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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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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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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36g | 104*182*20mm
ISBN13 9788972759461
ISBN10 897275946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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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한국의 젊은작가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 김금희. 2018년은 김금희로 시작해 김금희로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차 작가의 사랑스러운 시선과 경쾌한 문체가 듬뿍 묻어나 있다. 사랑했지만 실패해버린,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기억과 희망을 김금희 식으로 표현한 작품. -문학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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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처음으로 포옹한 장소도 여의도에 면한 한강 둔치였는데 그렇게 해서 매기를 14년 만에 다시 안았을 때, 손을 잡고 입술을 가져다 댔을 때 나는 우리가 왜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진을 빼듯이 걷고 있었는가를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어떤 것이 기진맥진해져서 완전히 투항하기를 바라면서 무언가와 싸우듯이 걷고 있었던 것이었다. --- p.18

매기를 사랑하고 나서 줄곧 나를 붙잡았던 의문은 왜 내가 이런 관계를 선택했는가, 였다. 그런데 적어도 9호선에 몸을 구겨 넣고 만원의 상태를 견디며 바닥과, 그 바닥의 깊음과, 그래서 겪는 불편과 고통과 힘듦과 귀찮음 모두의 원인인 한강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매기와 나의 관계에서 선택이란 가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빗물이 손바닥을 적시듯 매기가 내 인생으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는. --- p.6

우리는 이후에도 여러 번, 그때 조장이 했던 대답에 대해 얘기했는데, 매기와 나의 기억이 서로 달랐다. 나는 그 엑스 자 문신이 상대에게 안 돼, 라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기억했지만, 매기는 자기 자신에게 안 돼, 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억했다. 내가 그런 건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그냥 혼자 안 돼, 라고 생각하면 될 것을 그렇게 문신까지 하겠느냐고 주장했지만 매기는 아니야, 당연해, 라고 했다. 그렇게 눈으로 자신에게 보여주면서 되뇌어야 할 일도 있으니까. --- p.72

재훈아,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사람 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라고만 했다. 들어보면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특별할 것 없는 대답이었는데 나는 아주 확실히 절망했다. 매기의 대답에는 말의 진기랄까, 온도랄까, 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사라지고 있는 중인지도 몰라서 나는 용기를 내서, 그러고 있잖아, 라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잖아. 만나고 싶어서.” --- p.103~104

아이들은 갑자기 내린 눈을 잡는다고 수선스럽게 돌아다니고 어딘가에서 개가 컹, 하고 짖을 때 매기가 드디어 내게 길은 안 미끄러웠어, 밥은, 하고 말을 건넸다. 언제 서울에서 출발했어, 하면서 우리는 되도록 평정을 지키며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이내 멈췄고 이윽고 매기가 조용히 자기 손목을 내밀어 이번에는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손톱으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크게 엑스 자를 한번 그렸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기억들을 하나도 잊지 못했으므로 나는 준비해 간 돈 봉투를 주지도, 하고 싶었던 다정하고 따듯한 위로도 못 한 채 다만 알겠어, 라고 하면서 곧장 병원을 빠져나갔다. --- p.113~114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주면서 나는 이런 질문들은 다행히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는 완전히 끝이 난 거지, 안부도 물을 수 없는 것이겠지, 하는. 출국장 입구에 내리면서 매기는 언제 한번 제주로 여행을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자기만 아는 아주 유명한 순댓국집이 있다고, 거기는 정말 제주 토종의 방법으로 순대를 만드는데 특이하게 산초를 쓴다고.
“내가 제주까지 가서 순댓국을 먹어야겠어?”
내가 장난으로 그렇게 묻자 매기는 하기는 그렇다, 하며 웃었다. --- p.120~121

나는 제주의 오름을 오르고 바다를 보고 해변을 달리며 제주를 여행한 마지막 날에, 그러면 안 되지만 스토커 같기는 하지만, 약간 멍청이 같지만 맞은편 베이커리에 앉아 한동안 가게를 지켜보았다. 여러 번 트럭이 오가고 배추나 무 같은 것이 내려졌으며 사람들이 와서 장을 봐 가는 장면을. 그렇게 그들이 들고 있는 장바구니에 담긴 것들의 무게를 가늠해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살고 있다는 것, 그들의 일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 그들에게는 집이 있고 먹어야 할 저녁이 있고 내일을 위해 오늘 확보되어야 할 밤의 숙면이 있다는 것, 매기 역시 내가 보지 못하는 어느 영역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장바구니 위로 어느 푸성귀의 푸른 잎이 보일 때마다, 비닐봉지를 묵직하게 누르는 야채의 부피감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 p.122~12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재훈과 매기는 대학시절 친구이다. 같은 아르바이트를 한 이후 잠시 연인의 관계로 발전했지만 재훈이 군대에 있던 시절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14년 후 다시 만난 그들은 다시 연인이 되나 매기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었다. 재연배우 생활을 하며 제주와 서울로 오가는 매기는 매사에 조심스럽고, 그런 매기를 바라보는 재훈은 답답하기만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속 불가능한 관계임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한 때를 놓친 그들의 사랑은 슬프고, 권태롭고, 비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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