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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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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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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92g | 128*188*20mm
ISBN13 9788972782810
ISBN10 897278281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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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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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가난한 이 산동네에는 더더욱 많은 슬픔과 절망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정작 그 당사자들은 슬픔과 절망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슬픔과 절망은 기쁨과 희망이라는 거울에 비출 때만이 실감나는 법이다. 거울이 없었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얼굴을 알 수 있었으랴.
--- p.52
아아,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꾼들 무슨 소용 있으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욕방은 우리 마음 속에 고이고 썩고 응어리지고 말라비틀어져, 마침내는 오만과 착각과 몽상과 허영과 냉소와 슬픔과 절망과 우울과 우월감과 열등감이 되어 버린다.그리고 때로는 죽음마저 불러오기도 한다.골방 속에 갇힌 삶...... 아무리 활달하게 꿈꾸어도, 골방은 우리의 삶을 푹푹 썩게 하는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구?-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p.
아버지의 지혜 덕분에 강아지는 주인집 아이들의 보살핌 아래 잘 자랄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강아지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지 않는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그 차이는 몹시 슬펐다.

그날 밤, 나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쿡쿡 울었다. 부모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내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 네가 돌보지 않을 따름이지 저 강아지는 누가 뭐래도 네 것이야. 저 애들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겠지만, 너는 생명을 구했잖니? 짜식, 이놈은 애비를 닮아서 꼭 중요한 일만 하려 든단 말야, 허허.
아버지는 지혜롭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다.'내 것'과 '내것이 아닌 것' -

이 차이의 슬픔을 아버지도 느끼고 있었껀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마침내 산꼭대기에나마 우리 집을 마련한 것이리라.
--- pp.16-17
사람은 서로 만나고 힘을 보태고, 그리고 강해진다. 그러한 세상살이 속에 사람은 결코 외톨이도 고독한 존재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진다. 오누이는 하상사의 왼팔이 되어 줄 것이며, 하상사는 오누이의 부모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신비한 마법을 보듯 멀어지는 손수레를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 p.223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야. 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속만 부글부글 끓이다가 그것 때문에 자존심 상해 하지.'
'맞아요. 나는 결코 우림이가 맞는 걸 비웃은 게 아닌데..... 그건 하늘에 맹세할 수도 있어요.'
'사랑을 하면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아지고, 그래서 공연한 투정도 부리는 건데, 상대방은 결코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아. 단지 못된 성깔을 가졌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누나의 마음 저두 이해해요.'
윤희 누나는 한숨을 포오 내쉬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너는 그렇게 쉽게 이해하는데, 어째서 그 사람은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할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아냐, 아냐, 얘기는 지긋지긋하게 많이 하지.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나라 언어로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 그래서 서로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말일수록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 말과 마음은 전혀 딴판일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그럴까? 하지만 당장 속이 상한 걸 어떡하니?'
'맞아. 나는 너무 너그럽지 못했어.'
--- p.140-141
마침내 우림이가 맞을 차례가 되었다. 나는 그때 아예 고개를 돌려 그 아이가 맞는 꼴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눈길이 딱 마주쳐 버렸다. 더욱 불행하게도 그때 내 입가에는 웃음기가 머물러 있었다. 그건 우연한 시간 일치일 뿐이지, 맹세코 우림이를 비웃는 건 아니었다. 나는 도리어 우림이를 때리는 월급기계를 향해 속으로 갖은 저주를 다 퍼붓고 있던 참이었다. 하필 그때 뒷자리에 앉은 녀석이 내게 간지럼을 먹였고, 바로 그 순간 우림이와 눈길이 딱 마주쳤던 것이다.

아아, 시간은 때때로 우리에게 얼마나 짓궂은 장난을 잘치던가! 더구나 자존심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이 장난이 얼마나 쉽사리 먹혀들던가! 우림이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고, 독기 어린 눈으로 파르르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자리로 돌아온 우림이는 책상에 엎드려 서럽게 엉엉 울음을 놓았으나, 내가 '그건 오해이다' 하소연할 입장은 전혀 못 되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아이들 세계에서는 사내아이가 여자 아이를 위로해 주는 일은 매우 수치스럽고 체면 깎이는 일이며, 아이들의 "얼레리꼴레리"를 버텨 낼 신통한 재간이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하루를 온통 안절부절못하며 보내야만 했다.
--- p.159
'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똑같은 산동네 아이였다. 산동네 아이는 산동네 아이들의 눈에만 띈다. 나를 보렴. 우리반 아이들은 내가 교실 어느 구석에 앉아 있는지조차 모른다. 예전엔 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누구나 너를 알고 있다. 너는 나와는 다른 나라 사람이 되어 버린 거다. 알겠니?'
--- p.154
'너는 상상력이 아주 좋구나. 그것두 중요한 일이지. 얘, 그런데 너희 집을 그렸다면서 어째서 그림 제목을 <꿈을 따는 아이>라고 붙였니? 제목이 아주 근사한걸!'

어?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는 여운이가 밥 먹으러 안 오고 꾸물대는 모습을 그려놓고 제목도 <꾸물대는 아이> 라고 붙였는데, 내 형편없는 맞춤법이 그만 제목을 근사하게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 p.128
나는 허겁지겁 몇개 더 둘러대었다. 그러나 회초리는 아직 두 개 더 남았고 더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난은 슬픈게 아니라, 싸워 물리쳐야 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일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예요.'
'그럼 숲에서 배운 건 아니로구나.'
'하지만 더 깊이 되새길 수는 있었죠.'
'그걸 왜 하필 숲에서 되새기냐? 그럴 만한 일이라도 있었니?'
'숲에서 시간이 아주 많았으니까요.'
'요녀석! 잔꾀 피우려는 수작말고 이젠 종아리를 걷어!'

하는 수 없이 나는 일어나 종아리를 걷었다. 회초리가 내 종아이를 갉아먹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머니의 매질은 아팠다. 어머니는 진짜 회초리가 부러질 때까지 나를 때렸다. 그러나는 나는 어머니의 매를 피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그동안 숲 속에서 아주 중요한 걸 하나 배웠던것이다,_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더욱 커진다는 사실!
--- 2002/08/25 (dooc)
검은제비는 그렇게 숲속우리들의 영토를 떠났다. 검은제비가 공장에 취직한 다음부터 우리는 검은제비를 볼수 없었다. 어쩌다 한번씩 마주치기도 했지만, 검은 제비는 이미 우리들 영토의 사람이 아니었다.

새까맸던 얼굴은 몹씨 해쓱해졌고, 맑은 눈빛은 흐리멍덩해졌다. 그런 모습은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굴이 해쓱해지고 눈빛이 흐리멍덩해짐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검은제비의 달라진 모습에 무척 가슴이 아팠었다.
--- p.181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불쌍한 것은 아니야. 가난한 것은 그냥 가난한 거야. 가장 불쌍 사람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생략---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에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슬픈거야.
--- p.50,---p149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작가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웠던 인생이야기를 아홉 살짜리를 통해 그리고 있다. 산동네에서의 생활,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어른들의 모습들을 통해 배운 투명한 삶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이어진다. 인생이 아홉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열 살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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