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전·후반 각각 9홀씩 나뉜다. 마치 인생에서 전반전과 후반전을 구분하는 것 같다. 전반의 내용이 좋지 않았더라도, 후반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낙담한 사람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준다
--- p.16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착된 골프의 대중화가 반가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골프는 급할수록 분리해지는 스포츠다. 침착하게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경기를 이끌어 가며, 경기 운영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운 멋스러움이야말로 골프의 매력이라 말할 수 있다. 골프는 ‘느릴수록 빨리 가는 스포츠’이다.
--- p.18
5시간 동안 누군가와 걸어본 적이 있는가. 골프가 아니면 평생 경험하기 힘든 일일지 모른다. 긴 시간을 함께 걷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마음을 살짝 열어줄 때 그때 나오는 말들이 진솔한 것이다. 골프에서 걷기는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걷기가 없는 골프는 상상할 수 없다. 사람은 함께 걷는 동안 서로 자연스러워진다. 동화(同化)란 서로 자연스러워져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을 말한다. 걷기와 대화의 스포츠, 그것이 골프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문제를 겪거나, 깊이를 더해야 할 때 사람들이 필드를 찾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골프를 지도해 오면서 확인한 배움이다.
--- p.25~26
골프는 동반자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간극의 스포츠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짓는 것은 심리적 거리의 척도가 된다. 연인, 부모 자식의 거리는 ‘0’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0’의 거리를 유지한 채 걸을 수 있는 관계는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다. 그들은 당신을 위해 자신의 삶 일부 또는 전체를 희생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 p.29~30
인간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때 동반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골프의 수준도 그만큼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마음 상태가 골프 수준을 결정한다. 골프의 척도는 지위와 명망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다른 종목과 골프의 차이는 골프는 인격의 스포츠라는 것이다. 스스로 인성을 돌아볼 수 있어서다.
--- p.43
사람들은 반복과 연습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관점에서 봤을 때 반복과 연습은 엄연히 다르다. 한 문장으로 개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게 연습이다. 그러니까 매번 스윙을 하더라도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잘못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연습을 통해 반복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연습의 목적이다.
--- p.52
골프 연습 과정은 기술적인 능력만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다. 연습의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이 뒤따른다. 과정 중에 자신의 내면을 켜켜이 쌓아 튼튼하게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경기력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 이유다. 연습 과정을 통해 안목, 통찰, 인내, 습관 등 사람의 마음을 견고하게 구축한다. 골프 연습 과정은 기술향상과 더불어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골프의 단련은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 탁월한 인생으로 성장하게 한다. 즉 몸을 활용해 축적된 지식과 기술로 삶을 궁리하는 도구로 적용해간다. 결국 골프가 인문학이고 인문학이 골프다.
--- p.60
우리는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변증법적인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완벽한 스윙을 시도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취하고 완벽한 스윙을 배움으로써 보다 향상된 자신으로 진보한다. 3단계 과정을 거쳐 한 단계씩 밟아 나아간다. 어제보다 성장하고 최소한 현재보다 진화한 자신을 추구한다. 하루의 반복은 이상향으로 가까워지는 존재로서 발견해 나간다.
--- p.65
스포츠에서 루틴은 최상의 운동 수행을 위해 반복하는 고유한 동작과 절차대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루틴은 집중력을 향상하고, 자신을 점검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집중력 향상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어줘 경기에서 방황하지 않게 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하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있다. 식사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루틴을 지켜 자신을 점검하고 수준을 높여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운동선수가 끊임없이 루틴을 지키는 이유이다.
--- p.73
기본적으로 골퍼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갑’의 자세가 아닌 동등한 자세로 말이다. 캐디에게 따듯한 말로 배려하면 상대도 충분히 그 마음을 느낀다. 잘못된 샷에서 캐디는 마음을 드러낸다. 아쉬워하고, 격려해주고,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이다. 서로 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동반자는 어떤 마음일까? 당신의 평가를 골프 샷이 아닌 행동을 통해 본다. 타인에 대한 배려, 존중, 협력, 공감하는 마음을 말이다. 비즈니스와 관계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 p.79~80
성공한 사람의 강연, 연설을 듣기 위해 찾아다닌 경험이 있는가? 골프의 장점 중 하나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골프 동반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적인 일과 훌륭한 인성의 변곡점을 뛰어넘어 모범이 되는 틀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셀프컨트롤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 p.93
인성 개발을 위해 독서도 좋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책만 읽는다고 가능하지 않다. 몸의 움직임은 인간의 감정을 수반하는데 이러한 몸의 움직임 통해 인성의 향상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 골프를 통한 몸의 움직임은 사회관계, 회복탄력, 인내, 리더십, 예절, 규칙이 포함되어 성숙한 인성을 갖도록 도와준다.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위기, 시련, 고통이 몰려와도 이겨내는 긍정적인 마음을 키울 수 있다. 나의 자존감을 높여 관계 맺는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세상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다.
--- p.104~105
경기 시간이 짧지 않은 골프는 경기 초반의 멘털이 후반부로 갈수록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거리별로 나누어 범주화시켜두면 멘탈이 무너져도 정신을 다잡기 쉽다. 범주화 능력은 정리 작업을 잘한다는 의미이다. 이 작업은 성장하는 사회생활로 연결된다. 물건의 고유 자리, 비슷한 것과 묶어 놓게 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 능력은 기준의 틀을 마련해 간소화가 이루어지고 복잡함이 사려져 집중력이 높아진다. 결국, 자신의 항로를 잃지 않게 해준다.
--- p.119
열정은 발견과 발전이 가능하게 해준다. 다양한 일을 한다는 게 열정, 끈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열의를 쏟아부은 사람도 처음부터 그 일을 찾아 바로 성공을 한 건 아니다. 여러 일을 거쳐 지금의 일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시작점부터 우리와 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 열정,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걸렸다. 재능이 아니고 노력이다. 열정보다는 끈기 있게 지속하는 마음이다.
--- p.124
과감히 말하자면 인생과 골프에서 ‘한 방’은 없다. 결국 승자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버림의 미학인 편집과정에 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에 깊은 통찰을 되새김해 본다. 지금 당장 내가 잘하는 것을 써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어쩌면 그것이 내일 큰 성공을 가져다줄지 모르니까 말이다.
--- p.127
골프는 상호 신의가 생명인 스포츠다. 골퍼는 농담이나 소모적 시간을 허비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동반자의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약속은 사람에 따라 차이를 두면 안 된다. 중요도의 순서는 있을 수 있지만 약속 자체에는 차등이 없다. 사실 그런 사람치고는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니, 성공한 사람도 있고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존경받는지는 자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둘러봐라. 그 사람을 진정 명예롭게 생각하고 공경할까?
--- p.137~138
골프는 비거리와 방향성을 목표로 연습한다. 단순해 보이는 2가지의 목표가 골프에서 인생을 배우고 깨달음을 준다. 이것은 욕구와 갈증을 풀어 자신의 내면을 분출해 표현한다. 하위영역에 있는 내기와 경쟁의 욕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자아실현이다. 실천의 도달은 노력, 인내, 끈기 쏟아낸 시간의 투자과정이 필요하다.
--- p.139~140
부자 골프,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부자의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 인간관계 노력의 선상에서 보면 골프는 서로를 연결하는 고리임이 자명하다. 경기의 내용보다는 부자가 함께하는 골프, 벌써 가슴이 타들어 가면서 두근거린다.
--- p.150
골프는 자신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힘을 길러준다. 연습이 안 된 샷을 경기에서 무리하게 적용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숙달된 부분, 연습을 많이 한 부분을 실행해야 한다. 실수할 것 같거나 위험하다 판단되면 안전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 물을 건널 때는 비행거리가 짧은 지점을 찾고, 벙커를 피해, 그린의 넓은 부분에 안착시킨다. 행동이나 상황에서 자제력이 높아지면 감정 통제의 힘은 강해진다.
--- p.164
골프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을까? 아님, 어떤 스포츠인지 고민은 해 보았을까? 남들이 한다고 하니 유행처럼 퍼져 대자연만 죽이고 있는 것 아닌지. 겉으로 보이는 과시, 오락에 치중한 모습이다. 질문과 사유 없이 시작한 골프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골프는 대자연의 압도된 공간에서 인간은 끝없는 질문, 반성, 도전하게 만든다. 겉모양의 형식에 편벽된 모습이 아니라 골프 고유의 모습을 궁리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골프의 보편화가 중요한 근본을 빼앗는 현실이다.
---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