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 이: 양태철(필명: 양하)은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이다. 또한 그는 영문학자로서 시집으로『바람의 말』과『거제, 바람이 머무는 곳』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이솝우화 영어로 읽어라’를 비롯하여 ‘노인과 바다(한글본/영한본/한영본)/어린왕자(한글본/영한본/한영본)/예언자(칼릴지브란)/톨스토이 단편선/리어왕(한글본/영한본/한영본)/맥베스(한글본/영한본/한영본)/햄릿(한글본/영한본/한영본)/오셀로(한글본/영한본/한영본)/베니스의 상인(한글본/영한본/한영본)’등이 있다. 그는 현대시문학상, 랭보문학상, 임화문학상, JC문학상, 서울시문학상(청계천공모) 등을 수상하였다.
[제16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출품작을 살펴보는 가운데, 도약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시어의 장식에만 몰두하여 시를 망가트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발견했다. 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직함을 근본으로 삼는다.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되 리듬이 경직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주관을 통제하고 간접적이고도 객관적인 표현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은 각각 자신의 기질에 맞는 섬세하고 절제된 서술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투시적 상상력은 고정관념을 배제시키고 세계를 통찰하는 시야를 길러내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학인의 고민이며 해결하고자 하는 무거운 숙제 중 하나다. 현대시에서 리듬은 예전의 시처럼 자족自足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의미와의 긴밀한 연관 하에 매번 다양하고 독자적인 구조로 재탄생한다. 정형화된 운율 조직에 의미를 담아내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단 이야기다. 그러므로 개개인이 저마다 삶의 진실을 표출하기 위해 개별적이고 다채로운 리듬을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산다. 더러 깊은 사색과 고뇌에 빠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대사에서 정형률보다 자유율격이나 산문에 대한 형식의 활성화는, 삶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초스피드 시대에 도래한 현대사회다. 또한 그에 따른 각각의 개인 시대가 열림으로써 긴밀한 관련을 맺게 되었다. 말라르메에 의하면‘문학의 신비’는 언어에 내재하는 리듬에 기인하는 것이다. 율동적이고 자유로운 시적 공간은 생명을 향한 본원적 충동을 내포하는 자율적인 영역이란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리듬은 시를 살리고 죽이는 무한한 에너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제16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심사 과정에서 몇몇 장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정말 가슴 아리고 북받치는 슬픔임에도 그 슬픔을 슬프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초월할 줄 아는 세련된 시적 형상화를 발견된 것이 그것이다. 그런 글을 만날 수 있단 사실은 독자들로서도 매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긴 서사적 내용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필력을 소유한 창자를 보면 우리 문학의 미래 또한 희망적임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진솔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능청을 부리며 글을 끌고 가는 힘을 지닌 청소년이라면, 그의 3, 40대는 얼마나 노련한 감동의 파문을 몰고 오겠는가.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다수 단점도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현란한 시어를 대동하여 마치 언어적 성향만을 선보이는 듯 전반적인‘꾸밈’에 몰입한 정황을 곳곳에서 엿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시어에 집착하다보면‘신선함’이나,‘낯설게 함’에 갇혀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런 글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지 못하는 근원이 된다. 시란 곧 영감을 의미한다. 간결한 시적 언어의 함축성이 안겨 주는 언어의 마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진솔함에 연계된다. 그러기에 진솔함을 배제시킨 창작은 논할 수 없다. 언어의 유희가 지나치면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현학적인 난해함에 몰입하다보면 본질을 흐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사고방식과 복잡한 조직을 갖는 시적형상화는 말하고자 하는 창자의 본질적인 내용보다 단순 겉멋만을 포착한 경우가 허다하다. 말하자면,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다.
‘어떤 방법으로 말하고 싶은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봉착해 스스로 들여다보는 거울이‘시詩’가 되기를 바란다. 시란 유리그릇과도 같다. 자칫 잘못하면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너무 관조하면 그 안에 속박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함부로 어르고 설치면 깨지는 것은 찰나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심연은 없다. 뿌리 깊은 나무가 오래 견디듯, 긴 세월 숙
련을 통해 육화시켜야만 타자를 감동시키는 명문장이 태어난다. 제대로 발효되지 못하면 부패하므로 스스로 경계하고 자중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그릴 수 있겠는가. 이미지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새롭게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루이스는“참신하고 대담하고 풍부한 이미지들이야말로 현대시의 장점이며 제일의 수호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미지는 심안을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체적 설명 없어도 상상하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글쓴이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마음 뒤에 숨어 사는 사유의 그늘과 슬픔의 근원을 형상화시키며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글을 쓸 때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창작은 표절로 이루어 질 수 없다. 창작이란,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짓는 것, 또는 표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숭고한 예술적 행위 그 자체다.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문장, 그 문맥에 흐트러짐 없는 유기적 상관관계에 대해 보다 깊은 사색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고 보겠다. 다독, 다작, 다상량의 의미 또한 그에 준한다 하겠다.
‘슬픔의 힘’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만남과 이별의 상황이 역전되는 시적 구조는 매우 역동적인 작용을 일으킨다. 생성의 언어는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매우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달관한 듯 혹은 잠언식 넋두리로 표현하는 방법은 앞으로 보다 배제시켜야 할 요소이다. 우울한 감정으로 종결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제16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도약의 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쉽게 당선 되지 못한 몇몇의 출품자들에게 더욱 분발하기를 바라며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바이다. 또한 수상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