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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소녀들

불타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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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602g | 142*207*28mm
ISBN13 9791130639925
ISBN10 113063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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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때도 있다.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왜 그렇게 못됐는지 궁금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실 안 좋은 일이 신 때문에 벌어지는 건 아니다. (…)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인생이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 p.50

“기념탑 옆에 놓인 나뭇가지 인형 보셨어요?”
“네, 순교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그 인형을 만든다면서요?”
그녀의 눈이 번뜩인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전설에 따르면 문제가 생긴 사람들 눈에 애비게일과 매기의 혼령이 보인다고 해요. 화형당한 아이들이 보이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거죠. 마을 주민들이 인형을 만든 이유도 원래는 그것 때문이었어요. 그 인형을 만들면 복수심에 불타는 두 아이의 혼령을 쫓을 수 있다고 믿은 거죠.”
--- p.64

그녀는 뭐에 발이 걸렸는지 돌아본다. 쓰러져 덤불에 파묻힌 비석인데 절반이 이끼로 뒤덮였고 비문은 거의 닳아 없어졌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었다가 미간을 찌푸린다. 조금 흐릿하게 보인다. 그녀는 초점을 맞춘다. 그래도 영 이상하다. 그녀는 멀리 있는 피사체에 카메라 초점을 다시 맞춰보려고 몸을 돌리다 화들짝 놀란다.
어린 여자아이가 몇 미터 멀리 서 있다. 알몸이다. 그리고 불길에 휩싸여 있다. 발목 부근에서 시작된 주황색 불꽃이 다리 위쪽을 향해 날름거리며 살갗을 시커멓게 태우고는 털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음부로 뻗어가고 있다. 플로는 이때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된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몰랐을 것이다. 아이에게 양쪽 팔과 머리가 없다.
--- p.89

나는 사제답게 정직을 강조하지만 사실 위선자다. 정직은 과대평가된 덕목이다. 진실과 거짓의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반복하는 횟수뿐이다.
--- p.148

시골에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마을이 많다. 역사 자체가 무고한 사람들의 피로 얼룩진, 무자비한 인간들이 남긴 기록이다. 선이 항상 악을 이기는 건 아니다. 기도를 한다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우리 편에 악마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를 조수석에 태우면 떨쳐내기가 어렵다는 것.
--- p.231

“나는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과 나쁜 사람인 건 별개라고 생각해. 인간은 누구나 나쁜 짓,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가 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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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소녀들』은 비밀이 많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C. J. 튜더는 이번에도 스티븐 킹에 비견되는 솜씨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 스릴러지만, 동시에 을씨년스러운 공포를 암시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단어들이 속삭이듯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교회와 자살, 성경과 살해, 가족과 죄. 이 소설에서 전통은 가치보다 죄를 덮은 핑계처럼 보이곤 하는데, 그 덕에 이야기를 뒤덮는 불안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 된다. “지옥에 간대도 상관없어. 여기보다 더 끔찍할 리 없으니까.”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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