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7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32g | 135*195*18mm |
ISBN13 | 9788937444579 |
ISBN10 | 8937444577 |
출간일 | 2021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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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32g | 135*195*18mm |
ISBN13 | 9788937444579 |
ISBN10 | 8937444577 |
백인 피부를 지닌 흑인 여성의 위태로운 ‘정체성 넘나들기’ 1920년대 할렘 르네상스 대표 작가, 넬라 라슨 문제작 2021년 선댄스 영화제 화제의 영화 [패싱] 원작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넬라 라슨의 『패싱』이 출간되었다. 1920년대 뉴욕 할렘을 무대로 흑인들의 예술과 문화가 부흥했던 ‘할렘 르네상스’에는 문학을 주축으로 음악, 회화,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진 흑인 예술가들이 등장해 인종적 자각으로 무장한 새로운 흑인상을 제시했다. ‘패싱’은 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흑인들이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하는 것을 뜻한다. 즉 흑백 인종 간의 경계에서 백인으로 넘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경제 호황에 따라 흑인 중산층이 증가하고 검은 피부, 가난한 흑인이라는 등식이 깨졌음에도 여전히 ‘흰색’이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우위를 점했음을 보여 주는 사회적 증후라고 볼 수 있다. 넬라 라슨의 『패싱』은 백인 피부를 지닌 두 흑인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을 통해 할렘 르네상스 시기 신여성들의 ‘패싱’에 주목했다. 사회적 차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흰색이 주는 사회적 보호와 이익을 욕망하고 인종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여성 인물들의 주체적인 행보는 근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1부 조우 11 2부 재회 97 3부 종말 165 |
클레어는 가난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패싱’을 선택하고,
상류층에 속하는 백인 사업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우연히 어릴적 동네 친구였던 아이린을 만나게 되고,
흑인사회에서의 다양한 파티에 참석하면서 그녀는 다시 할렘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검둥이를 혐오하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까만 피부로 태어날까 노심초사했던 아홉달이 지나 백인으로 태어난 딸에게서 조차 벗어나,
그토록 바라왔던 백인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었음에도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은 그 무엇도 채울 수 없었다. 다만 우연찮게 만나게 된 옛 지인으로 인해 어릴적 도망쳐 나온 흑인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다시 그 속에 속하길 바라고 있다.
아이린은 시카고에서 어린 아들들이 요구한 선물을 사기위해 시내를 돌아다녔으나 무더위로 인해 쓰러기기 일보직전 택시를 타고 백인전용 호텔인 드레이튼 호텔의 루프탑으로 간다. 딱히 그곳으로 가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자신은 흑인이었으므로 그 호텔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는 보통의 흑인들과 달랐다. 그녀가 혼자 있으면 백인들은 그녀를 이탈리아 사람, 스페인 사람, 멕시코 사람 또는 집시로 보았으며, 결코 흑인이라는 결론까진 가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외모는 가끔 오해를 받았고, 가끔 이렇게 힘이 들 경우에 한해 그녀는 기꺼이 백인으로 오해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차를 마시며 더위를 극복하고 있던 아이린의 테이블 옆으로 매력있는 백인 여자가 앉게 된다. 무의식중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아이린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의 눈빛이 빛나면서 오히려 아이린이 관찰을 당하게 된다. 잠시 후 그녀가 아이린에게 다가오며, 아는척을 하게 되고 어릴적 같은 동네에 살던 클레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같은 동네에서 지내며 가끔 같이 놀기도 했었지만 친분이 두텁거나 하진 않았다. 클레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다 가출을 하게 되고 그 후론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들리는 소식들은 흑인이면 결코 행하지 않을 일들이기에 뜬소문으로 간주했었다.
아이린은 딱히 클레어가 반갑진 않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녀에게 끌리게 되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할 초대에 응하게 된다.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 역시 바쁜 여행중에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와중 만나기로 한 화요일 오전부터 계속 전화가 왔고, 어쩔 수 없이 받게 된 전화, 거절의 뜻을 밝혔지만 호소력 있고 유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클레어의 승리.
방문한 곳에서 같은 동네에 있었던 거트루드를 만나게 되었다. 거트루드 역시 하얀피부의 흑인으로 정육점을 하고 있는 프레드 마틴이라는 백인과 결혼을 한 상태이다. 프레드는 거트루드와 같은 학교를 다녔으며, 그녀가 흑인인 것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에 만난 세 명을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녀는 마저리가 태어나기 전 아홉달 내내 공포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혹여나 태어났을 때 피부가 검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태어난 마저리는 하얀피부다.
시간이 흘러 집에 가려고 준비하던 아이린을 때마침 귀가하는 클레어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그는 “안녕, 검둥이.”라며 클레어에게 인사를 했고, ‘검둥이’라는 표현에 거트루드와 아이린은 할말을 잃었다. 클레어에게도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걸 남편이 아는지 초조하게 앉아있었는데, 남편의 말은, 결혼초에는 피부가 무척 희었는데, 점점 검어져 어느날 눈 떴을 때 검둥이로 변해 있는거 아니냐는 농담으로 클레어를 ‘검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한 자신은 검둥이를 싫어하는게 아닌 혐오한다고 하였다.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그녀가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떠나기 전 클레어에게 편지가 왔고, 기차 안에서 읽어보며 다시는 만날일이 없을거라며 갈기갈기 찢어 철로에 버렸다.
그런데 그 후로 2년이 지난 지금 그녀에게 편지가 온 것이다. 그녀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다 남편에게 편지의 내용을 전하며 이야기 했는데, 냉담하던 남편 역시 연을 끊으라고 말한다. 그녀는 당장 클레어에게 거절의 편지를 쓰려했지만, 아예 편지 자체를 보내지 않은 것이 나을거란 생각에 받은 편지는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클레어가 아이린의 집 벨을 누르게 된다. 만날 생각이 없었지만 집안으로 들일 수밖에 없었고, 잠시 이야기 나누던 중 아이린에게 온 전화로 인해 파티가 있을 예정이란걸 클레어가 알게 된다. 그 파티는 흑인과 백인이 같이 동참하는 파티로 클레어의 두 눈이 반짝인다. 아이린은 초대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클레어의 참석의지가 너무도 강했고, 결국 아이린은 두 손을 들게 된다.
파티당일 그녀의 집으로 온 클레어를 보고 감탄을 했었고, 브라이언과 함께 파티장소로 이동을 했다. 둘은 자주 춤을 췄고, 다행히 브라이언이 클레어에게 친절했고 그 모습을 보며 아이린은 안도했다.
클레어의 남편이 출장을 가는 날이면 그녀는 어김없이 아이린의 동네로 왔고 여러 다양한 파티에 참석을 했다. 아이린의 남편인 브라이언과도 점차 친해져 아이린이 피곤할 때에는 둘이서 파티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휴 웬트워스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게 되었고, 휴는 클레어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브라이언은 아이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클레어를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참석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린은 아연실색하였고, 조금 후 남편의 행동을 보며 그가 클레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뜨거운 분노와 수치심에 그녀는 두 팔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녀의 남편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란걸 그녀에게 알려줄 뿐이었다. 아이린은 3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3월이 오면 클레어는 남편과 함께 그녀의 딸이 있는 스위스로 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고, 너무 화가난 나머지 클레어의 백인 남편에게 자기 아내가 흑인일 수 있다고 의심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 해 봤으나 그녀는 ‘흑인’이라는 인종에 대한 충성심으로 차마 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쇼핑을 나간 아이린은 갑작스런 돌풍으로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는데, 그는 클레어의 남편인 벨루였다. 벨루는 아이린을 알아보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아이린과 팔짱을 낀 ‘굽슬거리는 검은 머리에 황금색 피부’를 지닌 펠리스를 보면서 얼어붙었다. 그 한 장면으로 인해 아이린 역시 흑인의 피가 흐르며, 어릴적 친구라 하였기에 자신의 아내 역시 흑인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전모를 파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린은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고, 상황을 읽고 본능적으로 모르는 사람이라는 듯 지나쳐 갔다. 아이린은 클레어나 브라이언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했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망설여졌다. 결국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파티 참석으로 집에 와 있는 클레어에게 남편이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겨냐고 물으나, 그렇다고, 맞다고 이야기 할 거라고 했다. 그러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할렘에서 살 수 있으며 자신은 해방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린은 철저히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펠리스의 집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그녀의 집은 6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오다가다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제일 꼭대기 층에 산다고 했다. 파티가 한창일 때 초인종이 울렸고, 존 벨루가 들어서며 클레어를 향해 ‘저주받은 더러운 검둥이’라며 으르렁 거렸다. 약간의 혼잡이 있던 와중 클레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6층 창문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사했다.
아이린이 클레어의 팔을 잡았는데, 그로 인해 추락한 것인지.
존 벨루가 클레어를 민것인지.(브라이언의 추측)
사고사인지.
모든 것을 체념한 자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넷플릭스 원작이 궁금해서 사본 책.
넷플릭스 드라마는 흑백이라서 보는데 약간 화면이 지루... 했다 색깔도 없고..
내용은 흥미가 있어서, 원작으로 보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한번 사봤는데,
책이 같은 제목에 두권이 있었는데
이 표지가 이뻐서 그냥 사봄. (다른건 이거랑 무슨 차이일지 궁금하네, 변역가가 다르던게 그 차인가)
표지가 알록달록 너무 이뻐서 책 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는데 기분 좋음. (역시 책 표지는 이뻐야됨)
원작이 확실히 내용이 더 풍성해서 좋다.
"있잖아, 르네. 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 너나 마거릿 해머, 에스터 도슨과 같은 애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 하는지 말이야.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 p.47
흑인이지만 백인의 피부를 갖고 있는 아이린은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자각하고 있다. 흑인 남편과 결혼했고, 흑인들이 거주하는 할렘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때때로 기분전환을 위해 백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드나들곤 했다. 겉으로만 보면 그녀는 영락없는 백인이었기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백인들을 위한 미용실이나 카페 같은 곳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시카고에 갔던 그녀는 더위를 물리칠 겸 백인 전용 공간인 어느 호텔의 루프탑 카페에 가게 된다. 여느 떼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그곳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던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백인 여성이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자, 아이린은 설마 그녀가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걱정스러워하면서도 당당히 맞서려고 했다. 아이린에게 다가온 그 여성은 자신이 클레어 켄드리라고 하면서 12년 만에 만난 친구를 반가워했다. 누가 봐도 백인임에 틀림없던 클레어는 아이린과 같은 흰 피부를 지닌 흑인이었다.
인종에 대한 본능적인 충성심, 어째서 그녀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까? 왜 거기에 클레어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클레어는 그녀나 그녀가 속한 인종을 배려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이린은 억울하다기보다 막막한 절망을 느꼈다. 그녀는 이 점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인종으로부터 분리해 생각할 수 없었고, 그녀 자신을 클레어 켄드리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p.200
소설의 제목 "패싱(Passing)"은 흑인이 백인 행세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조상 중에 존재하는 백인으로 인해 우연찮게 백인의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두 흑인 여성, 아이린과 클레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두 여성은 흑인인데도 백인의 피부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것 외에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먼저 소설을 이끌어가는 아이린은 평범한 흑인처럼 살았다.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자신이 흑인이라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클레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기려고 했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자라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뜬 뒤 친척에게 맡겨졌던 그녀는 과거를 끊어내면 그 누구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걸 모를 거라고 여겼던 것 같았다. 클레어는 겉으로만 보면 완벽한 백인이었고, 심지어는 아름다웠기 때문에 의심을 피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클레어는 흑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상류층 백인 남자와 결혼해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다행히 클레어가 낳은 딸 역시 흰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같지만 다른 두 여성이 12년 만에 재회하면서 소설이 본격적인 내용에 접어들었다. 소설은 아이린의 시선으로 진행되었기에 그녀의 감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린이 다시 만난 클레어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녀의 삶이 조금은 매혹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클레어의 패싱은 너무나 과감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으로 보였다. 철저하게 과거를 숨기고 정체성까지 밝히지 않는 삶은 위태롭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클레어와 재회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그녀의 삶과 이야기에 빠져들었지만,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안락한 삶 속에서 클레어의 편지를 마주했을 땐 피하고만 싶었던 것 같다.
이런 아이린의 마음과는 다르게 클레어는 자신이 버리고 온 흑인 사회를 그리워하는 듯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보였던 행동이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클레어가 흑인으로 살면서 동경했던 백인 사회에 실제로 발을 담그게 되자 생각과는 달랐던 게 아닌가 싶었다. 쉽게 백인 행세를 할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백인 상류층 생활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자 온전한 자기 자신인 흑인으로서의 삶이 그리워진 것이라고 말이다. 흑인 사회에서는 피부가 하얗더라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백인들 사이에서는 그들과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우연히 재회한 아이린을 통해 다시금 마음 편한 흑인 사회를 느끼고 싶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난 당신이 검둥이가 아닌 걸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당신이 원한다면 검은 고양이처럼 까매져도 돼. 왜냐하면 난 당신이 검둥이가 아닌 걸 아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내 가족에 진짜 검둥이는 안 돼.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야." p.78
클레어가 백인 사회에 염증을 느끼게 된 건 남편 잭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잭은 그야말로 흑인 혐오자였다.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지지만, 잭은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클레어는 잭이 그런 남자인 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흑인을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그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을 것이다.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백인 행세를 하는 클레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 해방구로 아이린의 흑인 사회에 젖어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라면 클레어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됐고, 피부색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린 입장에서는 자꾸만 이곳, 흑인 사회에 발을 담그는 클레어가 불편하고 못마땅했다. 특히 그녀의 남편 잭을 만난 이후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을 테고, 클레어가 자신의 남편 브라이언과 점점 가까워지는 걸 알게 되자 감정이 극에 달했다. 클레어가 가져올 파국을 아이린은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그 비극은 클레어에게 돌아갔다. 클레어가 자초한 삶이기는 해도 조금은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클레어가 스스로 한 행동인지, 아이린이나 그녀의 남편 잭이 개입된 행동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어쩌면 클레어가 자신이 만든 모든 삶의 결과에 염증을 느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클레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면 가엽게만 느껴진다.
이 읽으면서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흑인의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으로 살아갔던 두 사람의 삶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났던 것 같다.
흑인이지만 백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성이란 어디에 속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축복을 받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클레어의 삶을 돌이켜보면 안타깝기만 해서 불행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