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8월 0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78g | 132*204*16mm |
ISBN13 | 9791186602645 |
ISBN10 | 1186602643 |
출간일 | 2021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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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78g | 132*204*16mm |
ISBN13 | 9791186602645 |
ISBN10 | 1186602643 |
MD 한마디
[정혜윤, 슬픈 세상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들] 회를 먹지 않는 어부, 인생 말년에 글을 배운 할머니, 자폐증 아들을 둔 아버지, 세월호에서 아들을 잃은 아빠. 정혜윤 작가가 살아온 인생은 다르지만 삶에서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픈 세상에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기쁨의 말들이 큰 위로가 된다. - 에세이 MD 김태희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이 인간일 때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지금과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남도 외딴 항구의 어부, 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할머니, 시장 야채장수 언니, 9·11테러 생존자,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 인간의 기억 속에 영원히 좋은 것으로 남을, 조용히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21년 여름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와 폭염, 우울과 슬픔 속에서 매 순간 서로 간의 거리를 확인해가며 저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다. 정혜윤 작가의 신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이런 침묵을 이겨낼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저마다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 혹은 붙들고 살아가야 할 단어와 말에 관한 책이다. 남도 외딴 항구의 어부, 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할머니, 시장 야채장수 언니에서 9·11테러 생존자와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에 이르기까지, 정혜윤 피디가 만난 이들은 “인류가 지속되는 한 인간의 기억 속에 영원히 좋은 것으로 남을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가난, 우울, 슬픔, 끔찍한 재난에서도 이들을 살아 있게 만든 말에 관한 이야기, 회복과 재생에 관한 이야기, 각자 자신의 슬픈 세상에서 건져낸 기쁜 말에 관한 책이다. 정혜윤은 말한다. “우리가 곧잘 그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지만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나 가장 좋은 이야기로 힘을 내고, 가장 좋은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압력에 맞서 싸우면서 따뜻하면서도 깊게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현실을 살되 마음의 한쪽에 뭔가를 품고 현실의 일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저마다 이 문제 많은 현실의 ‘해결자의 목소리’가 된다면 기쁠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여러 모습 중 가장 좋은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
프롤로그 자기 자신을 말하기 나의 단어, 이야기 자유, 약속, 품위 배지근해지다 눈맛, 무게 제로 하쿠나마타타 일기, 동화책, 컵 꽃이 폈어 달, B95 유리창 목소리, 이름, 우리, 인생의 전문가 나의 단어, 시와 운명 돌고래, 아더 사이드, 스틸 뷰티풀 에필로그 우리의 좋은 결말을 위해서 |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어를 제외하고 나를 설명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떠오르는 정체성이 별로 없다. 흠... 그리고 핵심 단어를 제외하고 나를 이야기하려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잠깐 머뭇거리다가 첫 챕터를 읽는다.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로 읽은 어부의 삶의 이야기, 몰입의 시작점이 되어준 -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을 긍정하며 다른 이의 멘토가 된 야채 장수 언니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익숙한 재난을 이겨낸 이들의 이야기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 9.11 테러 이후의 삶, 세월호 유가족,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에 이르기까지 각 챕터에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슬픔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며 나아가는 이들의 힘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감동을 준다.
페이지수가 별로 많지도 않은데 (종이책이었다면 얇은 편에 속할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그 여진이 오래 가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 같은 건 잊어버려도, 어릴 때 부모님이 들려준 옛날이야기나 친구가 말해준 비밀 이야기 같은 건 웬만해선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읽고 말하는지가 중요하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이야기이다. 내가 나를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말하는지가 그 사람의 인상을 만들고 인생을 결정한다.
정혜윤의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가난, 질병, 사고, 재난 같은 슬픈 일을 겪은 후 인생의 이야기를 새롭게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라디오 PD인 저자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다. 하루는 남도의 외딴 항구에서 어부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루는 뒤늦게 글자를 깨친 할머니를 만나기도 하고, 하루는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인생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거의 없다. 오히려 태어나서 부모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평생 가난에 시달리며 노동을 해왔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자식을 잃는 등 결코 유복하다고 하기 힘든 삶을 산 사람들이 더 많다.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사고, 컬럼바인 총기사건, 9.11 테러 등으로 하루아침에 삶이 뒤집힌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이들을 잊지만, 고통은 이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괴롭힌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불행에 침잠하는 대신 불행으로부터 의미를 찾고 더는 불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외로운 어부는 편지를 쓰고, 까막눈이었던 할머니는 글을 배운다. 야채 장수 아주머니는 일기를 쓰고 동화를 읽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엄마는 해바라기를 수놓으며 딸이 당한 일을 세상에 알린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내가 겪은 슬픔을 당신은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혐오와 복수가 환영받는 시대에, 참 귀한 마음이다.
이들이 불행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불행해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결코 불행과 그로 인한 슬픔이 자신의 삶을 대신 쓰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컬럼바인 총기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아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알게 되었었다. "사랑만으론 부족합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가 이토록 넘치는 시대에,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만큼 좋은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좋은 이야기가 될 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만큼 좋은 이야기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걸까. 어느 쪽이든 나의 죄인 것 같아 마음이 괴롭다. 이 괴로움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이야기를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