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놓아줘 LET GO MY HAND―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에드워드 독스는 우리가 소설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이 영혼까지 속속들이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작가다. _《가디언》독스는 ‘타인의 내적 자아의 정확한 형태와 무게, 영혼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악하는 재능을 지녔다. 가장 주변적인 캐릭터들조차 그의 소설 속에서는 일관성을 가지고 강렬한 생기를 뿜어내며 피어난다. _《뉴요커》세상에는 읽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읽는 사람의 인생 자체처럼 보이는 소설이 있다.《내 손을 놓아줘》는 이 두 가지를 다 갖추고도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반짝이는 진실로 가득 찬 이 소설은 세련되고, 종종 빵빵 터지는 재미가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읽다 눈물을 참느라 꺽꺽 목이 메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술이란 것이 사랑과 죽음 사이에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예술 작품이다. _이안 켈리Ian Kelly,《카사노바Casanova》저자빼어난 소설, 대단히 감동적이며 지독하게 지적이고,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에도 풋,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재미가 있다. _폴 머레이Paul Murray,《스키피 다이스Skippy Dies》저자세 아들과 아버지가 그려낸 21세기 감동의 가족 드라마이 소설은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퇴화해 온몸이 경직되다가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질환인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죽음을 앞두고 세 아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 가정적인 가장이며 생명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잭 형’과 자유로운 예술혼을 지니고 자유분방한 사랑을 하는 연극배우 ‘랄프 형’, 엄마처럼 시인이 되길 꿈꾸지만 데이터베이스 매니저로 일하며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어하는 ‘루’가 아버지의 세 아들이다.막내인 루(루이스) 래스커는 가족들 문제로 중간에 낄 때면 몹시 괴롭기도 하지만, 가족을 끔찍이 사랑했다. 그의 집안도 여느 가족처럼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아버지의 이혼과 두 번째 결혼, 엄마의 죽음, 쌍둥이 이복형과의 특별한 관계 등 가족들 마음속에 깊이 박힌 충격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상처들…. 루는 가족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하고,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면서도 아버지를 모시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세 아들 인생에서 최고이자 최악의 인물인 아버지는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 ‘디그니타스’로 가는 여행을 아들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후 휠체어에 의존한 채 생활하고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아버지는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더 후회하지 않게 다른 방식의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주장한다. 이 여정은 루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루는 이 여행을 형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거짓말과 불륜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형들은 혀를 내두를 만큼 골치 아픈 인간들이다. 루는 형들이 이 여정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의구심이 들 뿐이다. 형들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아버지를 용서한 적이 없었다. 형들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란 루는 아버지의 선택과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존중해야 할까? 말 많고 탈 많은 가족들의 재회가 죽음을 맞으러 스위스로 떠나는 아버지의 결심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에 담긴 우리의 초상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드워드 독스의 네 번째 작품인《내 손을 놓아줘》는 ‘죽음’, ‘사랑’, ‘여행’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늙고 병들어가는 한 인간(아버지)의 모습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깊이 있게 써내려감으로써 단지 아버지와 아들만이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과 우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밀도 높게 그렸다. 그들이 나누는 수많은 대화 속에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성찰하게 만드는 정서적인 자극과 감동적인 울림도 있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이복형제와 아버지의 갈등,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극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물들의 갈등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마음에 잔잔한 파형을 일으키기도 한다.이 소설은 또 네 부자의 여행이자 네 부자의 삶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아버지는 병으로 시시각각 시들어가면서도 왕성한 호기심과 지식욕으로 여행 내내 생기를 잃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은 아버지인데 오히려 세 아들이 주위의 사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곁에 있는 아름다운 음악과 문학과 미술과 역사를 음미하지도 못하며,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지도 못하고, 왜 살아가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그냥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 셋을 데리고 디그니타스로 향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성당도 돌아보고, 까마득한 역사가 담긴 동굴도 탐험하고, 카트 경주도 하고,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캠핑도 하면서 아들들에게 삶의 또 다른 의미와 즐거움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여행하는 길 위에서 펼쳐진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편지로 남긴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 사랑 고백, 인생에 관한 따뜻한 조언과 당부는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깨닫게 한다. 여기에 셰익스피어와 톨스토이, 카뮈와 사르트르, 융과 프로이트 등 문학적?철학적 인물들을 빈번히 인용해 이념과 종교적 이슈까지 대화에 인용하는 영국 작가 특유의 지적 유희가 펼쳐져 소설 읽는 색다른 매력을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