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7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80691 |
ISBN10 | 8954680690 |
발행일 | 2021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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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7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80691 |
ISBN10 | 8954680690 |
MD 한마디
작가 윤성희가 선보이는 다정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세계. 책에 수록한 11편의 소설을 통해 그는 여성 서사부터 성장과 가족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보통의 날들에 알알이 박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단정하게 꾸밈없이 그려낸 생생한 삶의 풍경들이, 책 곳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기다린다. -소설MD 박형욱
여름방학 _007 여섯 번의 깁스 _033 남은 기억 _061 어느 밤 _087 어제 꾼 꿈 _113 네모난 기억 _141 눈꺼풀 _16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_197 블랙홀 _225 스위치 _253 날마다 만우절 _281 작가의 말_309 |
날마다만우절 . 윤성희 . 문학동네
따뜻한신발을신
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
나는뭐가되었을까 ?
/ 55 . 여섯번의깁스
+
단편열하나
-
여름방학
지금누군가날본다면
비도오지않았는데
옷이젖은걸
이상하게여길것만같았다
젖은옷이
몸에달라붙었다
속옷이비칠것이다
누가보면어때
나는
창피해하지말자고생각했다
여름방학때는
누구나물놀이를하는법이니까 /32
-
여섯번의깁스
응급차에실려가면서
나는이정도사고면
갈비뼈는부러졌을거라는
생각이들었다
재수없으면
엉치뼈나다리가
부러졌을것이다
이번이여섯번째네
지금까지살면서
나는네번의절교와
한번의파혼을당했다
네번의절교와
한번의왕따를당한뒤
선물처럼찾아온
단짝친구의죽음과
아버지의죽음을겪었다
두번이나이직을했고,
스트레스로탈모를겪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여섯뻔째로
뼈가부러지는사고를당했다
그렇게애를써서
나는그냥어른이되었다
그생각을하자
헛웃음이나왔다 /59
-
남은기억
그리고그딴생각하지마요
그러면불면증걸려 /82
-
어느밤
너무걱정하지말라고
곧누군가
땡하고외쳐줄거라고
얼음땡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땡하고말해줘야
집에갈수있는거라고
그러자
청년이웃었다
흐흐흐,
그렇게웃었다
조금있으면
구급대원이도착할거예요
그러면
제가땡이라고말해줄게요 /109
-
어제꾼꿈
나는막대기를저으며
속으로주문을외웠다
아들따라다니는
꼬마유령사라지게해주세요
딸이일이주일에
한번씩전화하게해주세요
지후에게막대기를건네주며
나는속으로주문을외웠다고말했다
"무슨주문인지말해주면안돼요?"
지후가물어서
나는지후의귀에대고속삭였다
"할머니가되고싶다고빌었어
손주가태어나면
구연동화도해주겠다고"
지후가올해주문이성공하면
내년에도같이하자고말해서
나는그러자고했다
새끼손가락을걸고약속을했다
그러자이모든게
내가어젯밤꾼꿈처럼느껴졌다 /139
-
네모난기억
그러면서
뒤늦은후회를했다
민정의소식을들었을때
화를내면안되었다
걱정을했어야했다
자신이그것밖에
안되는놈이라는사실때문에
정민은실망스러웠다 /162
-
눈꺼풀
세상에,
눈꺼풀이너무나무거웠다
이무거운눈꺼풀을
들어올릴수만있다면
앞으로뭐든지
할수있을것만같았다 /195
-
아무도미워하지않는밤
정말,
정말좋았어요
그순간이 /223
-
블랙홀
그날이후·······
뭐랄까,
마음에커다란구멍이뚫린것만같아
블랙홀같은거
조금만잘못해도
그안으로빨려들어갈것만같았어 /248
-
스위치
스위치같은거야
그렇게이상한놈이되는건
버튼하나로
왔다갔다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잘켜고있어야해 /279
-
날마다만우절
"오빠도, 순진도하지 . 그걸믿고"
그러면서고모가또웃었다
그말에엄마도웃었다
두분이하도기분좋게웃어서
나는고모가계속계속
거짓말을해주길바랐다 /300
++
첫단편부터
마지막단편까지
한장한장
소중히넘겼다-
책 제 목 | 날마다 만우절 |
저 자 | 윤성희 |
출 판 사 | 문학동네 |
여러권의 소설이 묘하게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어느 작가마다 꼬리표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위로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오곤 했다.” 이 말을 듣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 했다. 여름방학의 중년의 여성이 퇴직을 한다. 그러나 누구하나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맥주집에 갔는데 혼자 맥주를 먹게 된다. 혼자이고 싶어서는 아니다.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어떤 이름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게 된다. 한번의 헤어짐으로 혼자 살게 된다. 그러고 퇴직하고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만나 봤다. 남자는 혼자가 된 상황을 이야기 한다.
27) 선선해지거든 우리 도시락 싸가지고 공원에 가요. 나는 팥빙수에 들어 있는 인절미를 골라먹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
무엇을 원해서 왔을까? 여섯번의 깁스는 6번의 깁스를 하면서 삶의 변화를 보게 된다. 첫 깁스는 친구 윤정이의 추억으로 시작 된다. 마지막 깁스는 윤정의 아들과의 추억으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깁스는 차량 충돌로 또 깁스를 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단편소설은 끝이난다.
단짝의 친구는 서른 네 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깁스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의 상처가 생기고 깁스로 회복을 하면서 삶은 어느덧 그냥 어른이 되어 버리게 해 버렸다. 또 깁스를 하게 되었고, 언젠간 내가 살아 있다면 깁스를 하게 될 것이다.
59) 이번이 여섯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겼었다. ...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나이들어서 어린이 놀이터의 킥보드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킥보드를 보관한다. 숨겨 둔다고 말하는게 맞을거 같다. 남편이 속상하게 되면 신나게 킥보드를 탄다. 이제는 제법 속도를 즐기기 시작 했다. 노래도 부르면서 타는 즐거움이란 말을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속도를 너무 낸거 같다. 넘어지고 말았다. 어느 청년이 나를 발견해서 구급차가 오기까지 기다린다. 어릴적 딸과의 얼음땡 게임의 추억이 생각난다. 자식이라고 해 봐야 지금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109) 아, 가끔 얼음이 되어야겠다고. 나는 청년에게 지금은 술래를 피해 얼음이 된 거라고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곧 누군가 땡 하고 외쳐줄 거라고. 얼음땡 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 땡 하고 말해줘야 집에 갈 수 있는 거라고. 그러자 청년이 웃었다. 흐흐흐 111) 구급대원들이 달려왔다. 그러자 청년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땡이에요. 그래서 나도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도 땡 그러니 이제 집에 가요.
얼음이 되어 버리고 싶은 마음, 신나게 속도를 즐기는 중년의 여성 이제 얼음에서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거 같다.이제 땡이에요.
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은 11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힘들다고 홀로 무너지지 않는다.
끝없이 감정의 밑바닥을 파고들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찾고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화가 나 혼자 소심한 욕을 내뱉고, 놀이터에 세워진 킥보드를 훔쳐 타고 다니다 다치고,
눈 속에 파묻힌 세발자전거를 타고, 어린 조카 손녀의 마녀 주문에 함께하는 등
그런 그들의 행동에서 삶의 빛과 희망을 보게 되고 웃음 짓게 된다.
이런 캐릭터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마지막 단편소설이 <날마다 만우절>이기에 이 단편을 만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은 단편 하나하나가 다 맘에 들어서 매일 하나씩 아껴서 읽었다.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마지막에 만난 <날마다 만우절>은 기분 좋게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하는 어른들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읽다 보면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어떤 그럴싸한 거짓말을 해볼까 하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일 년에 한 번 이젠 아이들만의 장난 가득한 만우절이 아니라
모두를 웃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날마다 만우절은 대환영이다.
작가 윤성희 작품으로 처음 만난『날마다 만우절』에 대한 주변인들의 극찬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단편소설을 이해하기 힘든 나에겐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단편소설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을 길지 않은 글을 통해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나름의 변명을 해본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은 것 같아서 항상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때문이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단편의 틀을 깨준 이 책이 너무 소중해서 꼭 다시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