렸고 함께했던 나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는 단절되어 가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홈 공방이 인기를 얻어 잘 되자 집안 곳곳을 공방 물건과 도구들이 점령했다. 그래서 겨울방학 동안 아끼던 은채 물건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점차 집안일에 소홀해지고, 남편은 ‘집에 와도 쉬는 기분이 안 들어(p.54)’하면서 서운해 했다. 급기야는 ‘자기야, 자기 혹시 캔들 왁스 젓던 주걱으로 애 볶음밥 해주는 거 아니야. 자기야, 실리콘 몰드 데우던 해어드라이어로 애 머리 말리면 해로운 거 아니야? 자기야, 가성소다 풀면 연기가 막 나는데 애 호흡기 안 좋은 거 아니야?’ 질문을 했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남편을 안심시켰다. 은채는 오래된 물건에 미련이 없어 보였고, 수납 박스를 내어주던 그 ‘사랑스러운’ 아이는 어딘가로 가버렸고, 휴태폰 허용 시간을 늘려보려고 나를 간 보고 여기저기 비밀번호를 걸어 놓는 열세 살이 되었다. 은채의 생일 날 온 친구들을 보면서 코로나가 없던 시절을 생각했다. 4월말부터 시작한 공방의 수업은 성공적이었고 남편은 더욱 힘들어 했다. 그래서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결국 우리가 서로 욕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떻게 다시 고립되어 갔는지. 그 외로웠던 봄에 대한 이야기를.
“은채 학교에 갔다 오던 날은 비가 내렸다. 4월 초였고 학생들은 학교에 출입할 수 없었다. 아이 보호자들도 서로 만나서 갈 수 없었다. 공지받은 교과서 수령 시간에 좀 늦은 채로 나는 학교에 도착했고 중앙 출입구에서 열을 쟀다. 발자국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계단을 오층까지 걸어올라가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p.49)”로 시작되는 <여기 우리 마주>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주부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는 이야기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고, 그 한 편린을 이 소설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특히 한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시스템, 그리고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게 한다.
<눈으로 만든 사람>
강윤희는 작은 아버지 아들의 결혼식장에서 사업이 어려워진 막내 작은 아버지 아들 열여섯 살 민서를 당분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세 살 연하 남편 백은호와 여덟 살 백아영이 강윤희의 가족이다. 아영이는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 주사 맞기를 힘들어 해서 초경지연탕을 먹는데도 가슴 멍울이 없어지지 않아 걱정이다. 그런데 아영이는 민서를 잘 따랐다. 민서의 식성이 윤희를 닮은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할머니가 자기의 할머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피임문제로 둘은 다툰다. 서로 상대방이 영구 피임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잠든 밤 강윤희가 혼술을 하고 있을 때 민서가 나타났다. 윤희가 어렸을 때 집안 분위기 등에 대해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민서가 어렸을 때 큰집에 갔을 때 윤희가 만들어준 눈사람 이야길 했다. 눈사람 머리에 흑미를 붙여 주었던 이야길 하며, 민서도 눈사람 만들 때마다 흑미를 썼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누나가 중학교 선행님 됐다는 말을 듣고 누나반 애들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강민서는 소아림프종에 걸려 힘든 치료를 거쳐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다시 몸이 나빠졌다. 눈 오는 날 만두를 만들고 아이들이 밖에 나갔다가 눈사람을 만들어 왔다. 한파가 심해진 삼일 후 민서의 검사결과가 나왔다. 림프절에서 시작된 강민서의 암은 간과 척수로 전이 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만난 막내 작은 아버지는 윤희에게 어렸을 때 잘못 했던 성폭행을 참회했다. 그 죄로 민서가 아픈 것 같다면서…. 최강한파와 폭설이 지난 어느 날,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을 올려놓았던 화분 받침에 물이 찰랑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만들었던 눈사람 대신에 물과 흑미만 남았다. 그것을 본 아영은 울면서 민서삼촌을 보러 가지고 조르는데….
“우리 엄마랑 아빠 사귄다.”
강민서는 잠시 멍하게 있더니 “좋겠다”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우리 반 김유림네 아빠는 사십사 세인데 우리 아빠는 삼십사 세야. 우리 엄마는 삼십칠 세. 옛날에 아빠가 엄마보고 누나라고 불렀대. 근데 할머니한테 혼나서 이제는 그렇게 안 불러. 그치 아빠?”
백은호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백아영이 다시 강민서 쪽으로 몸을 돌렸다.(p.100)
연하남과의 결혼생활과, 어린 조카를 좋아하던 막내 삼촌의 아들인 사촌동생과 잠시 생활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삼촌은 집안 어른들이 여행 갔을 때 조카를 성폭행 하게 된다. 그 트라우마를 갖고 살던 아이 강윤희가 어머니가 되고, 그 딸 아영이 성조숙증에 걸렸는데, 병들어 약하지만 열여섯 살인 사촌 동생 민서가 잠시 집에 와 있는 동안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다. 친족 간에 생기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저자 최은미는 2008년 <현대문학>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장편소설 <아홉 번째 파도>, 중편소설 <어제는 봄> 이 있고, 제5회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김승옥문학상우수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