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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벼운 고통

너무도 가벼운 고통

: 까닭 없는 고통의 이유를 찾는 욥기 속 차가운 랩소디

성경 속 인문학 시리즈-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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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10g | 140*210*30mm
ISBN13 9791197455414
ISBN10 119745541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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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일간 이어진 쉬바가 끝을 향해가면서 친구들은 욥을 위로하기 위해 나름대로 감동적인 멘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졸지에 자식을 모두 잃고 눈물만 흘리는 욥, 그럼에도 하나님을 향한 경건한 신앙을 고백하는 욥은 이미 성자였다. 아마도 하나님에겐 욥을 향한 더 큰 계획, 더 다듬고 단련해 결국은 정금같이 빛나게 하려는 놀라운 섭리가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 욥의 미래를 생각할 때 친구들은 흥분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욥이 친구라는 게 꽤나 자랑스러웠다.
쉬바를 끝낸 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욥의 입에서 터져 나올 감동적인 감사와 찬양을 기대하는 친구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러나 칠 일간의 침묵이 욥의 내면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 리 없었던 그들의 귀에 들린 건,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명과 세상을 향한 지독한 저주의 울부짖음이었다.
“세상에, 이게 우리가 알던 그 욥이 맞아? 이런 말을 한다고?”
이렇게 해서 욥과 친구들 사이에 첫 번째 논쟁이 시작된다. --- p.74

욥이 진리로 선택한 것은 그가 인식하는 현실이다. 그에 반해 친구들의 선택은 기존 신학이다. 그 신학에 따르면 욥이 고통을 받는 건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욥과 친구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욥은 자신이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고 있다. 그냥 막무가내로 지은 죄가 없다고 우기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에게 알려달라고,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재판을 요청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 신앙하던 공정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그러나 욥의 친구들에게는 여지가 없다. 하나님이 불공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욥의 현실 인식을 받치는 토대가 ‘정직’인 반면, 친구들의 현실 인식을 받치는 기초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교리’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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