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는 일입니다. 가까워야 할 가족이지만 가족이라 해서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고, 시골에 사는 나이 많은 할머니와는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도시 손녀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작가 플뢰르 우리가 쓰고 그린 《일요일, 어느 멋진 날》은 이렇게 닿을 수 없을 만큼 멀고 어색한 할머니와 손녀 클레망틴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
좋아하는 작가님이 번역자로 참여하신 그림책이라서
더더욱이 애정이 가는 프랑스 그림책.
환한 색감과 함께, 그림책이 그러하듯
많은 글이 아니어도, 상황을 느끼게 하는 쉼표가 있는 책이라,
유아에서 어린이, 아니 저처럼 부모의 입장에서도
훈훈한 세대공감의 느낌을 즐겨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작가 플뢰르 우리의 설명으로 보건데,
자연에 대한 관심과 작품에서의 아름다운 기법이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고요.
더불어, 김하연 작가님은 즤 아이들이
플롯에서 워낙 편안한 재미에 푹 빠지게 되곤 하여서
이번 번역 작업에서도 풀이가 편안하리 기대했더래요.
오늘은 일요일이에요.
클레망틴과 부모님은 할머님 댁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어요.
여느 집안에서 그러하듯,
조부모님에게 예의를 차려야한다고 알려주시는
클레망틴의 부모님. 게다가 할머니는 나이가 많으셔서요,
그런데, 클레망틴은 할머니가 그리 편하지는 않았어요.
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여전히' 몸에 작은 나뭇가지들이 붙어 있었고,
클레망틴은 이런 모습이 좋지 않았더랍니다.
표정은 분명 평화로우시긴한데,
왠지 할머니는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지도 않았구요.
아마, 반응이 없어서 였을까요?
보면서, 상대방이 반응이 없으면
이야기를 안듣는구나 생각을 하게 되곤 하니까,
클레망틴의 심정이 이해가 됬더랍니다.
클레망틴은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스르륵, 할머니의 정원에 나오게 되었는데,
따분했다고 느낀 그 정원에 작은 구멍이 있는 걸 발견했지요.
앗?
그리고, 클레망틴은 할머니를 이해하게 됩니다.
왜일까요?
잘 가려무나, 우리 아가.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또 올게요.
세대를 이어보게 되는 클레망틴과 할머니.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어요.
그저 기다리셨나봅니다.
이제 클레망틴은 일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릴지도 몰라요.
일요일은 더 이상 지루하고 따분한 날이 아니니까요.
할머니가 조금 더 수다스러우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없지않아 들었지만.
아마도, 할머니는 클레망틴이
스스로 흥미로운 세계를 탐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은 아닐까요?
할머니도, 분명 촉이 있으셨을텐데
그저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은.. 하며 말이죠.
기다려주는 할머니,
그리고 자기 감정에 솔직했지만
결국 이해를 하는 그 즐거움을
스스로 깨닫게 된 클레망틴.
감동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음에도,
'탐험'을 함께 경험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같은 영역에서의 '공감'을 보며
훈훈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되는
어린이 그림책 <일요일, 어느 멋진날> 이었답니다.
아이들과 까바('까' 바꾸기)놀이를 하면서 표지 분석하기 좋은 책일 것 같아요. 숲속의 할머니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왜 즐거워하지 않을까요? 할머니는 이미 손녀를 한달 넘게 본 것처럼 피곤해보이구요, 엄마와 아빠는 본인들만 즐거운 여름휴가 이야기를 열심히 하지만 할머니는 듣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정원의 작은 구멍에 대단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죠? 직접 책을 읽고 구멍의 비밀을 밝히시길요. 책을 읽는 내내,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났어요. 내 결혼식 하루 전에 돌아가신, 아흔 살 넘게 정정하게 사신 나의 할머니... 언제나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꽂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지면 큰일나는 줄 아셨던 할머니... 농사짓느라 바쁜 부모님대신 나의 유년의 기억을 모두 책임지고 계신 분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이 있는 기억은 딱 한 컷이라면, 할머니와 같이 있는 모습은 여러 장입니다. 서너살 때부터 내 손을 잡고 동네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민화투를 가르쳐주던 모습, 동네 아이들과 놀 때면 그 옆에서 묵묵히 부채를 부쳐주는 모습, 산에서 언니가 독사에 물렸을 때 1초의 고민도 없이 독을 빨아내던 모습... 할머니는 처음 만날 때부터 할머니였는데 한번도 내 옆에서 사라질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다 자라서도 당연히 옆에 있는 분이라 생각하고 그 좋아하시던 소주 한잔 같이 못 마신 것이 후회가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기를 소망해봅니다.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부모님 몰래 할머니랑만 공유하는 기억도 생기겠죠? 이번 일요일에는 아이들 할머니집에 가야겠습니다. *****키위북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