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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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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16g | 125*195*21mm
ISBN13 9791197489709
ISBN10 119748970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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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자면 이유정씨와 최성태씨는 부부였다가 이혼한 후 이유정씨는 빅토르씨와, 최성태씨는 루드밀다씨와 재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빅토르씨와 루드밀다씨도 원래는 부부였는데 이혼하고 재혼한 거고요. 맞습니까?”
조사관은 심문하듯 안경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빅토르만이 한 박자 쉬고 네, 대답했다.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셈이군요. 그리고 한집에서 지금 같이 살고 있고요. 우크라이나와 한국, 다문화 가정이네요. 자녀 두 명과 말이죠.”
조사관이 텔레비전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여섯 살 아나톨리와 세 살 비카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강아지도 한 마리 있어요.”
강아지보다는 노견에 가까운 비싸를 가리키며 내가 덧붙였다. 조사관은 마지못해 비싸를 한 번 쳐다보곤 무슨 종이냐고 물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푸들이 교배해서 나온 두들이라는 종이에요.”
물론 내 추측이지만. 인터넷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니 사람들이 이런저런 추측성 의견을 내놓았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의견을 채택했다는 말을 덧붙이려는 찰나, 조사관이 내 말을 막았다.
“잡종이군요.”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료도 고급만 먹인다고 그래서 이름도 비싸라고 말하려는데,
“왜 같이 사시는 거죠?”
서류를 소리 나게 탁, 덮고 나서 조사관이 물었다.
“누가 버리고 갔어요.”
“개 말고 사람이요.”
조사관이 우리를 나란히 둘러보며 말했다.
“집 때문이죠. 재산분할을 아직 못 했거든요.”
--- p.11, 「어쩌다 가족」

“이거 한 번 맞아 봐.”
밥이 식탁에 주사기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 호르몬! 그립고 그리웠던 악마의 약물이네. 뭐야? 신상이야?”
리는 양념치킨 소스가 묻은 손가락을 재빨리 입으로 쭉 빨고는 주사기를 집었다.
“주사기 디자인도 잘 빠졌네. 요즘은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름이 뭐야?”
신제품 딜도를 구경하듯 주사기를 요리조리 들어 관찰하는 리의 눈빛이 욕망으로 인해 진지해졌다. 임신 이후 수유기간까지 리는 모든 호르몬제를 일체 중단했다.
“마더메이킹.”
“마더메이킹?”
리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되묻자 밥은 서둘러 설명을 이어나갔다.
“엄마들을 위한 거야. 이걸 맞으면 힘과 인내심이 강해지고 아이를 물심양면으로 챙기게 되면서, 말하자면 헌신과 희생을 하기 쉽게 해주는 거지. 원래는 마더후드메이킹인데 킴이 너무 길다고 해서……”
“마더후드?”
리가 말을 잘랐다.
“당신, 모성이 없는 거 같다며 괴로워했잖아.”
--- p.69, 「마더메이킹」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내 집사로 들어올래?”
선녀가 마치, 오늘 점심은 잔치국수 어때? 하는 식의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지금 하고 있잖아요.”
“아니, 진짜 집사 말이야. 나의 권속.”
권속이라는 단어가 낯익었다. 김모는 한창 만화방에 다닐 무렵 읽었던 장르물을 떠올렸다. 흡혈귀가 자신의 수하를 만들기 위해 인간을 흡혈귀로 변화시키는 과정, 그 개념이었다. 설마 이런 걸 말하는 건 아니겠지.
“뭐, 룰은 대충 알고 있을 거야. 워낙 인간 세상에 영화나 소설로 많이 노출됐으니까.”
선녀는 마치,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간의 구질구질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지. 힘도 세지고,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 병원 갈 일이 없으니 돈 들 데도 없고.”
“피를 먹어야 하나요?”
“안 먹으면 배고플걸.”
“피만 먹어야 하나요?”
“다른 건 안 땡길 거야.”
“장점은 뭐죠?”
“영생을 누리는 거지.”
“단점은요?”
“영원히 산다는 거지.”
“400년 전에 집사가 죽었다면서요.”
“아, 맞다. 권속은 주인의 심장에 말뚝이 박히면 죽어.”
“말뚝이 박힌 주인은요?”
“아주 긴 잠을 자게 돼. 로열과 하프의 차이지, 뭐.”
역시 그 세계에도 계급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진하기 위해선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는 빠를 것 같았다.
--- p.101, 「피도 눈물도 없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가멤논은 사내 커플이었다. 그들은 여느 사내 커플들이 그렇듯 당사자끼리만 비공식인 공식 커플이었고 이듬해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S기업 신용정보부에 음산한 기운이 감돌며 불길한 소문이 퍼졌다. 그들 중 한 명이 정리해고될 것이라는 신탁이 그들의 상관인 카산드라에 의해 예언된 것이다. 인턴에서 정사원이 되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인원이었다. 모두 불안에 떨며 자신들의 운명에 점을 쳤다. 물론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가멤논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둘은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의 힘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평소 아가멤논에게 마음이 있던 예언자 카산드라는 달이 휘영청 밝은 어느 밤 그를 몰래 불러내어 그 신탁의 주인공이 누군지 자신은 봤다고 말한다.
“바로 당신이야, 유감스럽게도.”
절망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는 아가멤논. 오, 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고난을 주시나이까.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카산드라가 유혹의 눈빛을 띠며 말을 꺼냈다. 제물을 바치면 돼. 제물에 당신 운명의 덫을 씌우라고. 그리고 망각의 강 너머로 멀리멀리 보내는 거지.
제물이라면? 아가멤논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너를 위해 뭐든 바칠 사람이 있잖아? 너의 여자. 은밀하게 속삭여오는 카산드라의 목소리. 클뤼타이메스트라? 내가 어떻게 그녀에게 그런 짓을. 아가멤논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짓이다. 그리고 잊어. 내가 너에게 더 큰 행복을 줄 테니.”
그리하여 아가멤논은 카산드라의 사주로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우리 결혼할 거잖아. 그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만둘 건데 뭐. 지금 그만두나 그때 그만두나 그게 그거잖아? 나 결혼해서도 직장 다닐 건데? 약간 불만스러운 어조로 그녀가 말했다. 아이는 안 낳을 거야? 아가멤논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기가 죽는다. 네가 희생 좀 해야겠다. 다독이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일 거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과감히 제물대에 올라선 것이다.
그 후로는 뻔한 이야기. 제물의 희생으로 인해 다시금 평화가 깃든 신용정보부 직원들은 옹기종기 사이좋게 일을 하고 아기자기하게 농담을 했으며 오순도순 모여앉아 회식도 하면서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끝. 참, 예언자 카산드라와 아가멤논의 결혼이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라는군요. 정말 끝.
--- p.144, 「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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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진하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물이 피보다 못하라는 법도 없다.
피 같은 것을 믿지 말고
물처럼 담백하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우리의 관계를 따라 흘러 보면 어떨까?


“자신의 딸을 구성하고 있는 피 중 자신의 것이 아닌 반쪽의 피를 경멸하는 시간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꼭 할애”하는 부모 덕분에 “어느 쪽에서든 나의 반쪽 피는 나쁜 피가 되었다.”(「가족의 발견」) 그 반쪽의 나쁜 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 정도의 피는 없는 셈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가족애에는 늘 피가 모자란다. 반쯤의 피를 없는 셈 친 인물들의 행동은 그래서 날렵하고 경쾌하다. 자식에게 흐르는 반쪽의 피를 경멸하는 부모 덕분에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을지라도, 이들은 그 혐오에 침잠하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현실을 돌파하고 넘어서기 위해 분주하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상대를 바꿔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는 곡예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조항이 적힌 전세계약서에도 눈 질끈 감고 사인을 한다. 모성애를 위해 호르몬을 주사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가능해진다. 인간의 삶을 내놓고 뱀파이어의 권속이 되기를 결심하는 순간에도 인턴과 계약직을 거쳐야 한다는 블랙 유머는 현실의 비정함에 무너지기보다는 우울과 의연함의 리듬으로 현실의 파도를 넘는 태도에서 나온다. 김하율 소설의 인물들은 감정과 내면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간다.
- 서영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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