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의 하락은 산업화된 국가의 생산과 소비 체계 전반에서 식품이 지니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곡물 수익이 줄어든 농부는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생산을 최대한 늘렸다. 이는 식량의 대량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음식물 쓰레기가 경이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농부는 소매상과 맺은 엄격한 계약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곡물을 의도적으로 과잉 생산했고, 팔리지 않은 농산물은 갈아엎었다. 식품 가공업자의 입장에서는, 식품 가격이 낮은 탓에 남은 식재료의 사용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폐기처분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이었다. 슈퍼마켓 관리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반에 가능한 많은 상품을 진열했다가 식료품들이 최상의 상태를 넘기면 바로 내다 버리는 것이 보다 편리했다. 소매상과 소비자는 미심쩍은 식품이 있으면 풍미상실, 악취, 혹시 모를 식중독의 위험을 핑계 삼아 즉각 폐기해 버렸다.
--- 1장. 「음식물 쓰레기 전쟁」 중에서
영국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 전체의 최대 40%가 시장에 가기도 전에 폐기된다. 미국에서는 재배되는 농산물의 약 50%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일과 채소가 수확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크기, 모양, 색깔, 숙성도, 외관, 흠의 유무와 같은 농산물 바이어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팔 수 없는 과일과 채소는 따지 말라고 교육받으며, 상품성 없는 농산물은 갈아엎거나 퇴비 혹은 가축사료로 가공된다. 생산자와 슈퍼마켓 체인이 이러한 요구사항을 고수하는 이유는 고객이 동일한 영양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도 외관상 결점이 있는 농산물을 구매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영국의 유명 셰프 지미 도허티와 제이미 올리버는 멍들거나 모양이 이상한 과일과 채소에 대한 구매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TV에서 ‘어글리 푸드’ 운동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농부는 프로그램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준에 못 미친다면 뭐가 됐든 버려집니다 … A등급 당근이 1톤당 800파운드를 받는데, 못생긴 당근은 가축사료로 단돈 10파운드에 팔리니 사실상 거저인 셈이지요.”
--- 2장. 「농장 쓰레기」 중에서
바나나는 가장 많이 버려지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다. 반점이 생긴 잉여 바나나와 껍질은 가축사료와 퇴비로 사용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채 방대한 양의 바나나가 버려지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재배된 바나나의 약 20%가 외관상의 결함으로 수출되지 못한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본사가 있는 영리기업 발나나는 불완전 바나나를 스낵식품으로 업사이클한다. 2012년에 설립된 발나나는 5년 만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의 내츄럴 에볼루션 푸드는 팔리지 않는 바나나를 글루텐 단백질이 없는 바나나 분말, 식이요법용 식이섬유 보조제, 항균항염 연고로 가공 판매한다. 튀긴 바나나 껍질을 음식점에 납품하는 회사도 있고, 바나나 껍질을 칵테일, 브라우니, 에탄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하는 회사들도 있다.
--- 3장. 「식품 제조공장 쓰레기」 중에서
직원들은 통조림 깡통과 포장에 찍힌 상품 표시를 재차 대조해서 ‘품질유지기한’이 다가오는 상품들을 폐기한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즉석조리 식품과 당일 구워 가판에 올리는 제과제빵 제품도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빵 굽는 냄새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슈퍼마켓은 저녁에도 신선한 빵을 구워 내놓는다. 얼마 남지 않은 폐점 시간이 되면 남은 빵은 폐기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빵을 굽는다. 치킨, 샌드위치, 샐러드 바 같은 매장 내 즉석조리 식품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농산물 코너는 슈퍼마켓에서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진원지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판매대에는 완벽한 모양과 색깔을 갖춘 과일과 채소가 전시된다. 직원들은 과일과 채소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지를 확인하며 매일 신선한 농산물로 판매대를 채워 넣는다. 오래 되고, 물러지고, 크기가 줄어들고, 변색되고, 멍이 들거나 흠이 난 상품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식품 폐기 관리비용, 예컨대 판매대에서 치우고, 처리하고, 기록하고, 대체품을 다시 주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체 식품비용에서 기껏해야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마저도 식품 소매가에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 4장. 「슈퍼마켓 쓰레기」 중에서
뷔페를 제공하는 카페테리아식 음식점에서도 음식 쓰레기가 대량으로 버려진다. 풍성해 보이기 위해 거의 항상 지나치게 많은 음식이 진열되며, 고객은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접시를 자신이 직접 채운다. 음식에 개별 가격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이 접시에 담는 경향이 있다. 뷔페식당이 늘 신선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보이도록 다 먹은 음식접시는 바로 치워진다. 뷔페식당에서 풍성한 식사장면이 연출될수록 접시에는 더 많은 음식이 남겨지고 결국 더 많은 음식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특대 사이즈’를 출시했다. 버거는 더 커졌고 함께 곁들이는 감자튀김은 두 배가량 많아졌으며 음료수는 거대한 잔에 담겼다. 고객은 이러한 특가 거래를 없앨 수도 없고, 남김없이 다 먹기도 어렵다. 결국 더 많은 쓰레기만 만들어진다.
--- 5장. 「음식점 쓰레기」 중에서
뉴욕에서 활동하는 배달 앱 셰어바이트는 앱으로 주문이 이루어질 때마다 주문 한 건당 한 끼의 식사를 빈곤 아동에게 기부한다. 2019년 5월 현재 셰어바이트를 통해 30만 끼니 이상이 시티하베스트에 기부되었다. 스마트폰 앱 스낵패스는 한 달에 10달러를 내는 회원들에게 시카고 지역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한해 5번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낵패스는 이렇게 모은 기금으로 음식점을 비롯한 소매 음식 서비스업체들에서 남는 조리음식을 모아 인근의 자선단체들에 전달한다
--- 5장 「음식점 쓰레기」 중에서
소비자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가늠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가정이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미국 가정은 하루에 580그램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구매하는 우유의 20%, 계란의 23%, 신선한 생선의 40%가 쓰레기로 버려진다. 여기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통해 분쇄한 다음 퇴비더미에 버리거나 반려동물의 먹이로 사용된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존스홉킨스센터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공되는 해산물의 거의 50%에 달하는 약 10억 킬로그램의 해산물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미국 소비자는 연간 약 5억 8,900만 킬로그램의 음식물을 폐기한다. 평균적인 미국 가구는 어디에서 먹든지 간에 먹지 않고 남겨서 버리는 음식에 1,365~2,275달러를 낭비한다.
--- 6장. 「소비자 배출 쓰레기」 중에서
미국에서만 매년 600억 개의 일회용 커피 컵이 매립지에 버려진다. 일부 패스트푸드 체인과 커피숍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컵을 얇은 폴리에틸렌 막으로 안을 덧댄 재활용 가능한 마분지 컵으로 교체해왔다. 사용자는 이 컵이 재활용 가능하다고 믿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특수한 설비에서 가공처리를 거쳐야만 한다. … 영국에서 매년 버려지는 25억 개 일회용 컵의 재활용 비율은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유명 셰프이자 쓰레기 감축 운동가이기도 한 휴 핀리-휘팅스톨은 2016년 BBC에서 방송된 TV시리즈에서 일회용 컵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코스타 커피, 스타벅스, 맥도날드, KFC, 프레 타 망제를 비롯한 영국의 여러 대형 체인들은 ‘종이컵 선언’에 서명했다. 이 자발적인 선언을 통해 업체들은 2020년 말까지 종이컵 재활용 과정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개선하며 컵 재활용 비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 7장. 「식품 관련 쓰레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