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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ㅇㅇㅅ

: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

곽재식 | 아작 | 2021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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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06g | 137*197*23mm
ISBN13 9791166686153
ISBN10 116668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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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곽재식 마니아들이 가장 열광하는 곽재식 소설, [미영과 양식 시리즈]
절필 선언 대신 10년간 써온 [미영과 양식 시리즈] 드디어 단행본 출간!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궁금할 수 있잖아요!”라는 멘트로 더 유명해진 ‘괴물’ 곽재식 작가의 연작소설집. 2012년부터 10년간 연재되며, 곽재식 작가의 많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손꼽는 [미영과 양식 시리즈]가 드디어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ㅁㅇㅇㅅ :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는 지금까지 총 30편이 넘게 발표된 시리즈 단편소설 중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10편의 작품을 작가가 직접 골라 묶었다.

우주로 인류문명이 확장된 먼 미래, 이미영 사장과 김양식 이사가 이끄는 ‘은하행성서비스센터’는 온갖 은하를 가로지르며 좌충우돌하며, 항상 그들이 가진 전문적인 특성에 맞지 않고 “그들의 사업이 처음에 목적으로 하지 않은” 일들만 골라서 저지르는 활극을 다룬다. 강아지를 배달하거나 설문조사를 하는가 하면, 미술관에서 그림을 훔쳐 달아난 화가를 뒤쫓기도 하고 블랙홀에서 튕겨 나온 우주선 수리도 한다. 늘 그러듯 곽재식은 과학적이거나 역사적인 소재들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녹여내면서 쾌활함과 날카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미영과 양식이 은하를 모험하며 마주치는 사건들은 온갖 종류의 SF적 질문들을 품고 있다. 새로 발견한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 생태계 보호를 위해 어떤 지침이 필요할까? 로봇을 대할 때 그들을 인권적으로 대우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판사가 되면 어떤 종류의 꼼수가 가능할까? 페인팅 프로그램의 발전이 예술가들의 작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등등 질문은 끝이 없다. 어쩌면, 이 놀랍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어쩌면, 10년째 같은 외침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것들도 정말이지 궁금할 수 있잖아요!”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01_인간적으로 따져보기_7
02_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미남들의 행성_39
03_칼리스토 법정의 역전극_75
04_비행접시의 지니_119
05_미노타우로스의 비전_139
06_소원은 세 가지만 빌 수 있다_167
07_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_195
08_말버릇과 태도의 우아함_243
09_기계적인 반복 업무_273
10_16년 후에서 온 시간여행자_301

작가의 말_359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렇게 글이 안 팔리고 글을 잘 못 쓰는 작가 인생의 늪지대를 헤치고 나아갈 때,
그래도 붙잡고 한 발씩 나갈 수 있던 밧줄 같았던 소설들”

곽재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곽재식은 한국 SF계의 스타다. 항상 과학적이거나 역사적인 소재들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녹여내면서 쾌활함과 날카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많은 작품을 쓰는 내내 말이다. 집필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에 있어 곽재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에 한국 SF계에서는 곽재식 작가에 대한 경의를 담아 한 사람이 작품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곽재식과 비교하는 ‘곽재식 속도’라는 단위계를 농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1 곽재식 속도는 6개월에 단편 4개를 작업하는 집필 속도를 가리킨다. 단, 곽재식은 본인이 2 곽재식 속도로 집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곽재식은 만물박사이기도 하다. 《한국 괴물 백과》에서 한반도에 전해지는 괴담과 요괴를 수집해서 정리하기도 하였으며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이라는 세균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대중교양서를 집필하고 《로봇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에세이도 출간한 바 있다.
그런 곽재식의 신간 《ㅁㅇㅇㅅ: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가 출간되었다(이하 〈ㅁㅇㅇㅅ〉 시리즈). 〈ㅁㅇㅇㅅ〉 시리즈는 곽재식이 2012년부터 집필 중인 연작소설로, 모든 에피소드가 작가의 잡학다식한 만물박사다운 발상과 입담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우주로 인류문명이 확장된 먼 미래, 이미영 사장과 김양식 이사가 온갖 은하를 가로지르며 좌충우돌하며 항상 그들이 가진 전문적인 특성에 맞지 않고 그들의 사업이 처음에 목적으로 하지 않은 일들만 골라서 저지르는 활극을 다룬다.
미영과 양식의 맨주먹으로 치고받는 듯이 강렬한 티키타카는 고전 외화 시리즈의 혼성 해결사 콤비를 보는 듯하다. 〈블루문 특급〉이나 〈엑스파일〉의 주인공들이 우주에 나가 (미국 TV 드라마 특유의 로맨틱한 요소는 배제한 채) 서로에 대해 불평하고 갈등하고 때로는 서로를 회유하며 유쾌한 갑론을박을 벌이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흥겹다.
그들이 은하를 모험하며 마주치는 사건들은 온갖 종류의 SF적 질문들을 품고 있다. 새로 발견한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 생태계 보호를 위해 어떤 지침이 필요할까? 로봇을 대할 때 그들을 인권적으로 대우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판사가 되면 어떤 종류의 꼼수가 가능할까? 페인팅 프로그램의 발전이 예술가들의 작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곽재식이 던지는 이 미래의 화두들은 과거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흥미롭다. 미륵불 신앙을 시간여행에 대한 필요성으로 연결하는 발상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ㅁㅇㅇㅅ〉 시리즈는 곧 도래할 미래에 현재가 뒤따라가지 못해 생기리라 예상되는 문제를 과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미영과 양식이 은하를 떠돌면서 마주하는 갈등은 대부분 전근대적인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왜곡된 형태로 활용하는 이들로 인한 해프닝이다.
이런 해프닝을 바라보는 곽재식 작가의 시선은 마냥 따스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냉소적이다 못해 공격적으로 다가올 때조차 있다. 이번 단편집의 수록작 중 하나인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에서는 아예 컴퓨터 그래픽이 선도하는 미술계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한 화가가 등장하는데, 미술비평담론에 있어서 한 세기도 전에 마무리된 화두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냉소는 이미 논리적으로 극복된 문제를 재차 반복하는 세상에 대한, 통쾌한 비아냥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가 기묘하게 교차하는 글쓰기는 곽재식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 문헌을 찾아가며 한국의 요괴를 백과사전처럼 정리하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동시에 세균에 대한 대중서를 작성하는 등 곽재식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묘기가 가능하겠는가?

《ㅁㅇㅇㅅ: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의 첫 번째 수록작 〈인간적으로 따져보기〉는 지능을 갖춘 외계 생명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변호사 마금희가 어떻게 떼돈을 벌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지적 생명체의 다양한 가능성과 그 교류 과정에 대해 냉소적으로 살펴보는 이야기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미남들의 행성〉은 본인 명의의 은하가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한 갑부가 일생 끝에 내린 결론과 미인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아름다움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만들고자 했던 행성에서 일어난 사건을 대비하며 진행된다.
〈칼리스토 법정의 역전극〉은 미영과 양식이 마금희와 지적인 외계 생명체들을 대변하는 보호 협회 회장 사이의 재판을 방청하는 법정극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판사가 주관하는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한 편법을 유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비행접시의 지니〉는 미영과 양식이 시공초월엔진에 문제가 생긴 외계인의 우주선을 수리해준 대가로 외계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게 되는 이야기다. 자아가 어떻게 성립되고 구분되는지에 대해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미노타우로스의 비전〉은 궁예는 미륵 부처가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나라를 만드는 사람이 미륵 부처라는 식으로 미륵불 신앙을 혁명 사상으로 재구성한 인물이었다며 설파하던 백만장자가 죽으면서, 그 집의 보안시스템을 설치했던 미영과 양식이 범인을 쫓는 이야기다.
〈소원은 세 가지만 빌 수 있다〉는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고립된 행성에 가 설문 조사를 하게 된 미영과 양식이 삼국시대와 흡사한 생활양식을 갖춘 원주민들에게 피랍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하는 활극이다. 곽재식 특유의 엉망진창 행정시스템에 대한 비꼼으로 가득하다.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는 바람이 불지 않아 예술품을 보관하기 좋은 행성의 미술관에서 그림 하나가 도난당해, 미영과 양식이 그 그림을 훔친 화가를 찾아다니는 추적극이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르는 미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다룬다.
〈말버릇과 태도의 우아함〉은 미영과 양식이 자율학습 행성에서 제작된 최신형 가상현실 장치를 배달하는 이야기다. 교육이 갖는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극단적으로 안전한 교육을 설계했을 때의 아이러니를 날카로운 대비를 통해 보여준다.
〈기계적인 반복 업무〉는 미영과 양식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설계된 대로의 인생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사랑의 블랙홀〉과 〈12:01〉 그리고 〈리플레이〉처럼 타임루프를 다룬 고전영화에 대한 곽재식적 해석이 담겼다.
〈16년 후에서 온 시간여행자〉는 시간여행을 통해 이 우주에서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에게 자기들이 설계한 천국으로 안내하고자 하는 주식회사 염라대왕과 궁예 재단의 갈등에 미영과 양식이 휘말리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다. 시간여행의 아이러니가 곽재식다운 위트와 발상을 통해 제시된다.

이제 곽재식은 더 이상 한국 SF계만의 스타가 아니다. 출판업계에서만 머무르기에는 그의 만물박사 캐릭터성은 너무나도 강렬한 개성이었던 덕이다. 그는 SNS에서 카이스트 재학 당시 학기당 평균 26학점을 들으며(최대 31학점) 전학기 장학금으로 2년 반 만에 조기졸업을 한 경력으로 ‘카이스트 헤르미온느’라 불리고,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한국 괴물 백과》을 출간하면서 요괴와 괴물 그리고 민담을 정리한 책들이 줄줄이 나오는 붐을 이끌었으며, 유튜브 채널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는 ‘추석특집 빌게이츠 편’에서 여섯 시간 동안 입담과 체력을 과시한 바 있다.
거기에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나와 그 캐릭터성을 입증하고 〈심야괴담회〉의 메인 출연자로 자리매김하였으니, 이제 곽재식은 한국 SF계의 스타를 넘어 한국의 스타로 부르는 것이 보편타당한 호명이 되겠다. 그리고 이제 전국구 스타가 된 곽재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ㅁㅇㅇㅅ: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만한 책이 어디 또 있을까.

― 홍지운, 소설가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나 싶은 날,
숨을 한번 돌리기에는 이런 이야기도 괜찮지 않나.

인생을 살다 보면, 오늘은 왜 이렇게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지, 싶은 날이 있지 않은가? 참고로 나는 거의 매일이 그렇다. 일상생활의 작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동시에 한번 걱정도 한 적 없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일이 어긋나서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면서 마음속 한편에 갖고 있던 큰 근심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꾸준히 노력하면 잘 될지도 모른다고 품고 있던 꿈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도 아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베여서 턱에 상처가 났는데, 그러고 나서 출근길 버스를 타려고 카드를 대었더니 카드가 잘 인식이 되지 않아 갑자기 천 원짜리 현금을 구하려고 부산을 떨게 된다. 뛰어다니다 보니 문득 어깻죽지가 아파 오는 것이 느껴지고, 나는 어깨뼈가 좋지 않아 언젠가 큰 수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몸에 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이 휘몰아친다. 그런데 그런 날이라고 해서 내가 최근에 낸 소설책이 잘 팔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상황이 더 좋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2012년쯤에는 더욱 사정이 안 좋았다. 그러고 보니, 2012년이면 벌써 거의 10년 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도 답답한 느낌을 더 묵직하게 만든다.
2012년 무렵, 나는 거의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작가였다. 그런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보통 신춘문예 같은 행사에서 당선이 되거나 무슨 공모전에서 입상하여 상금을 받으면 등단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여 그 이후로는 계속 작가라고 불러주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적도 없었다. 내가 기성 문단의 질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원고를 투고하지 않았다고 하면 나름대로 멋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 열심히 응모했지만 떨어졌다. 다 떨어졌다. 그런 공모전의 심사평을 읽어보면 “누구누구의 소설도 좋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아쉽게도 이러저러해서 당선작으로는 다른 소설을 뽑았다” 같은 언급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런 평에 언급되어 본 적도 없다. 그냥 전망이 없는 작가였다.
그나마 어찌어찌 가끔 여러 작가의 단편 소설들을 묶어서 책을 낸다는 기획이 있으면, 가끔 그런 기획에 끼어 10명의 작가가 단편 한 편씩을 서서 내는 책에 한 토막으로 참여하는 정도가 작가로 활동하며 돈을 버는 거의 유일한 사례였다. 그나마 2012년 무렵에는 그런 일조차 거진 끊어졌다. 나는 너무 답답해서, 자선 단체 같은 곳에서 내는 책자에 “재능기부로 글을 써주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들을 찾아서 공짜로라도 좋으니 내 글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도 나에게 회신을 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뭔가가 무척 쓸모가 없다고 할 때 쓰는 한국어 표현 중에 “거저 줘도 안 가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그 무렵 내 신세였다.
얼마나 절필을 하고 싶었겠는가?
그때에도 세상에 SNS라는 것은 있었다. 나는 SNS에 “재능이란 무엇일까.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문단의 높은 벽과 예술로 살기 어려운 자본주의 사회의 차가움이 내 의지의 숨통을 갑갑하게 잠식한다. 어쩌고저쩌고….” 하는 글을 써 올리면서 “이제 저는 더 이상은 소설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끝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친한 사람들 서너 명 정도는 “아, 곽재식님 글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절필하지 마시죠.” 뭐 이런 글을 올리지 않을까, 그러면 위로가 될까, 어떤 기분일까, 뭐 그런 상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껏 작가로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때 그런 절필 선언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나는 지금도 누가 나에게 작가로 사는 삶이나 글쓰기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때 내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절필한다”고 괜히 SNS 같은 곳에서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글을 쓰기 싫으면 그냥 슬며시 안 쓰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글 쓰는 것을 멈추었다가도, 만약 자기가 정말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글을 쓰면 된다. 어느 날 글 쓰고 싶다는 의지가 갑자기 자발적으로 생기는 그런 좋은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려야 한다. 그런데 만약 쓸데없이 괜히 몇 마디 동정이나 위로를 받고 싶어서 “절필합니다” 같은 글을 그에 앞서 여기저기 올리고 다녔다면, 좋은 때를 만나도 다시 글쓰기 민망해진다. 그러면 글쓰기가 곧 귀찮아지고 싫어진다. 소중한 의욕은 흩어진다.
나는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절필한다고 했다가 혹시라도 먼 미래에 또 소설 쓰고 싶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만약을 대비해서 겉으로는 말을 안 하고, 대신 그냥 슬며시 소설을 더 이상 안 쓰고 살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고 불과 며칠이 지나자 그래도 소설을 쓰는 게 더 재미있고 보람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보는 사람도 없고 돈도 안 되는 소설을 써서 어쩐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그냥 생각나는 이야기를 생각나는 그대로 거침없이 바로 소설로 확 써서 부담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환상문학 웹진 거울〉의 단편란에 올려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 사연으로 2012년 7월 처음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미영 사장과 김양식 이사라는 사람이 우주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돈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소설 시리즈였다. 그러니까, 이 소설 시리즈는 소설 쓰기 싫었을 때, 그래도 뭐라도 써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헤매다가, 그러니 뭐든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이야기다.

이때만 해도, 한국 SF는 뭐가 문제다, 한국 SF는 이렇게 가야 한다, 무슨 SF가 진정한 SF다 등등의 말을 길게 늘어놓는 사람들이 좀 많았다. 한국 SF는 하드 SF가 없다거나, 한국 SF는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소프트함이 부족하다거나, 한국 SF는 아이디어만 던질 뿐 문학적인 치장이 없다거나, 한국 SF에는 과학적인 통찰력이 없다거나, 한국 SF에는 S는 있지만 F는 없다거나, 한국 SF에는 S는 없고 F만 있다거나, 한국 SF에는 한국이 없다거나, 한국 SF는 너무 한국적이기만 하다거나,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나름대로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겠지만, 나는 그냥 그런 것 저런 것 다 무시하고 가끔 정말 소설 쓰기 싫을 때는, 생각나는 대로 확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마는 SF를 써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독 미영과 양식 이야기 시리즈에는 황당한 내용이 많고, 내용이 흘러가는 방향도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처음부터 계획 없이 쓰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질도 들쭉날쭉하다. 내가 봐도 한심해 보이는 소설도 여러 편이다. 전체적으로 무슨 거대한 구상이 있는 시리즈도 아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편이나, 세 번째 편쯤 되어서 공개하려고 했던, “두 사람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목적”이라는 소재는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소설들을 쓰면서, 나는 계속 소설 쓰는 것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여전히 책도 별로 안 팔리는 작가이고 여태껏 무슨 대단한 평가를 받는 작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작가인데, 왜냐면,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이 안 팔리고 글을 잘 못 쓰는 작가 인생의 늪지대를 헤치고 나아갈 때, 내가 던져서 어디인가 걸리면 그래도 붙잡고 한 발씩 나갈 수 있던 밧줄 같았던 소설들이 바로 미영과 양식이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소설들은 그중에서도 읽을 만하고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골라 엮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이야기 속에서 당장 회사가 망할 것 같아서 겁에 질리고 힘이 빠지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우주 끝까지 날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은 신비로운 행성을 구경하며 놀라운 모험을 하게 될 때도 있고, 가끔의 삶의 의미와 보람에 대해 돌아보는 짧은 순간을 갖기도 한다.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나 싶은 날, 숨을 한번 돌리기에는 그런 이야기도 괜찮지 않나 싶다. 짧게 써서 얼른 끝내야지 하고 쓴 작가의 말이 괜히 구구하게 길어졌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이야기를 그런 느낌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이 책의 소설들을 돌아본다면, 또 색다른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2021년, 교보문고 앞 햄버거 가게에서
저자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빛보다 빠르고, 맛깔나게 재미있으며, 홀리듯 빠져든다!”
- 이경희 (소설가)

“곽재식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묘기가 가능하겠는가?”
- 홍지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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