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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 | 2021년 07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18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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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에세이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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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16g | 130*210*16mm
ISBN13 9791158161378
ISBN10 115816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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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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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고, 둘이서는 할 수는 있지만 너무 버겁고, 넷이서 하면 한 사람은 빈둥거리고 놀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꼭 세 사람이 필요하다. 비가 내려도 못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도 어렵다. 날씨가 좋은 날, 바람이 불더라도 가끔 살랑살랑 부는 정도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천천히 서로 손발을 맞추고 리듬을 맞추며 느리게 해야 한다. 많이 힘들지는 않은 일이다. 흙을 디디고 먼산에 한눈도 팔다가 봄바람에 가슴도 설레면서 그렇게 놀듯이 천천히 하면 된다.
--- p.15 「나물을 뜯다가, 꽃비를 맞았다」 중에서

어느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좀꿩의다리는 키가 그새 높이 자라 있었다. 이것도 예전엔 나물로 먹었는데 요즘은 이 동네에선 역시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이셨다. 엄마는 이후에도 만나는 식물마다 ‘이건 먹는 거, 저건 못 먹는 거’를 반복하셨다.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산에 나는 식물들을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아주 기본이었을 것이다.
--- p.25 「바람결에 꽃가루 날려서」 중에서

어느새 산그늘이 내리고 눈이 시릴 만큼 푸르기만 하던 산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소쩍새가 울었다. 소쩍새만이 아니었다. 귀신이 부는 휘파람 소리를 닮은 호랑지빠귀 소리도 들렸고, 어디선가 개구리도 개굴개굴거렸다. 그 개구리 소리를 두고 엄마는 청개구리 소리 같다고 하셨다. 나로서는 청개구리인지 참개구리인지 구분할 수가 없지만, 엄마가 그렇다 하시니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 p.26 「바람결에 꽃가루 날려서」 중에서

지금에라도 꽃 선물을 하고 싶다면, 그 꽃이 굳이 장미가 아니어도 좋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각시현호색 백만 송이를 선물하기 위해선 이른봄 천마산으로 가면 되고, 천마산에서 때를 놓치면 광덕산을 찾으면 된다. 나도바람꽃 백만 송이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보현산을 찾으면 되고, 얼레지를 선물하려면 태백산 유일사에서 문수봉까지 걷기만 하면 된다. 하얀 조팝나무 는 한적한 시골 어디에서나 산과 맞닿은 곳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꼭 장미를 선물하고 싶다면 올림픽공원을 찾으면 된다.
--- p.36~37 「꽃을 선물하는 즐거움」 중에서

막냇동생은 작은 꽃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내가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길을 가다가 또는 숲을 걷다가도 꽃이 피어 있으면 그것의 이름은 ‘꽃’이요, 꽃이 피어 있지 않으면 ‘풀’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내가 나무를 잘 모를 때 모든 나무들의 이름이 그저 ‘나무’였듯이 말이다.
--- p.47~48 「모두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중에서

“야. 지금 보이는 가로수가 무슨 나무야?”
“회화나무 .”
친구의 질문에 나는 아주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그 길로 그냥 쭉 걸어와. 그러면 회화나무 가로수가 끝나고 버드나무 가 시작되는 곳이 있을 거야. 세번째 버드나무 아래서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그 대답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빠른 걸음으로 다시 그 길을 걸어갔다. 회화나무 가로수가 꽤 길게 이어져 있었다.
--- p.103~104 「나의 이정표」 중에서

이 아이는 자라서 다슬기를 다시 만나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 다슬기가 반딧불이의 밥이라고 알려주었던 일을 떠올릴까. 어릴 때 이모랑 손 씻으러 개울가에 갔다가 다슬기를 만난 일을 기억하게 될까.
어쩌면 아무것도 기억 못할지도 모른다. 단편적으로 일부분의 영상만을 액자에 걸린 그림처럼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아이에게 또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다음에 우렁이를 함께 보게 되면 시집가는 우렁이 엄마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p.122 「그냥 자연스러운 것」 중에서

상추꽃이나 쑥갓꽃은 본 적이 있지만 배추꽃은 처음 보았다. 먹을 줄만 알았지 꽃을 볼 목적으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작은 접시에 앉힐 때만 해도 설마 꽃을 피울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었다. 다만 잎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는 동안에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던 것 같다.
--- p.167「배추꽃이 피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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