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8월 05일 |
---|---|
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182g | 131*209*10mm |
ISBN13 | 9791157956029 |
ISBN10 | 1157956025 |
출간일 | 2021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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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182g | 131*209*10mm |
ISBN13 | 9791157956029 |
ISBN10 | 1157956025 |
시에게 길을 묻고, 시에서 삶을 발견하다 최진영 시인은 28세에 서울시인협회가 발행하는 시전문지 [월간시]로 등단한 시인이다. 등단할 때 심사위원으로부터 “진지한 자세와 열성적 습작 과정을 거치고, 서울시인학교에서도 모범적 수강을 하는 등 가능성을 높여 온 신인”이었다면서 “당선작 「연어」 「편의점에서」 「절에 올라」 「죄다 별이 된다면」 「참전용사」를 통하여 자신의 폭넓은 체험에서 보고 느낀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는 그의 첫 시집이다. |
시인의 말 1 싸 보여? | 적막한 밤에 | 빌딩 파도 | 구직 사이트 | 입대 전 날 | 에스컬레이터 | 신춘문예 | 화분 | 중 | 어른 | 시 | 할머니 | 말의 시간 | 버스 기사님 | 너도 인자 할 줄 아아야제 | 좋은 시 | 이 불안마저 추억이 될까요? | 연필 | 저건 메모해 둬야겠다 | 사막처럼 울었습니다 |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 이미 | 평내호평역 2 연어 1 | 연어 2 | 편의점에서 | 절에 올라 | 죄다 별이 된다면 | 참전용사 | 아이스 아메리카노 | 지하철 | 땅의 온도 | 사육장을 위하여 | 눈을 부릅떠야겠다 | 옐로카드 | 백야 | 영점사격 | 버스 | 육개월 |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 책갈피가 된다 | PK | PK | 켓 띠 | 노이즈 캔슬링 3 응급실에서 | 강북삼성병원 | 정신과 의사 살인사건 | 병원에서 | 어떻게 받아야 맞을까 | 유언 | 사람, 사람, 사람 | 저는 시체입니다 | 중환자실 1 | 중환자실 2 | 집에 갈래요 | 외상센터 환자 명단 | 병상에 누워 | 두 단어 | 노인 | 턱 | 할아버지 | 병원 말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 | 살면서 죽어가라고 4 해바라기 | 밤하늘 | 잠 | 눈 | 노을 | 별 보다 먼 곳에서 | 모기 | 안녕 | 밤 | 그래지네요 | 불면증 | 반딧불이 | 반려동물 | 아침 | 지우개 | 별 | 새벽 평설 | 시에게 삶의 길을 묻고 시에서 지혜로운 삶을 발견하다 - 이충재 |
수능 현대문학 중에서도 현대시 파트 지문에서 볼 만한 시집을 만났다.
형이상학적이고 기괴하고 파괴적이고 허무주의에 걸쳐 있으면서도 초현실주의 , 실존주의적인 면모도 깔려 있는 그런 시집이었다.
다분히 현대시 사조의 특징인 모더니즘 영향도 많이 받아서인지, 혹은 10년 전 떠난 문인 협회의 반향이 여전히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읽었던 신춘문예당선시집 스타일과 그 트렌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 이런 형식으로 써야 한다는 굴레 속에 멈춰 있는 글 같달까.
문인 협회나 신춘문예 측에서 더 다양한 상상력을 인정하고 보여주었다면, 어떤 시집이 탄생했을까 하고 기대되는 지점이 분명 있었다.
이를테면, 문학 세계와 문학하는 이들은 꼭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가. 반드시 어두워야 하는가.
절대적으로 기괴하고 일부러 파괴적이어야만 하는가와 같은 질서 없는 물음들이 내내 마음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이는 시인이 시집 초반에서 근원적으로 갖는 질문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시집 중간 부분 쯤에서 시인은 여기에 더이상 물음을 갖지 않고, 순응하는 자세에 머무르면서 끝까지 일관적인 어조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때문에 다소 아쉬운 마음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풍요롭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며, 누구나 이상적으로 꿈꾸는 세계는 어째서 신춘문예 작품과 걸맞지 않는가.
기성 세대가 만든 틀에 갇히고 굴복해야만 그것은 '시'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가, 문학의 역할은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여전히 묻고 싶다.
고흐와 괴테의 아픈 작품도 울림을 주지만, 동심의 세계 속에서 반짝이는 진리를 전하는 생텍쥐페리의 작품도,
따뜻하고 포용력이 돋보이는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이처럼 우리 문학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기성 세대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 한 다양성을 시인이 보여줄 수 있을까, 혹은 그 지평을 열어 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들었다.
적어도 의구심을 품는 마음 속에 가능성의 여지는 있는 셈이니까, 그 실마리나 희망의 단서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우리 각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합당하고, 문인이라면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오히려 저자의 삶을 진솔하게 반영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다만 시인이 재기한 문제의식이 도중에 흔들리거나 소멸했다는 지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뭔가 더 꺼내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 보이는데, 이런 한계에 갇혀 그것이 나올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지점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읽는 내가 다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한편, 필자인 내가 느낀 바와 같은 감각을 시인이 느끼고, 신춘 문예에 대해 비판한 글은 차라리 통쾌하기까지 했다.
현대시에서 이런 시가 생소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용기와 솔직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인의 글 보다도 다양성을 수용하기 힘든 그 틀에 차마 못 마땅한 부분이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느꼈던 건, 그래도 시 안에서 시인의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랄한 비판 정신과 반항 정신이 살아 있어, 글 안에서도 시인의 청아하고 반짝이는 영혼을 느낄 수 있었고,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시집의 시들 중에서 2할 쯤은 깨어있고자 노력한 글쓴이의 에너지와 활력이 전해졌다. 숭고한 정신 또한 살아 있다.
이에 더불어, 빈부 격차가 날로 심각해지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하고자 하는 시도도 돋보였다.
영화 <조커>를 시집으로 만들면, 이런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시집이다.
시집 한 권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수많은 얼굴들의 잔상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어둠 속에서조차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밤새 먹지도 자지도 못 하고 써내려 갔을, 차마 달래지지 못한 혼들이 위로를 찾아 헤매는 듯 했다.
이를테면, 이상 시 , 기형도 시 , 김영하 소설, 곽정은 에세이 같은 문학 뿐만 아니라 초창기 영화사에서 보여주는 초현실주의 작품들, 에도가와 란포의 <란포지옥>,
히치콕의 영화들, 김기덕 감독님의 <빈 집> 같은 영화를 비롯해서 , 자우림 김윤아 노래들도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한마디로 어둡고 침울하고 본능에 충실하며 직관적이다.
본래 창작이라는 특징이 그러하듯, 누군가가 누군가로부터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영향을 받고, 또 서로 영감을 부여하고 주고 받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대해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다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시인이 지키고자 한, 시집 전체의 톤앤매너가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고, 페르소나 역시 통일성이 있다는 점에서 작품을 위해 상당히 집중한 흔적이 보인다.
출산의 고통에 비할 만한 이런 창작의 고통의 어려움도 다 이러한 완성도를 빚어내는 작업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데,
그 난관을 잘 극복해 낸 점에서 소소하게나마 응원의 말을 보태고 싶다.
한편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작품은 <좋은 시>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문학을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진정성 있어 보일 때가 바로 자기 반성과 겸손함이 묻어날 때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태도에서 기성 시인조차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물론 이미 잘 알려진 거장이라면 단연 이런 기본은 탑재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아직은 첫 시집이라 완성도나 내용 면에서 습작 분위기를 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 건, 저자의 시를 대하는 태도가 빛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집, 참 오랜만이다. 중고등학교 때, 평생 몫의 시를 다 읽고 써버린 탓일까. 아니면 시와 시인의 무게를 알게 되었길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 일까.
문신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사진을 찍 듯, 뇌에 문신처럼 새겨진 글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 게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때문에 여전히 시집을 열면 다소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모더니즘 작품들을 즐겨 보는 내게, <구직 사이트> 같은 시는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이 시를 반으로 해체해서, 앞 구절과 뒷 구절이 묘하게 대구를 이루는데 그게 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비되는 두 구절을 통해 행간이 전하고 싶은 의미가 충분히 전달 되었고, 카타르시스 또한 느껴졌다.
일반 대중이 읽는다면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지만, 현대시나 모더니즘 작품을 즐겨 감상하는 분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들도 다수 보였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초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혼돈이 묻어나지만, 시를 향한 열정과 현대 사회의 이면을 왜곡되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며 문학에 담으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시집이었다.
시와 시인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느낀 점 그대로를 다소 가감 없이 표현한 면이 없지 않은데, 모두 저자에게 건강한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젊은 시인을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주었던 기성 시인의 글과,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시집이지만, 도전정신과 패기를 높게 사고 따뜻하게 껴안고 수용하고자 했던 문단,
끝으로 시인이 전하고자 했던 시에 담긴 메시지의 가치를 이해하고 펴내준 출판사에 작가님을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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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들여다 본다. 부숴지며 파도 하얀 거품이 해얀가로 몰려 들다가 사라진다. 다시 파도가 몰아온다. 크고 때로는 작게 파도가 왔다가 가다.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 옆에 엉덩이를 묻히고 앉아서 바다를 바라봤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 꽤 많다. 누군가는 멍하니 사색에 잠기고, 누군가는 친구와 장난치고 있다. 누군가는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해결해 보려는 듯 인상을 쓰고 있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바다는 각자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때, 그들은 모두 같은 바다를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바라 본 바다는 마냥 즐거운 바다는 아니였다.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할수록 우리는 그것으로 받는 위로나 즐거움, 슬픔이 줄어든다. '슬프다'하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긴 문장보다, 이별 후 먹먹한 가슴으로 바라보는 달이 더 많은 걸 말해 줄 때가 있다. 긴 글을 읽는 것이 그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이 있다면, 추상적이고 짧은 글은 다시 그것만으로 매력이 있다. 누군가는 단풍놀이에서 낭만을 느끼고 누군가는 흘러가는 세월을 탓한다. 누군가는 쓸쓸한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는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풍은 말이 없다. 우리가 낭만을 느끼거나, 쓸쓸함을 느끼거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은 '단풍'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 속'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많은 것을 바라본다. 얼굴에 묻은 주름살을 찾아보기도 하고, 뒤에서 쫒아오는 트럭을 차에 달린 사이드미러로 보기도 한다. 손 거울로 화장을 고치기도 하고, 화장실에서는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라곤 평평한 면 위에 발라져 있는 수은일 뿐이다. 우리는 빛을 반사하는 수은을 통해 돌이어 반사되는 피사체를 바라본다. 단풍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다. 달이 그렇고 모든 것들이 그렇다. '시'라는 것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프랑스의 시인 '쥘 르나르(Jules Renard)'는 '뱀'이라는 시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겠다.
'너무 길다'
단 두단어로 이루어진 시. 여기에 누군가는 인간의 본성과 유혹에 관한 해석을 내놨고, 누군가는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해석을 하며 누군가는 기독교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음에 대한 예찬으로 보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이었을까. 내가 바라 본 바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시는 그렇다.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거울은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노래도 이별 후에는 슬프게 들릴때가 있고 슬픈 노래도 즐거운 일에는 신나게 들릴 때가 있다. 시가 하는 역할이란 기본에 충실하여 읽는 이들에게 충분한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
무척이나 얇고 얇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그저 평평한 판대기에 수은이나 발라 놓은 것을 왜 구매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수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도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투영하는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이다. 시가 투영하고 있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 시인에게 만물은 '시'가 된다. 이처럼 시인이 스치고간 흔적들이 주변에 쌓이고 흔한 것들이라는 것에서 시인이 시도했던 투영들이, '시'가 없어도 보이곤 한다. 가끔은 거울도 없이 나의 표정이 느껴지거나 인기척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런 기민한 감성을 만들도록 '시인'은 독자의 감성을 꾸준히 건든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과 일기들로 시인은 독자에게 꾸준한 거울을 들이민다. 거울은 동그라미도 있고 별모양도 있고 달모양도 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것은 독자의 마음에 이미 존재한다. 거울의 모양과는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곧, 시이고 시는 곧 세상의 모든 것이며 이것은 밖이 아닌 안에 이미 존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