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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 이토록 풍부한 여성영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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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6g | 133*200*14mm
ISBN13 9788960906808
ISBN10 8960906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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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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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은 그 질문에 매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그저 “있어 보이는 무언가”에 대해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 그래서 대학생 때부
터 쭉 써왔던 노트 열 권을 찬찬히 뒤졌다.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이 〈콩나물〉의 아이디어였다. 한 소녀가 심부름을 갔다가 실패한다. 하지만 그 과정만은 참 재미있었다는 이야
기.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래서 생각했다.
“실패해도 괜찮다. 대단한 걸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자.”
--- p.36

안기는 장면도, 눈을 뜨는 장면도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의 순간에 이토록 사로잡힌 것은, 그것이 벅차오르는 사랑과 아득한 상실 사이에 존재하는 좀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 영화의 끝, 은희는 그 틈새를 충분히 살아냈기 때문에 “삶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영지의 말과 다시 만나게 된다.
--- p.49~50

비단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조연들의 이야기 역시 이런 작은 성냥개비들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 작은 성냥개비 하나하나에 캐릭터를 살려내는 세심한 설정들이 숨어 있다. 그는 “주연이냐 조연이냐에 따라 작품 속에서 가지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떤 인물도 도구로만 소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영화에서 주연뿐 아니라 조연 역시 빛나는 이유다. 이 태도가 실패 없이 인간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 p.69

보희는 보고 따라할 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에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타인의 사정 앞에서 잠깐 멈춰 서서 질문하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른이 되어간다. ‘내’가 아니라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형편과 이야기들이 얽혀 있는 바로 그 세계를.
--- p.95

유은정은 “2016년 이후, 페미니즘 흐름 속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섣부르게 희망을 말할 수는 없지만, 변화를 꿈꾸고 연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고 덧붙였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 p.106~109

‘밀레니얼 감독’이라고 불리는 윤단비의 영화는 밀레니얼 시대의 영상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남매의 여름밤〉의 카메라는 단 한 번도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의 무게에 책임을 지고 한자리에 앉아, 묵묵하게 인물과 사물에 시선을 뻗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그저 도구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였다.
영화가 자아내는 노스탤지어가 다른 무엇보다 사라져가고 있는 ‘영화적인 것’에 대한 향수로 다가왔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길이 든 전축과 낡은 재봉틀처럼,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아날로그 기계들에서 필름 영화의 질감을 느꼈다.
--- p.175~176

섹슈얼리티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여성 신체를 안전지대에 놓으려 하기보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여성의 힘으로 전유하는 시도가 〈러브세트〉에 서 펼쳐진다. 그렇게 등장하는 배두나의 신체는 압도적이고, 그가 틀어쥐고 있는 시선의 힘은 강인하다. 이지은의 얼굴에는 그가 배우로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밀한 욕망이 떠오른다. 이경미는 덧붙였다.
“그렇게 아름다운데, 왜 가려야 하죠?”
--- p.194

1997년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그 시작을 알렸던 서울여성영화제는 본격적으로 ‘여성영화’를 소개하고 여성들이 모여 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친밀한 문화의 장을 열었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제1회부터 제5회까지 서울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에서 개최되었는데, 영화제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 시기를 여성영화제 ‘대학로 시절’이라 불렀다. 대학로 시절, 영화 한 편의 상영이 끝나고 흥분한 여성들이 동숭아트센터 앞 작은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영화를 기다리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영화제가 문화의 장이자 여성들의 광장 역할을 하던 시절, 그 자양분을 먹고 한국의 영화문화는 성장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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