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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리뷰 총점9.0 리뷰 16건 | 판매지수 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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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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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2회 동인문학상 수상
윤성희 소설 『날마다 만우절』 - 만우절 에디션 어나더커버, 실제본 증정
2월의 굿즈 : 산리오캐릭터즈 독서대/데스크 매트/굿리더 더플백/펜 파우치/스터디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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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76g | 133*200*30mm
ISBN13 9788954680691
ISBN10 8954680690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작가 윤성희가 선보이는 다정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세계. 책에 수록한 11편의 소설을 통해 그는 여성 서사부터 성장과 가족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보통의 날들에 알알이 박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단정하게 꾸밈없이 그려낸 생생한 삶의 풍경들이, 책 곳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기다린다.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여름방학 _007
여섯 번의 깁스 _033
남은 기억 _061
어느 밤 _087
어제 꾼 꿈 _113
네모난 기억 _141
눈꺼풀 _16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_197
블랙홀 _225
스위치 _253
날마다 만우절 _281

작가의 말_309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런 이름들이 있다. 듣기만 해도 공부를 잘했을 것만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부모님에게 사랑받았을 것만 같은 이름. 나는 노트에 적은 이름들을 하나씩 중얼거려보았다. 내가 원하는 이름은 뭘까? 듣기만 해도…… 청춘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운이 좋을 것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긴 머리가 어울릴 것 같은 이름. 아니, 그런 이름들은 아니었다. 그래,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 pp.17~18, 「여름방학」

나는 오늘이 방학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맨바닥에 누웠다.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니 마루에 누워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이 하늘에 있다고 상상해보았다. 그만 뒹굴거려. 누군가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만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부러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말해보았다.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던 어머니에게 하던 것처럼.
--- p.19, 「여름방학」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음,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지.” 나는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펜을 꺼내와 ‘내 자리’라고 쓰인 낙서 옆에 새 낙서를 했다. ‘그래, 니 자리.’ 그러고 나자 그냥 어른이 된 나 자신이 그다지 실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 pp.55~56, 「여섯 번의 깁스」

나는 주방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전쟁통에 장남을 잃은 엄마를 생각해보았다. 내 큰오빠. 그때 다섯 살이었다. “그 아이를 충청도 어디에 묻었는데 거기가 어딘지 기억이 안 나.”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엄마는 종종 그 말을 했다. 다 지나간다고.
--- p.83, 「남은 기억」

엄마,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나 돈대. 딸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을 감았다 뜨곤 했다. 눈 깜빡할 시간. 그 시간에 빛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 p.96, 「어느 밤」

겁이 많아서 화장실을 갈 때면 꼭 같이 가주어야 했던 동생. 밖에 서 있으면 화장실 안에서 언니, 멀리 가지 마, 하고 말하던 동생. 나는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아 동생을 울리곤 했다. 그런 동생이 흰머리를 하고 내 앞에 서 있었다.
--- p.128, 「어제 꾼 꿈」

민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노트에 자로 반듯하게 네모를 그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노트 한 페이지에 네모를 두 칸 그렸다. 노트를 펼치면 네 칸의 네모가 보이도록. 그걸 오전 내내 들여다보다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그 네모에 각기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러다 알았어. 내가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그래서 민정은 네 칸의 네모 중 한 칸은 반드시 웃는 얼굴을 그려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랬더니 지금 이렇게 되었어.” 민정이 웃었다.
--- p.167 「네모난 기억」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옥상을 빙글빙글 돌았다. 새벽에 옥상을 서성이다보면 가끔 빨래가 널려 있는 집들을 볼 수 있었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빨래 걷는 걸 잊었을까? 나는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빨래가 흔들리면 그 주변의 어둠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착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 p.203,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
--- p.248, 「블랙홀」

눈사람은 며칠 동안이나 녹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방석을 비닐로 싸서 눈사람 안에 들어갔다. 그걸 깔고 앉으면 몇 시간도 있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엄마가 바쁠 때면 내게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던 민선이 누나를 생각했다. 그 안에서는 울어도 창피하지 않았다.
--- p.271, 「스위치」

스위치 같은 거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그 말을 할 때 삼촌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마치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러 온 사람처럼.
--- pp.279~280, 「스위치」

“외로우면 괴팍해지는 거야. 내가 괴팍한 노인이 되거든 니들은 날 보러 오지도 마. 알았지?”
--- p.292, 「날마다 만우절」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할머니는 이미 다 컸잖아요.”
손자가 말했다. 나는 손자에게 아직도 엄마한테 혼나는 꿈을 꾼다고 말해주었다.
손자는 누구한테도 혼나는 꿈은 꾼 적이 없다고 대꾸했다.
자기는 꿈속에서도 착한 아이라고.

나는 어떤 아이였고 이제 어떤 사람으로 나이들어갈까
정갈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은 냉소보다는 다정을,
기술보다는 유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통과할 시간의 주름을 펼쳐 보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부드럽고 깊은 11편의 이야기

소설집의 전반부에는 최근 윤성희 작가가 활달하게 써내고 있는 노년 여성 서사가 주로 배치되어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여름방학」의 ‘나’는 오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잘린 참이다. 적금 만기를 몇 달 앞두고 퇴직하게 된 상황이 불만스러울 법도 한데 ‘나’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퇴직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한다. 그 첫번째는 오래 일한 자신을 위해 꽃다발을 사기, 두번째는 축하주 마시기, 그리고 세번째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나’에게 이름을 바꾼다는 건 “오빠들과 돌림자를 쓰는 게 평생 짐”(15쪽)이었던 시간과 헤어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를 돌보며 ‘미치지 않기 위해’ 애써온 ‘나’는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18쪽)을 갖기 위해 여러 후보들을 나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퇴직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오래전 헤어진 연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남은 기억」의 ‘나’ 또한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영순’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영순의 용건은 오래전 자신의 남편과 내연관계였던 여자와 남편의 회사에서 일하다 공금횡령을 했던 남자가 결혼해서 차린 국숫집이 대박이 났는데, 그 국숫집에 함께 가서 욕을 해달라는 것.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으면서도, ‘나’는 자신의 아들이 어렸을 때 아들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었던 영순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기에 영순을 따라 그곳에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와 영순이 함께 국숫집으로 가는 하루의 여정 동안, 서로 만나지 않았던 수십 년의 간격이 조금씩 메워지며 서로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다.
이어지는 작품인 「어느 밤」에 나오는 육십대의 할머니 ‘나’는 어떤가. ‘나’는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놀이터에 세워진 분홍색 킥보드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훔친다. 지쳐 있던 ‘나’에게 바퀴의 불이 커졌다 꺼지는 것이 마치 자신을 갖고 가라는 신호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킥보드를 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단지를 돌다보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도, 딸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도,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픔도 서서히 희미해지는 듯하다. 그렇게 매일 킥보드를 타던 어느 밤, ‘나’는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가만히 누운 채 구조를 기다리는 ‘나’의 머릿속으로 지난 인생이 흘러간다.
막연하게 정적이고 노련하리라고 여겨지는 노년의 삶은 이렇게 윤성희를 통과함으로써 생생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수십 년 써온 이름을 개명하기로 결심할 때, 친구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날 때, 놀이터에서 훔친 킥보드를 타고 달릴 때, 그럴 때 우리의 시간은 고요히 멈춰 있기를 거부하고 어느 때보다 맹렬하고 생기롭게 흘러간다는 것을 윤성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우리가 마주할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어떻게 우리를 잡아끄는지에 대해서라면 「눈꺼풀」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을 살펴보면 된다. 두 작품에는 모두 십대 남자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눈꺼풀」의 ‘나’는 단짝 친구가 핑계를 대고 다른 친구들과 놀러간 것에 상심해 낯선 동네로 갔다가, 차선을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에 치여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족의 목소리는 ‘나’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시시한 존재’가 아님을 부드럽게 상기시킨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증명왕’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의 ‘나’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증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성년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외로운 사람이 감기에 더 잘 걸리느냐’는 물음에도, ‘왜 그렇게 동생이 미워졌는지’에 대해서도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나’는 자신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지켜주던 옆집 형이 왜 뉴스에 나올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다만 명백히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의 삶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걸, 그것이 성장의 다른 면이기도 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챈다.
마지막에 놓인 세 단편 「블랙홀」 「스위치」 「날마다 만우절」은 우리가 그 시절을 지나온 후에도 선명하게 해석되지 않는, 누구에게나 뚫려 있는 검은 구멍을 들여다본다. 「블랙홀」 속 세 명의 자식은 어머니가 감옥에 간 뒤 집을 팔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체육대회가 열린 날 동네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넣어 감옥에 간 어머니. 어머니는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자식들의 대화들 사이로 각자의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기던 순간들이 비쳐 보인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둘이 다가와 언니에게 영혼이 맑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갑자기 화가 났어. 나도 모르게 여자를 밀었지.”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넘어졌다. 언니는 들고 있던 꽃다발로 넘어진 여자의 얼굴을 때렸다. (…) 언니는 미리를 낳을 때까지 매일 그 일을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247~248쪽)

그런데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건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검은 구멍이 생겼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 어느 시기 자신을 아껴준 사람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멈춰 세운다. 「스위치」의 ‘나’가 교도소에 있는 막냇삼촌을 면회하러 가는 동안 삼촌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선명히 떠올리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삼촌은 “내게 눈사람을 만들어주었”(270쪽)고 “새벽마다 오줌이 마렵다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았”(272쪽)고 “조카들 중 나를 제일로 예뻐했다”(273쪽). 물론 이러한 회상이 삼촌의 행동을 옹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소설은 그에 대해 확정적인 대답을 내놓는 대신 다른 가능성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인 「날마다 만우절」에 그 가능성이 담겨 있다.
‘나’의 가족은 삼 년 만에 고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삼 년 전 아빠와 고모가 싸운 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냈는데,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에게 고모는 “그거 거짓말이야. 다들 속았지”(296쪽)라고 말하며 웃는다. 안도와 황당함이 지나간 뒤, “그런 거짓말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302쪽)라는 말을 시작으로 가족은 각자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내보인다. 거짓말일 수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는 각자의 내밀한 사연이 ‘거짓말’의 외피를 두르고 가볍게 던져질 때, 마음을 답답하게 옥죄던 비밀의 부피가 조금씩 줄어들며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채워질 공간이 생겨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의 방식을 통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만들기. 윤성희의 소설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날카로운 날을 부드럽게 만들어내는 이 전환의 마법이 아닐까.
이 마법이 이루어지기까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윤성희의 이번 소설들이 일생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아우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설집 전반부에 자리한 노년 서사와 후반부에 이어지는 성장-가족 서사를 연결하는 「네모난 기억」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전환의 마법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이번 소설집의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대학교 신입생인 ‘정민’은 우연히 ‘민정’을 보고 짝사랑에 빠져 민정이 부회장으로 있는 ‘네모네모’라는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다. 순조로운 연애의 도입부로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사고 이후 정민과 민정의 삶은 전혀 다른 궤도를 흐르게 되는데, 끊어질 듯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건 바로 ‘장례식장’이다. 정민과 민정은 몇 년에 한 번씩 장례식장에서 마주치며 서로의 주위를 맴돌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 탓에 결정적으로 가까워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민이 민정에게 말한다. “한 번만 더 장례식장에서 만나거든 그땐 사귀자”(157~158쪽)고.
그렇게 장례식장은 오래전 이루어지지 못한 상대와 재회하는 공간으로, 먼 훗날의 사랑을 약속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는 소설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과 함께 읽힐 때 좀더 풍부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그 말은 윤성희의 소설을 거쳐 이렇게 해석된다. 지금의 삶이 버거워 보이더라도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그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은 끝에 인물들이 손에 쥐게 된 결론이기에, 허무맹랑한 위로가 아니라 맞춤한 옷을 덮어주듯 부드러운 온기로 우리를 감싼다. 그렇기 때문에 윤성희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단정한 마음이 되어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좋은 문학작품이 드물게 그런 순간을 선사하듯이, 윤성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우리에게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윤성희의 소설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상형문자 같아서 긴 시간의 감정이 그 안에 응축돼 있는데, 그 문자를 마음을 다해 천천히 더듬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만 모든 것이 전달된다. 「어느 밤」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홀로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 한 노년 여성이 써나가는 자서전이다.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 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으니,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_김승옥문학상 심사평에서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사람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멍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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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날마다 만우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2 | 2023.0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날마다만우절 . 윤성희 . 문학동네   따뜻한신발을신 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 나는뭐가되었을까 ? / 55 . 여섯번의깁스         + 단편열하나 - 여름방학 지금누군가날본다면 비도오지않았는데 옷이젖은걸 이상하게여길것만같았다 젖은옷이 몸에달라붙었다 속옷이비칠것이다 누가보면어때 나는 창;
리뷰제목


 

 

날마다만우절 . 윤성희 . 문학동네

 

따뜻한신발을신

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

나는뭐가되었을까 ?

/ 55 . 여섯번의깁스

 

 

 

 

+

단편열하나

-

여름방학

지금누군가날본다면

비도오지않았는데

옷이젖은걸

이상하게여길것만같았다

젖은옷이

몸에달라붙었다

속옷이비칠것이다

누가보면어때

나는

창피해하지말자고생각했다

여름방학때는

누구나물놀이를하는법이니까 /32

-

여섯번의깁스

응급차에실려가면서

나는이정도사고면

갈비뼈는부러졌을거라는

생각이들었다

재수없으면

엉치뼈나다리가

부러졌을것이다

이번이여섯번째네

지금까지살면서

나는네번의절교와

한번의파혼을당했다

네번의절교와

한번의왕따를당한뒤

선물처럼찾아온

단짝친구의죽음과

아버지의죽음을겪었다

두번이나이직을했고,

스트레스로탈모를겪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여섯뻔째로

뼈가부러지는사고를당했다

그렇게애를써서

나는그냥어른이되었다

그생각을하자

헛웃음이나왔다 /59

-

남은기억

그리고그딴생각하지마요

그러면불면증걸려 /82

-

어느밤

너무걱정하지말라고

곧누군가

땡하고외쳐줄거라고

얼음땡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땡하고말해줘야

집에갈수있는거라고

그러자

청년이웃었다

흐흐흐,

그렇게웃었다

조금있으면

구급대원이도착할거예요

그러면

제가땡이라고말해줄게요 /109

-

어제꾼꿈

나는막대기를저으며

속으로주문을외웠다

아들따라다니는

꼬마유령사라지게해주세요

딸이일이주일에

한번씩전화하게해주세요

지후에게막대기를건네주며

나는속으로주문을외웠다고말했다

"무슨주문인지말해주면안돼요?"

지후가물어서

나는지후의귀에대고속삭였다

"할머니가되고싶다고빌었어

손주가태어나면

구연동화도해주겠다고"

지후가올해주문이성공하면

내년에도같이하자고말해서

나는그러자고했다

새끼손가락을걸고약속을했다

그러자이모든게

내가어젯밤꾼꿈처럼느껴졌다 /139

-

네모난기억

그러면서

뒤늦은후회를했다

민정의소식을들었을때

화를내면안되었다

걱정을했어야했다

자신이그것밖에

안되는놈이라는사실때문에

정민은실망스러웠다 /162

-

눈꺼풀

세상에,

눈꺼풀이너무나무거웠다

이무거운눈꺼풀을

들어올릴수만있다면

앞으로뭐든지

할수있을것만같았다 /195

-

아무도미워하지않는밤

정말,

정말좋았어요

그순간이 /223

-

블랙홀

그날이후·······

뭐랄까,

마음에커다란구멍이뚫린것만같아

블랙홀같은거

조금만잘못해도

그안으로빨려들어갈것만같았어 /248

-

스위치

스위치같은거야

그렇게이상한놈이되는건

버튼하나로

왔다갔다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잘켜고있어야해 /279

-

날마다만우절

"오빠도, 순진도하지 . 그걸믿고"

그러면서고모가또웃었다

그말에엄마도웃었다

두분이하도기분좋게웃어서

나는고모가계속계속

거짓말을해주길바랐다 /300

++

첫단편부터

마지막단편까지

한장한장

소중히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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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날마다 만우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종***기 | 2022.05.2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책 제 목   날마다 만우절   저      자   윤성희    출 판 사    문학동네   여러권의 소설이 묘하게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어느 작가마다 꼬리표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위로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오곤 했다.” 이 말을;
리뷰제목
  책 제   날마다 만우절
  저      자   윤성희 
  출 판 사    문학동네


 

여러권의 소설이 묘하게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어느 작가마다 꼬리표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위로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오곤 했다. 이 말을 듣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 했다. 여름방학의 중년의 여성이 퇴직을 한다. 그러나 누구하나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맥주집에 갔는데 혼자 맥주를 먹게 된다. 혼자이고 싶어서는 아니다.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어떤 이름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게 된다. 한번의 헤어짐으로 혼자 살게 된다. 그러고 퇴직하고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만나 봤다. 남자는 혼자가 된 상황을 이야기 한다. 

27) 선선해지거든 우리 도시락 싸가지고 공원에 가요. 나는 팥빙수에 들어 있는 인절미를 골라먹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 

무엇을 원해서 왔을까? 여섯번의 깁스는 6번의 깁스를 하면서 삶의 변화를 보게 된다. 첫 깁스는 친구 윤정이의 추억으로 시작 된다. 마지막 깁스는 윤정의 아들과의 추억으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깁스는 차량 충돌로 또 깁스를 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단편소설은 끝이난다.

단짝의 친구는 서른 네 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깁스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의 상처가 생기고 깁스로 회복을 하면서 삶은 어느덧 그냥 어른이 되어 버리게 해 버렸다. 또 깁스를 하게 되었고, 언젠간 내가 살아 있다면 깁스를 하게 될 것이다.

59) 이번이 여섯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겼었다. ...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나이들어서 어린이 놀이터의 킥보드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킥보드를 보관한다. 숨겨 둔다고 말하는게 맞을거 같다. 남편이 속상하게 되면 신나게 킥보드를 탄다. 이제는 제법 속도를 즐기기 시작 했다. 노래도 부르면서 타는 즐거움이란 말을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속도를 너무 낸거 같다. 넘어지고 말았다. 어느 청년이 나를 발견해서 구급차가 오기까지 기다린다. 어릴적 딸과의 얼음땡 게임의 추억이 생각난다. 자식이라고 해 봐야 지금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109) , 가끔 얼음이 되어야겠다고. 나는 청년에게 지금은 술래를 피해 얼음이 된 거라고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곧 누군가 땡 하고 외쳐줄 거라고. 얼음땡 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 땡 하고 말해줘야 집에 갈 수 있는 거라고. 그러자 청년이 웃었다. 흐흐흐 111) 구급대원들이 달려왔다. 그러자 청년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땡이에요. 그래서 나도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도 땡 그러니 이제 집에 가요. 

얼음이 되어 버리고 싶은 마음, 신나게 속도를 즐기는 중년의 여성 이제 얼음에서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거 같다.이제 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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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날마다 만우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삶**소 | 2022.05.10 | 추천12 | 댓글2 리뷰제목
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은 11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힘들다고 홀로 무너지지 않는다. 끝없이 감정의 밑바닥을 파고들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찾고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화가 나 혼자 소심한 욕을 내뱉;
리뷰제목


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11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힘들다고 홀로 무너지지 않는다.

끝없이 감정의 밑바닥을 파고들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찾고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화가 나 혼자 소심한 욕을 내뱉고, 놀이터에 세워진 킥보드를 훔쳐 타고 다니다 다치고,

눈 속에 파묻힌 세발자전거를 타고, 어린 조카 손녀의 마녀 주문에 함께하는 등

그런 그들의 행동에서 삶의 빛과 희망을 보게 되고 웃음 짓게 된다.

이런 캐릭터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마지막 단편소설이 날마다 만우절이기에 이 단편을 만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은 단편 하나하나가 다 맘에 들어서 매일 하나씩 아껴서 읽었다.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마지막에 만난 날마다 만우절은 기분 좋게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하는 어른들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읽다 보면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어떤 그럴싸한 거짓말을 해볼까 하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일 년에 한 번 이젠 아이들만의 장난 가득한 만우절이 아니라

모두를 웃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날마다 만우절은 대환영이다.

 

 

작가 윤성희 작품으로 처음 만난날마다 만우절에 대한 주변인들의 극찬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단편소설을 이해하기 힘든 나에겐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단편소설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을 길지 않은 글을 통해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나름의 변명을 해본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은 것 같아서 항상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때문이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단편의 틀을 깨준 이 책이 너무 소중해서 꼭 다시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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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신발을신고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나는뭐가되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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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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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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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둥***룽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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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슴에 구멍이 있다. 다른 사람의 구멍을 들여다보며 못되게도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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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더***리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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