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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리뷰 총점9.3 리뷰 10건 | 판매지수 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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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84위 | 소설/시/희곡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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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소설 『날마다 만우절』 - 만우절 에디션 어나더커버, 실제본 증정
더뮤지컬 미니 에디션 1월호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1월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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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76g | 133*200*30mm
ISBN13 9788954680691
ISBN10 895468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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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작가 윤성희가 선보이는 다정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세계. 책에 수록한 11편의 소설을 통해 그는 여성 서사부터 성장과 가족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보통의 날들에 알알이 박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단정하게 꾸밈없이 그려낸 생생한 삶의 풍경들이, 책 곳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기다린다. -소설MD 박형욱

다가올 시간을 새롭게 마주하게 하는 힘,
싱그러운 삶의 조각들로 생동하는 윤성희의 세계
2019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어느 밤」 수록!


완숙하고 예리한 시선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 윤성희의 여섯번째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이 출간되었다.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섯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한 권의 중편소설을 출간하며 기복 없이 고른 작품활동을 이어온 그이지만, 2016년 봄부터 2020년 겨울까지 쓰인 열한 편의 단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그전과는 또다른 아우라를 내뿜으며 윤성희 소설세계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단편소설의 마에스트로’라는 수식을 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특히 ‘훔친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할머니’라는 인상적인 인물을 그려내어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라는 평과 함께 2019 김승옥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어느 밤」을 포함해, 그간 한국문학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노년 여성’의 삶을 다각도로 묘사해내며 “윤성희의 소설과 견줄 수 있는 소설은 윤성희의 소설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문학평론가 이지은), “이만큼이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넘겨받기 적당한 온도로 갈무리해 글로 옮겨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문학평론가 김녕)라는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한데 모인 이번 소설집은 한여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처럼 우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건네받는 듯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여름방학 _007
여섯 번의 깁스 _033
남은 기억 _061
어느 밤 _087
어제 꾼 꿈 _113
네모난 기억 _141
눈꺼풀 _16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_197
블랙홀 _225
스위치 _253
날마다 만우절 _281

작가의 말_309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런 이름들이 있다. 듣기만 해도 공부를 잘했을 것만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부모님에게 사랑받았을 것만 같은 이름. 나는 노트에 적은 이름들을 하나씩 중얼거려보았다. 내가 원하는 이름은 뭘까? 듣기만 해도…… 청춘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운이 좋을 것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긴 머리가 어울릴 것 같은 이름. 아니, 그런 이름들은 아니었다. 그래,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 pp.17~18, 「여름방학」

나는 오늘이 방학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맨바닥에 누웠다.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니 마루에 누워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이 하늘에 있다고 상상해보았다. 그만 뒹굴거려. 누군가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만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부러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말해보았다.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던 어머니에게 하던 것처럼.
--- p.19, 「여름방학」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음,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지.” 나는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펜을 꺼내와 ‘내 자리’라고 쓰인 낙서 옆에 새 낙서를 했다. ‘그래, 니 자리.’ 그러고 나자 그냥 어른이 된 나 자신이 그다지 실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 pp.55~56, 「여섯 번의 깁스」

나는 주방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전쟁통에 장남을 잃은 엄마를 생각해보았다. 내 큰오빠. 그때 다섯 살이었다. “그 아이를 충청도 어디에 묻었는데 거기가 어딘지 기억이 안 나.”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엄마는 종종 그 말을 했다. 다 지나간다고.
--- p.83, 「남은 기억」

엄마,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나 돈대. 딸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을 감았다 뜨곤 했다. 눈 깜빡할 시간. 그 시간에 빛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 p.96, 「어느 밤」

겁이 많아서 화장실을 갈 때면 꼭 같이 가주어야 했던 동생. 밖에 서 있으면 화장실 안에서 언니, 멀리 가지 마, 하고 말하던 동생. 나는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아 동생을 울리곤 했다. 그런 동생이 흰머리를 하고 내 앞에 서 있었다.
--- p.128, 「어제 꾼 꿈」

민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노트에 자로 반듯하게 네모를 그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노트 한 페이지에 네모를 두 칸 그렸다. 노트를 펼치면 네 칸의 네모가 보이도록. 그걸 오전 내내 들여다보다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그 네모에 각기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러다 알았어. 내가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그래서 민정은 네 칸의 네모 중 한 칸은 반드시 웃는 얼굴을 그려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랬더니 지금 이렇게 되었어.” 민정이 웃었다.
--- p.167 「네모난 기억」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옥상을 빙글빙글 돌았다. 새벽에 옥상을 서성이다보면 가끔 빨래가 널려 있는 집들을 볼 수 있었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빨래 걷는 걸 잊었을까? 나는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빨래가 흔들리면 그 주변의 어둠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착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 p.203,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
--- p.248, 「블랙홀」

눈사람은 며칠 동안이나 녹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방석을 비닐로 싸서 눈사람 안에 들어갔다. 그걸 깔고 앉으면 몇 시간도 있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엄마가 바쁠 때면 내게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던 민선이 누나를 생각했다. 그 안에서는 울어도 창피하지 않았다.
--- p.271, 「스위치」

스위치 같은 거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그 말을 할 때 삼촌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마치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러 온 사람처럼.
--- pp.279~280, 「스위치」

“외로우면 괴팍해지는 거야. 내가 괴팍한 노인이 되거든 니들은 날 보러 오지도 마. 알았지?”
--- p.292, 「날마다 만우절」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할머니는 이미 다 컸잖아요.”
손자가 말했다. 나는 손자에게 아직도 엄마한테 혼나는 꿈을 꾼다고 말해주었다.
손자는 누구한테도 혼나는 꿈은 꾼 적이 없다고 대꾸했다.
자기는 꿈속에서도 착한 아이라고.

나는 어떤 아이였고 이제 어떤 사람으로 나이들어갈까
정갈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은 냉소보다는 다정을,
기술보다는 유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통과할 시간의 주름을 펼쳐 보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부드럽고 깊은 11편의 이야기

소설집의 전반부에는 최근 윤성희 작가가 활달하게 써내고 있는 노년 여성 서사가 주로 배치되어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여름방학」의 ‘나’는 오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잘린 참이다. 적금 만기를 몇 달 앞두고 퇴직하게 된 상황이 불만스러울 법도 한데 ‘나’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퇴직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한다. 그 첫번째는 오래 일한 자신을 위해 꽃다발을 사기, 두번째는 축하주 마시기, 그리고 세번째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나’에게 이름을 바꾼다는 건 “오빠들과 돌림자를 쓰는 게 평생 짐”(15쪽)이었던 시간과 헤어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를 돌보며 ‘미치지 않기 위해’ 애써온 ‘나’는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18쪽)을 갖기 위해 여러 후보들을 나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퇴직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오래전 헤어진 연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남은 기억」의 ‘나’ 또한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영순’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영순의 용건은 오래전 자신의 남편과 내연관계였던 여자와 남편의 회사에서 일하다 공금횡령을 했던 남자가 결혼해서 차린 국숫집이 대박이 났는데, 그 국숫집에 함께 가서 욕을 해달라는 것.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으면서도, ‘나’는 자신의 아들이 어렸을 때 아들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었던 영순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기에 영순을 따라 그곳에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와 영순이 함께 국숫집으로 가는 하루의 여정 동안, 서로 만나지 않았던 수십 년의 간격이 조금씩 메워지며 서로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다.
이어지는 작품인 「어느 밤」에 나오는 육십대의 할머니 ‘나’는 어떤가. ‘나’는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놀이터에 세워진 분홍색 킥보드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훔친다. 지쳐 있던 ‘나’에게 바퀴의 불이 커졌다 꺼지는 것이 마치 자신을 갖고 가라는 신호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킥보드를 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단지를 돌다보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도, 딸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도,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픔도 서서히 희미해지는 듯하다. 그렇게 매일 킥보드를 타던 어느 밤, ‘나’는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가만히 누운 채 구조를 기다리는 ‘나’의 머릿속으로 지난 인생이 흘러간다.
막연하게 정적이고 노련하리라고 여겨지는 노년의 삶은 이렇게 윤성희를 통과함으로써 생생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수십 년 써온 이름을 개명하기로 결심할 때, 친구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날 때, 놀이터에서 훔친 킥보드를 타고 달릴 때, 그럴 때 우리의 시간은 고요히 멈춰 있기를 거부하고 어느 때보다 맹렬하고 생기롭게 흘러간다는 것을 윤성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우리가 마주할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어떻게 우리를 잡아끄는지에 대해서라면 「눈꺼풀」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을 살펴보면 된다. 두 작품에는 모두 십대 남자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눈꺼풀」의 ‘나’는 단짝 친구가 핑계를 대고 다른 친구들과 놀러간 것에 상심해 낯선 동네로 갔다가, 차선을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에 치여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족의 목소리는 ‘나’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시시한 존재’가 아님을 부드럽게 상기시킨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증명왕’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의 ‘나’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증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성년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외로운 사람이 감기에 더 잘 걸리느냐’는 물음에도, ‘왜 그렇게 동생이 미워졌는지’에 대해서도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나’는 자신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지켜주던 옆집 형이 왜 뉴스에 나올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다만 명백히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의 삶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걸, 그것이 성장의 다른 면이기도 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챈다.
마지막에 놓인 세 단편 「블랙홀」 「스위치」 「날마다 만우절」은 우리가 그 시절을 지나온 후에도 선명하게 해석되지 않는, 누구에게나 뚫려 있는 검은 구멍을 들여다본다. 「블랙홀」 속 세 명의 자식은 어머니가 감옥에 간 뒤 집을 팔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체육대회가 열린 날 동네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넣어 감옥에 간 어머니. 어머니는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자식들의 대화들 사이로 각자의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기던 순간들이 비쳐 보인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둘이 다가와 언니에게 영혼이 맑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갑자기 화가 났어. 나도 모르게 여자를 밀었지.”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넘어졌다. 언니는 들고 있던 꽃다발로 넘어진 여자의 얼굴을 때렸다. (…) 언니는 미리를 낳을 때까지 매일 그 일을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247~248쪽)

그런데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건 마음속에 검은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검은 구멍이 생겼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 어느 시기 자신을 아껴준 사람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멈춰 세운다. 「스위치」의 ‘나’가 교도소에 있는 막냇삼촌을 면회하러 가는 동안 삼촌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선명히 떠올리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삼촌은 “내게 눈사람을 만들어주었”(270쪽)고 “새벽마다 오줌이 마렵다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았”(272쪽)고 “조카들 중 나를 제일로 예뻐했다”(273쪽). 물론 이러한 회상이 삼촌의 행동을 옹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소설은 그에 대해 확정적인 대답을 내놓는 대신 다른 가능성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인 「날마다 만우절」에 그 가능성이 담겨 있다.
‘나’의 가족은 삼 년 만에 고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삼 년 전 아빠와 고모가 싸운 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냈는데,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에게 고모는 “그거 거짓말이야. 다들 속았지”(296쪽)라고 말하며 웃는다. 안도와 황당함이 지나간 뒤, “그런 거짓말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302쪽)라는 말을 시작으로 가족은 각자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내보인다. 거짓말일 수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는 각자의 내밀한 사연이 ‘거짓말’의 외피를 두르고 가볍게 던져질 때, 마음을 답답하게 옥죄던 비밀의 부피가 조금씩 줄어들며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채워질 공간이 생겨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의 방식을 통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만들기. 윤성희의 소설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날카로운 날을 부드럽게 만들어내는 이 전환의 마법이 아닐까.
이 마법이 이루어지기까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윤성희의 이번 소설들이 일생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아우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설집 전반부에 자리한 노년 서사와 후반부에 이어지는 성장-가족 서사를 연결하는 「네모난 기억」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전환의 마법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이번 소설집의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대학교 신입생인 ‘정민’은 우연히 ‘민정’을 보고 짝사랑에 빠져 민정이 부회장으로 있는 ‘네모네모’라는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다. 순조로운 연애의 도입부로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사고 이후 정민과 민정의 삶은 전혀 다른 궤도를 흐르게 되는데, 끊어질 듯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건 바로 ‘장례식장’이다. 정민과 민정은 몇 년에 한 번씩 장례식장에서 마주치며 서로의 주위를 맴돌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 탓에 결정적으로 가까워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민이 민정에게 말한다. “한 번만 더 장례식장에서 만나거든 그땐 사귀자”(157~158쪽)고.
그렇게 장례식장은 오래전 이루어지지 못한 상대와 재회하는 공간으로, 먼 훗날의 사랑을 약속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는 소설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과 함께 읽힐 때 좀더 풍부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그 말은 윤성희의 소설을 거쳐 이렇게 해석된다. 지금의 삶이 버거워 보이더라도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그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은 끝에 인물들이 손에 쥐게 된 결론이기에, 허무맹랑한 위로가 아니라 맞춤한 옷을 덮어주듯 부드러운 온기로 우리를 감싼다. 그렇기 때문에 윤성희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단정한 마음이 되어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좋은 문학작품이 드물게 그런 순간을 선사하듯이, 윤성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우리에게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윤성희의 소설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상형문자 같아서 긴 시간의 감정이 그 안에 응축돼 있는데, 그 문자를 마음을 다해 천천히 더듬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만 모든 것이 전달된다. 「어느 밤」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홀로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 한 노년 여성이 써나가는 자서전이다.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 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으니,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_김승옥문학상 심사평에서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사람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멍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회원리뷰 (10건) 리뷰 총점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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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날마다 만우절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할***욤 | 2022.01.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도서] 날마다 만우절 리뷰 습관처럼 책을 구매하고 독서를 하곤 한다. 이번에는 읽은 책이 없어서 급하게 구매를 하게 된 도서가 이 <날마다 만우절>이라는 도서였다. 도서는 단편집으로 이뤄져있는데,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면서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크게 울림이 있거나 와닿는 책은 아니었다. 이런 류의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피로도가 쌓인 감도 있는 것 같다.  ;
리뷰제목

[도서] 날마다 만우절 리뷰

습관처럼 책을 구매하고 독서를 하곤 한다.
이번에는 읽은 책이 없어서 급하게 구매를 하게 된 도서가 이 <날마다 만우절>이라는 도서였다.
도서는 단편집으로 이뤄져있는데,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면서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크게 울림이 있거나 와닿는 책은 아니었다.
이런 류의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피로도가 쌓인 감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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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날마다 만우절 리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a | 2022.01.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윤성희 작가님의 날마다 만우절 리뷰입니다. 실상 내용은 흥미진진하다거나 독특할 게 없지만, 윤성희 작가님의 잔잔한 위로가 정말 좋았습니다. 잔잔한 위로를 얻고 싶어서 구매한 책이기도 하기에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단편 구성이나 내용이 조금씩 비슷한 감이 있었지만, 비슷한 분위기로 통합된 단편집이라 생각하면 특히나 취향에 맞는 분들은 많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전체;
리뷰제목

윤성희 작가님의 날마다 만우절 리뷰입니다.

실상 내용은 흥미진진하다거나 독특할 게 없지만, 윤성희 작가님의 잔잔한 위로가 정말 좋았습니다.

잔잔한 위로를 얻고 싶어서 구매한 책이기도 하기에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단편 구성이나 내용이 조금씩 비슷한 감이 있었지만, 비슷한 분위기로 통합된 단편집이라 생각하면 특히나 취향에 맞는 분들은 많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전체의 작품 중 표제작이었던 날마다 만우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위트를 곁들여 위로를 건네는 작가님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보통 이런 식의 이야기 전달은 내공이 쌓인 작가님들이 쓸 수 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새삼 작가님이 더 좋아졌습니다. 좀 더 오래 더 많이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고 싶습니다. 다음 작품들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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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 윤성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다*앤 | 2021.12.2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명치에 물총을 쏴달라는 여자, 풍선 간판을 칼로 찢으며 그 순간을 좋아했던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던 남자, 0부터 9까지 심호흡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역기를 드는 남자, 나도 모르는 내 영혼을 당신이 어떻게 아는 거냐며 꽃다발로 사람을 때리던 여자,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 갔다 하는 스위치 같은 거라던 삼촌.   우리는 그렇게 애를 써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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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에 물총을 쏴달라는 여자, 풍선 간판을 칼로 찢으며 그 순간을 좋아했던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던 남자, 0부터 9까지 심호흡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역기를 드는 남자, 나도 모르는 내 영혼을 당신이 어떻게 아는 거냐며 꽃다발로 사람을 때리던 여자,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 갔다 하는 스위치 같은 거라던 삼촌.

 

우리는 그렇게 애를 써서 그냥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슬프고 외롭고 시시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에게 가끔은 얼음이 되어도 괜찮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한 마디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오빠는 따뜻한 신발을 신고 눈길을 걸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따뜻한 신발을 신고 길을 걷다보면 낯선 곳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고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내 말을 들은 오빠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따뜻한 신발 덕분에 오빠는 자신감이 넘치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책임감 강한 아버지가 되었다. 따뜻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적절한 단어를 떠올려보았다.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55p)

 

이번이 여섯 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왕따를 당한 뒤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다. 두 번이나 이직을 했고,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59p)

 

나는 벤치 뒤에 웅크리고 앉아서 물총을 쏘는 아이에게 말했다. “할머니한테 한 번만 쏴줄래?” 아이가 어리둥절해했다. “더워서 그래. 여기에 맞혀봐.” 나는 손가락으로 명치를 가리켰다. 아이가 머뭇거리더니 물총을 들었다. 다른 두 아이가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 할머니가 물총에 맞고 싶대.” 아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미끄럼틀 뒤에 숨어 있었던 아이가 그럼 그러자, 하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내 가슴을 향해 물총을 쏘았다. 차가웠다. 나머지 아이들도 따라서 물총을 쏘았다. 처음에 머뭇거리던 아이가 가장 신나게 총을 쏘았다. 옷이 흠뻑 젖었다. “이제 시원해요?” 아이들이 물었다. (86p)

 

눈을 감았다 떴다. 똑딱.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 돌았을 것이다. 또 눈을 감았다 떴다. 똑딱. 그건 딸이 어렸을 때 내게 알려준 거였다. 엄마,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나 돈대. 딸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을 감았다 뜨곤 했다. 눈 깜빡할 시간. 그 시간에 빛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96p)

 

사람들한테는 고시 공부중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해요. 청년이 말했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 거라고. (...) 내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거든요. 나는 청년에게 말했다. 그때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 얼음 하고 외쳐. 그래서 나는 얼음 하고 말했다. 삼십 분이 지나도 한 시간이 지나도 딸은 땡을 외쳐주지 않았다. 딸이 땡을 해주길 기다리면서 나는 종일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저녁이 되었고 그제야 딸이 내 손을 잡으면서 땡 하고 말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 가끔 얼음이 되어야겠다고. 나는 청년에게 지금은 술래를 피해 얼음이 된 거라고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곧 누군가 땡 하고 외쳐줄 거라고. 얼음땡 놀이는 그런 거라고. 누군가 땡 하고 말해줘야 집에 갈 수 있는 거라고. 그러자 청년이 웃었다. 흐흐흐, 그렇게 웃었다. (109p)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화가 났는데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몰라 또 화가 났다. 나는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작년에 담임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했다. 화 한 번 낸 적 없는 착한 아들이라고. 엄마와 면담을 마친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화를 내고 싶으면 내도 된다고. 그 말에 하마터면 나는 화가 나려고 하면 허벅지를 손으로 꼬집는다고 고백할 뻔했다. 손이 움직이지 않으니 허벅지를 꼬집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놀이를 했다. 어릴 때 엄마한테 혼나면 나는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 놀이를 했다. 열여섯 살인 나. 열다섯 살인 나. 열네 살인 나…… 그렇게 나이를 한 살씩 줄이다보니 어느새 갓난아이인 내가 보였다. 그 갓난아이를 다시 엄마의 뱃속으로 넣어보았다. 어둡고 축축한 곳으로. 지금 죽는다면 나는 평생 시시하게 살다 죽는 거겠지. 세상엔 시시한 게 많지만 그중 가장 시시한 건 나였다. 그 생각을 하자 눈물이 났다. (187~188p)

 

어렸을 때 나는 풍선 간판을 몰래 찢은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차린 김밥집이 망한 다음이었다. (그해 우리 가족은 지겹게 김밥을 먹었다. 누나는 투덜대며 안 먹었지만 나는 하루 세끼를 먹었다. 묵은지김밥. 그건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데 왜 장사가 안된 걸까?) 그 자리에 피자집이 생겼다. 오픈 날 사람 모양의 커다란 풍선이 가게 앞에서 춤을 추었다. 두 팔을 흔들면서. 다음날 가보았더니 여전히 풍선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다. 우리가 망한 자리에서 풍선이 신나게 춤을 추어서. 풍선을 찢은 날 나는 일부러 비를 맞았다. 감기에 걸리고 싶어서.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통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런 내가 무서웠다. 아이가 찢은 의자에 앉으면 풍선 간판을 찢던 그때가 자꾸 생각났다. 그럴수록 거기에 앉았다. 내가 미워서. (189p)

 

할머니가 왜 내게 숫자를 말해주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배꼽에 힘을 주고 숫자를 외우라는 말. 그렇게 외우다보면 0부터 9까지 모든 숫자들이 혈관을 따라 내 몸을 돌고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발가락을 상상했다. 나는 흉터가 있는 오른쪽 종아리를 상상했다. 튀어나와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배꼽을 상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 코 입을 상상했다. 누나랑 나는 별명이 똑같았다. 단춧구멍. 아빠 빼고 우리 가족은 눈이 다 작았다. 그렇게 작은 눈인데…… 세상에, 눈꺼풀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역도 선수가 되는 상상을 했다. 내 역기는 봉 양쪽에 동그란 눈꺼풀이 달려 있다. 십 킬로그램짜리 눈꺼풀이. 나는 역도 선수다. 나는 국가대표다. 나는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경기에 나선 나는 0부터 9까지 천천히 숫자를 세면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숨을 멈추고 온 힘을 다해 역기를 든다. (195p)

 

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라 감기에 걸리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라고. 며칠 후에 그 문장 아래에 누군가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음.’ (215p)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둘이 다가와 언니에게 영혼이 맑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갑자기 화가 났어. 나도 모르게 여자를 밀었지.”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넘어졌다. 언니는 들고 있던 꽃다발로 넘어진 여자의 얼굴을 때렸다. 붉은 장미가 떨어지고, 분홍 장미가 떨어지고, 노란 장미가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안개꽃이 날렸다. 꽃다발을 휘두르면서 언니는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니가 내 영혼을 어떻게 알아. 나도 모르는데.” 언니는 미리를 낳을 때까지 매일 그 일을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어.” 언니는 말했다. (247~248p)

 

그해, 휴가를 나와 같이 잠을 잤던 사흘 동안 삼촌은 군대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듣다보면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이 있을까 싶은 이야기투성이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내가 잠을 자려고 하면 삼촌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 잠결에 물으면 삼촌은 웃으면서 말했다. 인마, 불 꺼. 나는 졸린 걸 참고 간신히 일어나 스위치를 껐다. 불이 꺼졌다. 그러면 삼촌은 늘 이렇게 말했다. 스위치 같은 거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그 말을 할 때 삼촌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마치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러 온 사람처럼. (279~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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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6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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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얘기 같고, 내 얘기와도 닮은 얘기도 있어서, 공감이 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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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 | 20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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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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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2022.01.08
구매 평점3점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많아요. 단편들 모두거의다 비슷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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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 |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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