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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중고도서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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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4g | 128*200*14mm
ISBN13 9788965964339
ISBN10 8965964334

중고도서 소개

최상 새 상품같이 깨끗한 상품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  특이사항 : 출간 20210330, 판형 128x188(B6), 쪽수 2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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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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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변하고 있다. 다만 나는 조금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변화를 자처했을 뿐이다. 그게 종종 후회를 부르기도 했지만 사는 건 어차피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그러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허구라는 사실을 큰 충격과 깊은 슬픔으로 배운 바 있다. 나는 앞으로도 ‘하고’ 후회하며 살 계획이다.
--- p.7-8

· 우리는 마침내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이제 막 다지고 있는 땅의 조감도만 보고 덜컥 계약을 체결했다. (…) 갑작스러운 부동산 침체, 건설사의 자금난과 미숙한 운영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이어졌지만, 더구나 준공도 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옆으로 다른 집들의 공사가 한창인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이후로도 갖은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겁도 없이, 다른 선택 없이 ‘덜컥’ 이사했다. 내 나이 마흔 살이었다.
--- p.19-20

· 가평군 설악면에서의 생활은 느리고 조용하고 여유롭고 넉넉했다. 굳이 설명을 부연할 필요도 없었다. 환경은 그만큼 개인의 일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 이곳에서는 주차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울 일도, 물건을 사느라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전깃불이 하늘을 덮지 않아서 밤이면 쏟아져 내릴 듯 별이 빛났다. 우리의 생활이 서울에 비해 어떻게 조용하고 넉넉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비교당하지 않았으므로 괜한 스트레스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할지라도 내가 정한 대로, 나의 질서와 호흡대로, 내 방식대로 살면 그것으로 족했다.
--- p.22

·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뱀을 만나는 기간이었다. 이사 온 이듬해부터 단 한 해도 뱀과 마주치지 않은 적이 없다. (…) 옆 마당을 가로질러 뒷집으로 통하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하수구를 타고 마당의 배수구 위로 기어 올라왔다가 막힌 벽에 옴짝 달싹 못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으로 잡아서 산 밑에 풀어주거나, 지나간 자리에 백반을 뿌리고 약을 치거나, 물을 뿌려 다시 하수구 속으로 몰아넣어 겨우 수습했다.
--- p.31-32

· 책방 운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그럴수록 말 한마디에도 울컥해졌다. 누군가 종종 책방을 ‘문화 사업’이라고 규정할 때마다 굳이 ‘수익 사업’임을 환기시켰다. 조용히 책도 많이 읽고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손님에게, 돈 벌려고 서점 하는 거 아니잖아? 라며 책 한 권도 사주지 않는 지인에게, 정색하고 한 마디를 보탰다. “저는 똥줄이 타거든요”라고.”
--- p.39

· 머리가 조금 딸리더라도, 지식이 많이 부족하더라도, 필력이 어쩔 수 없이 모자라더라도, 능동적으로 실천하고 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읽고 익히고, 배우고 모색한다면 내 삶은 더없이 풍성할 것이다. 그렇게 진전된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뒤늦게 후회하거나 안타까워 할 이유가 없다.
--- p.71

· 가평군 도서관의 도서 납품 입찰에 참가한 것은 낙찰 여부를 떠나 책방 운영에 큰 활력이 되었다. 처음에는 방법도 모르고 노하우도 부족해 턱도 없는 금액을 적어낸 탓에 여러 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되겠지 싶은 기대감으로 다음 입찰 공고를 기다릴 수 있었다. 가평군 도서관의 도서 납품 입찰은 1년에 8~9 차례 진행된다. 가끔씩 적게는 수백 권, 많게는 1000권 이상의 책을 납품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 행운 한 번으로 몇 달을 임대료 걱정 없이 버틸 수 있었다.
--- p.83

· 친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새끼….’ 어색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함께 가지 못하겠다는 이유가 말 같지 않다는 표정. 지금까지 그가 들어본 식사 거절 핑계 중 가장 어이없는 답변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족 외출을 한다거나 여행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말 출근을 한다거나 다른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아침상을 차리기 위해서라…. 그렇다. 내게는 아침식사를 차리는 일이 ‘야구’만큼이나 중요하다.
--- p.130

· 뒤늦게나마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돈 벌고 똑같이 애 키우면서 아내가 더 많은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버는 게 조금 더 많다거나 가사에 능숙하지 않다는 건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아닌 척 합리적인 척 현명한 척하면서 있는 기득권 없는 기득권 다 긁어모아 누리는 내 모습이 비겁하다고 느껴졌다.
--- p.134-135

· 모처럼 꺼내 입은 바지 단추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 순간 이전보다 더욱 두툼해진 배와 가슴과 엉덩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급히 올라가 확인해본 체중계의 계기반은 몇 개월 전보다 5킬로그램이나 높은 숫자를 표시했다. 고기를 끊고 살이 ‘더’ 쪘다. “인생은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 게임의 연속” 이라고 자주 말하는 아내의 표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p.171

· 나는 상상하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를 함부로 대상화하는 것은 아닌지, 편견에 사로잡혀 보이는 대로 혹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은 아닌지, 고정관념에 치우쳐 곡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상 뒤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주저 없이 의심하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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