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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오늘, 붓을 처음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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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Odyssey-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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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302g | 130*225*10mm
ISBN13 9791197135316
ISBN10 119713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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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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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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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포르투갈 여행에서 돌아와 되새김질.
구글 지도를 펼쳐 다시 그곳에 가 보고
낯선 지명을 몇 번씩 읊어 보고
내가 건너던 강의 상류와 하류를 짚어 보며 그리고 색칠하고….
여행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그곳에 두고 온 내가 나에게 손 흔들고 있었다.
--- p.20

히말라야 설산뿐만 아니라 네팔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가득하다. 마음의 고요함이나 명상의 중요성을 접해서일까. 나는 마음으로 네팔을 만난다. “나를 찾아온 손님은 모두 신이야.”라고 말하며 “나마스떼!”로 인사하는 네팔인들. 히말라야를 신으로 여기며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보면서,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인사하는 겸손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 p.86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뭔가 실수를 하거나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너무 쉽게 ‘망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정말 ‘망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도 말이다. 망했다는 말은 과거형이 주는 확정적 의미가 더해져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을 ‘이미 벌어져서 어쩔 수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생각이 들면 개선하려는 의지가 꺾이면서 자연스레 포기하게 된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아무리 망하지 않았다고 해도 ‘망한 거 맞는 거 같은데…’라며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은 정말 괜찮다고 하셨고, 그 말에 나는 내려놓았던 붓을 슬며시 다시 집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붓질은 포기했던 그림을 다시 살려내곤 했다. 어쩌면 지난 1년간의 미술 수업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살면서 붓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이 왔을 때 다시 붓을 들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 p.90

평범한 날을 드로잉으로 남기면
특별한 날이 되고,
끝이 아닌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그렇게 나의 모든 여행은
드로잉과 함께
ing 진행 중이다.
‘여행 중’
--- p.144

드로잉을 시작한 일은
미래의 내가 잘 했다고 회상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드로잉을 시작하고 나 자신을 다시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런 곳에 관심이 있었나.’
‘내가 이런 색들을 좋아했었나.’
--- p.172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멈춰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멈춤은 내가 움직이고 흘러 다니는 사이에만 존재한다. 호흡의 들숨과 날숨처럼 우리는 흐르고 멈춘다. 멈춰서 그리는 것들은 내가 움직였을 때 만난 것들이다. 그것들이 내 안에 스며들어 말을 걸 때, 나는 비로소 멈추어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저항하지 말고 내맡겨라.’ 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쉽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원망했고 원인을 따졌으며 피할 이유를 둘러댔다. 내 손에 쥔 것을 날려 보내지 않으려고 더 꽉 움켜쥐었다. 바람은 때론 속삭이고 때론 정신 없이 몰아대며 말했다.
‘내게 맡겨 봐.’
손안에 든 꽃잎이 움켜쥘수록 짓이겨지는 것을 보고야 비로소 손을 열었다. 바람에 내맡겨 멀리멀리 날아가는 꽃잎들에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바람이 부는 곳에서 다시 떠난다.
우리들의 드로잉 오디세이.
한 발 한 발 성큼성큼,
아름다운 멈춤을 위하여!
--- p.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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