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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 손원평 소설집

도서 제본방식 안내이동
손원평 | 창비 | 2021년 06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7건 | 판매지수 2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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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00g | 128*188*17mm
ISBN13 9788936438456
ISBN10 89364384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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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아몬드』 손원평 첫 소설집] 짐짓 모르는 척 한 일상의 작은 균열들이 현실로 끼쳐올 때 우리는 어떤 얼굴을 하게 되는가. 작가는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뒤틀림의 순간, 나와 타인의 민낯을 그리며, 그렇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든 삶을, 그럼에도 겪어내고 나아가려는 작은 걸음들을 담담하게 비춘다. -소설MD 박형욱

짧고 대담하고 강렬하다!
바로 지금, 손원평이라는 렌즈가 담아낸 뒤틀린 세계의 파편
80만 독자가 사랑한 『아몬드』 작가 손원평의 첫번째 소설집


2017년 화제의 데뷔작 『아몬드』(창비)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손원평의 신간 『타인의 집』이 출간되었다. 주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만나온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소설집이라 더욱 반갑다. 이런 이번 소설집에는 작품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부터 2021년 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천착한 고민들이 5년의 궤적으로 오롯이 담겼다.

전셋집의 불법 월세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부동산 계급 구조를 씁쓸한 촌극으로 풀어낸 표제작 「타인의 집」을 비롯하여, 근미래의 노인 수용시설 속 할머니와 이주민 ‘복지 파트너’의 불편하고도 아슬아슬한 우정을 다룬 SF 「아리아드네 정원」, 『아몬드』의 외전 격의 소설 「상자 속의 남자」 등 단편 특유의 호흡과 한계를 뛰어넘는 서사로 빛나는 여덟편 모두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한 사람의 내면이 작게 어긋나는 순간부터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까지, 다채로운 이야기에 매혹되고 나면 손원평이라는 이 믿음직한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4월의 눈
괴물들
zip
아리아드네 정원
타인의 집
상자 속의 남자
문학이란 무엇인가
열리지 않은 책방

해설 | 전기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눈이 쏟아질 것 같은 수상한 날씨였다. 우리는 까페에 앉아 있었다. 그건 아내가 “집에서 얘기하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 p.8, 「4월의 눈」

하루 사이에 아이들은 제 고치를 뚫고 나와 허물을 벗은 것 같았다. 몹시 어려 보이고 또 몹시 늙어 보였다. 문득 환영처럼 두 아이의 얼굴에 오래된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영겁의 세월을 거치고 아비 어미를 통과해 여자의 몸을 갈라낸 두개의 얼굴이 열일곱의 나이를 지닌 채 눈앞에 앉아 있었다.
여자가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 미역국을 입으로 가져갔다. 짭짜름하고 미끌미끌했다. 한숟갈 두숟갈. 잘도 넘어갔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몸의 구석구석으로 가지처럼 뻗어나갔다.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 p.66, 「괴물들」

영화는 대체로 ‘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묘한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전율은 척추 끝에서 시작해 등줄기로 뻗어올라가 머리를 달구는 동시에 팔뚝에 쫙 소름이 돋게 했다. 그 말은 그것이 지칭하는 뜻을 모두 담기엔 너무 깔끔하고 짧았다. 짧지만 힘주어 발음한 뒤 재빨리 입이 앙 다물어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68, 「zip」

고개를 주억거려 귀 기울이는 척하면서도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젊음은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이 아니던가. 내게 저 젊음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민아의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유리가 민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가장 답답한 건 젊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에요. 젊음은 불필요한 껍데기 같아요. 차라리 몸까지 늙었으면 좋겠어요. 남아 있는 희망도 없이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건 절망보다 더한 고통이니까요.”
--- p.124, 「아리아드네 정원」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화장실 앞까지 뻗쳐 들어왔고 그 덕분에 화장실은 물기 하나 없이 빛났다. 방이 비어 있으면 다른 동거인들이 화장실을 쓸 법도 한데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 변기 물마저 얕게 말라 있었다.
―이 화장실은 아무도 안 쓰나봐요?
―그건 지금 살고 계신 분들의 계약사항엔 포함이 안 돼 있어서요. 아시죠, 자본주의.
쾌조씨가 웃었다.
--- pp.144~145, 「타인의 집」

―뭘 그렇게 보니?
뭐라고 운을 뗄까 하다 말을 던졌다.
―사람들요.
아이가 짧게 답했다.
―사람들?
―네. 궁금해서요.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아이가 잠깐 말을 멈췄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아직 살아 있지만 죽을 수도 있겠죠. 살아나도 사는 게 아닌 상태가 될 수도 있고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담한 어조였다. 가족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십대 소년의 말투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나는 아이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크나큰 일을 겪은 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 pp.186~187, 「상자 속의 남자」

이제 보라는 자신이 부끄러워하던 웹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시에 안개 속에 잠겨 있었던 소설의 결말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가고 있었다. 결국 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삶 그 자체 때문이었다. 죽음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이어지고야 마는 삶. 어둠을 갈라내는 빛. 보라가 가진 힘은 불행을 연료 삼지 않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없는 것을 동경할 필요가 없었다.
--- p.233, 「문학이란 무엇인가」

큰 도시 속 작은 동네의 어느 구석진 모퉁이에 열리지 않은 책방이 있었다. 책도 팔고 마실 것과 간단한 음식도 파는 곳이었다. 물론 열리지 않은 책방이라는 건 주인이 책방을 열기 전까지를 말한다. 열리지 않은 책방 안에는 책방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인 주인이 있다. 주인은 열린 후의 책방도 좋아했지만 열리지 않은 책방도 좋아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홀로 있는 시간을 가끔씩은 더 사랑하기도 했다.
어느날 열리지 않은 책방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문은 벌컥 열렸지만 발걸음은 단호하지 않았다. 주인은 문을 잠가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말했다.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만.
--- p.238, 「열리지 않은 책방」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없어”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백한 진실

표제작 「타인의 집」은 회사에서도 잘리고 월세 인상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청년 ‘나’가 “역세권, 스세권, 슬세권”인 대단지 아파트 전셋집 셰어하우스에 불법 월세 입주자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치 ‘네이트판’에서 볼 것 같은 사소한 갈등들이 입주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와중에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방문 전,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주자들은 밤새 방의 구조를 바꾸고, 어설픈 연극을 준비하며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다음 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방문한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나’는 거취의 “운명”이 다시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비참한 현실을 체감한다. 시종일관 가성비와 자본주의의 원칙을 개똥철학처럼 읊고 다니는 ‘쾌조씨’나 건당 50원을 낼 테니 ‘나’의 개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해온 ‘재화언니’와의 일화 등 실감나는 인물과 사건들은 우스꽝스러워 더욱 씁쓸하다.
이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비극과 문제 앞에서 소설집 『타인의 집』의 주인공들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삶을 한순간 일그러지는 얼굴을 통해 그대로 내비친다. 불안한 표정을 기점으로 결말까지 내내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채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작가 특유의 서늘한 문장과 만나 마치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zip」에서 남편 그리고 아들과 딸, 누구보다 평범한 ‘정상가족’의 충실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온 ‘영화’의 일상을 뒤집은 것은 남편 ‘기한’의 한마디였다. “어차피 그 여자는 몰라.” 그전까지 탈출을 꿈꾸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온 영화는 너무도 강력한 이 말을 엿듣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지고, 점점 들끓어가는 마음을 가진 채 영화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미분양 아파트 단지의 인공호수 앞에서 기한을 향해 참아왔던 말을 꺼낸다.
“아빠를, 죽일 거야. 오늘, 저녁. 우리 손으로”라는 쌍둥이 아들의 충격적인 메모를 몰래 훔쳐본 「괴물들」의 ‘여자’ 역시 마찬가지로 무너져가는 얼굴로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여자는 자신을 엄마라는 호칭으로 “잡아먹”은 아이들이 아빠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다. 신경질적인 여자의 말과 행동으로 독자들마저 아이들이 실제로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끝없는 초조함에 휩싸일 때 이야기는 더욱더 충격적인 결말로 나아간다.

삶이 한순간 얼굴을 바꾸고 찾아올 때
부서지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존재의 방식

한편 이 비극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작은 균열에서 비롯된 듯하지만 이 미세한 균열은 한 인물의 내면에, 관계나 가족 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뒤틀리고 망가져 이미 그 무너짐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특히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기를 기도하는 한 사람의 구체적인 얼굴과 그와 점점 멀어지면서 눈에 들어오는 세계의 조감도”를 그릴 때 손원평의 “위선도 위악도 없는 담백한 서술”(해설, 전기화)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리아드네 정원」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멀지 않은 미래의 노인 수용시설을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민아’는 A등급에서 점점 떨어져 D등급 유닛인 ‘아리아드네 정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신이 그리던 노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죽음을 증명해줄 가족이 없어 ‘안락사’라는 인도적인 죽음도 허락되지 않은 그에게 단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면 ‘복지 파트너’인 이민자 청년 ‘유리’와 ‘아인’의 방문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너그럽고 다정하게만 보이는 민아가 유리와 아인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진짜 이유와 함께 민아의 이민자 혐오가 점차 누설되고, 유리와 아인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해고되었으며 이제 자국민 청년들과 함께 ‘세금을 좀먹는’ 노인만을 위한 유닛의 폐지를 주장할 것이라 말한다.
‘민아’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분열적이고 흔들리는 목소리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가운데 저출생, 고령화 및 이민자 문제, 세대간 대립, 1인 가구에 대한 차별, 청년세대의 박탈감 및 노년세대에 대한 혐오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적 쟁점을 우리에게 다시금 확인시키듯 여과없이 펼쳐 보인다. 한순간에 현재 한국사회의 조감도로 그리고 곧 다가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확장되는 이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은 공포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을 감정을 자아내며 지금 우리의 민낯을 직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는 의지와
인간에 대한 다정한 연루의 장력 사이
손원평의 소설이 쥐고 끝내 놓지 않는 감각

「상자 속의 남자」의 ‘나’는 상자같이 딱딱한 마음을 지니기 위해 애쓴다.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다가 불의의 사고에 휩쓸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형을 보고, 그 어떤 호의도 세상에 베풀지 않으리라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끔찍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 ‘나’는 사건 이후로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나’가 조금 부드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좀더 시간이 지나 한 여자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손을 보태면서다. 한 소녀와 함께 아파트 화단에 쓰러진 여자를 구하며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외치고 나서야 ‘나’는 소녀가 예전에 형이 구해준 아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작가의 전작 『아몬드』의 연속성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드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라는 믿음”을 『아몬드』와 공유하며 순수한 선의와 연대의 가능성을 묻는다. 늘 현실을 “제대로 응시하려는 의지와 인물에 대한 다정한 연루의 장력 사이”(해설)에서 진동해온 손원평의 소설이기에 섣부른 낙관이나 손쉬운 냉소를 넘어 도달한 소중한 결론일 것이다. 서늘하고도 다정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 손원평이라는 세계가 또 한권의 책으로 놓였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고 “세계의 요철을 직시하는 일과 타인의 손을 맞잡는 일이 동일하다는 단단한 실감”(추천사, 백수린)을 손에 쥐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이의 행동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획일성의 기조가 전염병의 세상하에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대세와 다른 생각을 조금도 용납하려 하지 않는 대중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복종과 사과를 응징하듯 강요한다.
괴물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가만히 입을 닫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대세가 다른 판도로 바뀔 때까지 슬프게도 대다수는 침묵으로 방어하고 부조리를 외면한다. 괴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와 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그러면 나의 우주가 그렇듯, 타인의 우주 안에도 다양한 작동 원리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비단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뿐 아니라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홀로인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 문학의 행위가 타인의 집을 평가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행위라면 책의 구실은 분명하다.
책은 우리를 대중에서 시민으로, 관중에서 독자로 이끈다.

물론 이 책은 부끄럽게도 그런 훌륭한 일을 해낼 만한 대단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제시하는 바를 독자들이 가끔이라도 가슴에 품어준다면 나로서는 뿌듯할 것이다."

2021년 여름
손원평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손원평의 첫 소설집을 읽어나가다보면 드러나는 것은 불투명한 장막 아래 감추어져 있던 세계, 진실, 타인의 이면이다. 그것들은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남편의 영정사진처럼 서늘하고, 이 세상에 내가 살 곳이란 끝내 ‘타인의 집’일 뿐이라는 자각처럼 초라하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나는 이 세계가 그런 것들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음을 느끼게 됐다. 우리의 삶에는 그럼에도 작은 빛이 숨어 있다고, 그것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섣부른 위안을 말하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소설집엔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이 뒤숭숭하게 펼쳐져 있”는 풍경 속에서도 환대의 가능성을 꿈꾸며 타인과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를 가두는 좁은 상자 밖으로 손을 펼쳐 보이게 만드는 작은 빛을 품은 사람들. 손원평의 매끄러운 서사에 한껏 매혹되고 나면 세계의 요철을 직시하는 일과 타인의 손을 맞잡는 일이 동일하다는 단단한 실감에 이르게 된다.
- 백수린 (소설가)

안전하고 무사하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잘못 내리는 판단들이 있다. 그 결과를, 우리는 간신히 살아간다. 손원평 작가의 첫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다보면 ‘죽음을 생각하라’(memento mori)는 말이 떠오르며, 무엇을 냉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연민이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다. 전작 『아몬드』의 외전 격인 「상자 속의 남자」도 실려 있는데, 작품이 다루고 있듯이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 사건사고, 죽음 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몬드』의 연장선에서 말해주는 듯한 이야기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없어.” 뒤를 돌아보기만 하던 사람이 마침내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 순간은 언제 봐도 후련하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회원리뷰 (17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타인의 집』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블* | 2022.04.11 | 추천5 | 댓글3 리뷰제목
장편 소설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거고, 단편 소설이 가진 특징은 한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작가의 다른 작품의 변주를 만날 수도 있고, 확장된 버전의 우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걸, 작가의 시선 속에 주어진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여덟;
리뷰제목

장편 소설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거고, 단편 소설이 가진 특징은 한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작가의 다른 작품의 변주를 만날 수도 있고, 확장된 버전의 우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걸, 작가의 시선 속에 주어진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여덟 편의 단편은 모두 우리 주변과 연관되어 있다. 근미래의 상황도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세계를 담았고, 집에 관한 거든 가족에 관한 이야기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작품 모두를 음미하며 작가가 가진 스토리텔링에 감탄했다.

 

 

 

4월의 눈을 읽으며 관계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길 두려워하는 게 우리의 자화상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 큰 상처고 고통이다. 아이 때문에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서로의 고통을 아는 만큼 상처도 큰 법인지 각자의 아픔에 겨워하는 것 같다. 사람은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헤어질 위기에 처한 부부에게 먼 나라 핀란드에서 온 손님은 버거우면서도 둘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이별이 먼저라 고통의 시간이 오래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장편 아몬드를 떠올리는 작품이 있었다. 아몬드의 윤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상자 속의 남자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 그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뛰어드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일종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 사회가 자기밖에 모르는 집단 이기주의로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쪽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따뜻함이었다.

 

싸우는 부부 뒤로 아장아장 도로를 걸어가는 아이에게 오는 트럭을 향해 달렸던 형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그런 형을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이 짐작된다. 구해줬던 아이의 부모에게 무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서운한 건 서운했다.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간다면 형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기는 절대 그러지 못할 거 같다. 모녀로 보이는 여자 둘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 어떤 남자와 유리창 너머로 무심하게 바라보는 남자애가 있었으니 그가 아몬드의 윤재라는 걸 무심코 떠올린다. 이 장면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남자가 어린 소녀의 권유로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서 형에게 질문했던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가는 또 노인 문제와 이민자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어쩐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 아리아드네의 정원이라는 작품이다. 근미래의 우리 자화상을 바라보게 한다. 과도한 노인들 때문에 설 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반기를 든다. 가족 같은 것과 진짜 가족은 다른 거다. 하지만 유사가족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진짜 가족보다 더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게 유사가족 제도이기도 하다. 젊었을 적 많은 걸 누렸던 사람들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공격적이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방어적이 되어간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과거에 그랬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걸 떠올린다.

 

 

 

표제작이기도 한 타인의 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입자의 세입자가 된 오늘의 청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누구에게는 간절한 공간이 된다는 걸 말하는 작품이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거로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특히 개인 화장실은 삶의 질을 높인다. 같은 집에 사는 재화 언니에게 끝내 화장실을 내주지 않았던 자기만의 공간 확보였다. 그것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리라.

 

아무래도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의 영향인지 영화적인 스토리였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소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우리의 미래를 한 번쯤 예상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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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구매 손원평의 다음 책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짧아지기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참* | 2022.02.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몬드'작가 손원평이 낸 단편집인 줄 모르고 주문했다가 엇 단편이었구나 라고 알아챘다. 장편에 강한 작가로 생각했다가 짧은 단편을 만나니 조금 당황스럽긴 해도 다루는 소재가 재밌었다. AI 복지정책이 시행되는 미래의 세계를 다룬 "아리아드네 정원"이랑 남의 집에 살며 남는 공간을 또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는 사람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타인의 집"은 상상력;
리뷰제목

'아몬드'작가 손원평이 낸 단편집인 줄 모르고 주문했다가 엇 단편이었구나 라고 알아챘다.
장편에 강한 작가로 생각했다가 짧은 단편을 만나니 조금 당황스럽긴 해도 다루는 소재가 재밌었다.
AI 복지정책이 시행되는 미래의 세계를 다룬 "아리아드네 정원"이랑 남의 집에 살며 남는 공간을 또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는 사람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타인의 집"은 상상력을 펼쳐보게 한다.
4번째 책을 다 읽고나니 그녀의 다음 편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이게 고민이 될 만큼 멋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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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우*니 | 2022.0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들어가는 말 아몬드라는 소설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소설집이다. 단순히 이 책을 위해 써진 글도 아니고, 17년부터 여기저기 발표된 단편을 모아 묶은 소설집이다. 기존에 발표된 단편들을 모아 묶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독자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보석 같은 작가의 단편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어;
리뷰제목

들어가는 말

아몬드라는 소설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소설집이다. 단순히 이 책을 위해 써진 글도 아니고, 17년부터 여기저기 발표된 단편을 모아 묶은 소설집이다.

기존에 발표된 단편들을 모아 묶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독자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보석 같은 작가의 단편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미 발표된 작품을 굳이 다시 묶어 책으로 펴낸 출판사의 의도는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작가의 다양한 색이 들어있는 단편을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하고, 여러 색체의 단편들을 모아 보면서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작가의 사상이나 혹은 투영된 시대의 흐름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집은 꽤 묘하다. 처음에는 책을 내기 위해 쭉 써 내려간 단편들이라고 생각했다. 여덟 개의 단편이 비슷한 색채를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 4년 동안 시간차를 두고 써 내려간 단편들이 이렇게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물론,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와의 연관성 때문인지 살짝 어긋나 있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손원평 작가의 확실한 색을, 느낌을 알 수 있게 된 단편집이었다.

불행이 있다

보통 소설집은 수록된 단편 중에서 대표 격인 작품을 제목으로 가져온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집의 제목은 적절했을까. 약간, 의문스럽다.

여덟 개의 단편 중 여섯 개의 이야기는 모두 '집'과 관련이 있다. 물론 물리적인 장소의 집과 상징적인 집을 의미한다. 4월의 눈에서는 부부 사이의 비극과 슬픔, 괴물들은 가정폭력과 부모, 자식의 단절. zip은 부부의 잘못된 결합, 아리아드네 정원에서는 가정이 부재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타인의 집에서는 세입자의 세입자로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서 내가 일관되게 느낀 것은, 나와 타인이 만나 이루는 집이라는 공간과 공감각의 쓸모없음이었다. 주인공들은 갈등이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은데, 이마저도 개운함은 없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주. 그 광활한 희망과 가능성과 무지와 미지의 세계는, 단순히 '집'+'집'이라는 사칙연산 중 단 하나 더하기만으로 완성되었다. 그렇게도 단순한 것. 우리의 세계. 하지만 결국 더하기라는 것은, 홀로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홀로 될 수 없다는 것이 타인과의 부대낌을 야기하고 만다.

집을 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타인과의 결합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우주는 결국 타인과의 갈등으로 금이가고 삭아간다. 갈등의 해소는 결국 타인의 배제. 그러나 우리가 갈등을 회피하고자 갈등을, 타인을 배제하는 순간, 결국 우주는 무너져 내린다.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와의 연관성 때문인지 갑자기 훈훈한 바람이 불어 당황스러웠다. 아몬드와 겹치는 장면이 반갑고 재미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집의 색과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고, 주인공이 가진 생각과 다르게 사건에 개입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사건으로 주인공의 생각이 변하는 모습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인간 본연의 심성이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흔히 문학 스캔들로 가끔 언급되는 도용과 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연찮게 재도용되는 소설과 결국은 피해자로 남는 원작자의 이야기. 그렇게 큰 느낌이 남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열리지 않은 책방은 해설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작가의 필치와 좀 괘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글이란 것이 쓰다 보면 가끔 다른 것도 쓰고 싶은 법이다. 매일 양념치킨만 먹을 수는 없으니 가끔 반반이나 후라이드를 먹는달까. 아몬드나 본 책의 다른 단편들에서 보여주는 서사가 없이 약간 몽환적이고 흐릿한 작품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글에 개연성이나 논리는 없다는 것. 대신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극도의 추상으로 범벅된 작품이다.

역시, 역시.

개인적으로 단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가능하면 장편, 못해도 중편 정도의 길이를 좋아한다. 가능한 서사를 많이 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길 바란다.

작가는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글의 장점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라는 것.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받거나, 오해를 다잡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난 글을 쓸 때에도 가능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서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면에서, 소설이라는 글이 너무 구체적이면 금세 지루해져 버린다.

내가 아직까지 갖추지 못한 능력이 그런 것 같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가 글 속에서 자연스레 깨닫거나 느낄 수 있게 적는 것. 하지만 아무리 빼어난 작가라도 어느 정도 지면을 할애해야만 독자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단편집은 좀 부족하다. 내 상상력, 혹은 내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짧은 지면 속에서 주인공의 모든 서사를 느끼고 추측하고 상상하기에는 내가 너무 굳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소설집 거의 모든 부분에서 느껴지는 가슴 답답함과 무거움, 쓸쓸함과 안타까움은 각각 소설이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음 소설이, 그 전 소설이, 마지막 소설이 부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마케팅이, 브랜딩이 답이라지만, 서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소설들을 보자면,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소설집 역시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역시 아몬드의 후광을 무시하긴 어렵다고도 느꼈다. 최근 읽은 여러 젊은 신예 작가님들의 단편집과 비교했을 때, '비교불가' 수준으로 빼어난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감성 출판'시대에, 아픔의 소설이라니. 약간은 취향 저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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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7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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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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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8 | 2022.03.31
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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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미 | 2022.03.03
구매 평점4점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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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 |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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