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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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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388g | 128*188*24mm
ISBN13 9791191766332
ISBN10 119176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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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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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한동안 역으로 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더 이상 이곳은 낯선 거리가 아니었다. 혼자 우두커니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거리가 아니라, 서울에서 온 잘 먹는 여자아이를 만난 거리가 되었다. 안나는 걸었다. 서점을 찾아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사서 제이콥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이콥의 후쿠오카는 어떤 곳일까? 오늘 밤 도쿄는 무척이나 좋은 곳이었다고, 그이에게 얼른 말해주고 싶다.
--- 「도쿄에서 23시에 안나는」 중에서

동쪽 서쪽에서 사람들 무리가 성난 파도처럼 흘러드는 이케부쿠로역에 내리자 또다시 눈앞에 팔짱을 끼고 찰싹 달라붙은 커플이 나타났다. 인파 따위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강가를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으며, 서로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어린애처럼 끝없이 비밀 이야기를 속삭인다. 사람들에게 막혀 추월하지도 못한 채 그 뒤에 바싹 붙은 꼴이 됐지만 더 이상 짜증스럽지 않았다. 옆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찬찬히 찬찬히 걸었다. 사랑의 속도에 맞추어.
--- 「그러니까 그 속도는」 중에서

공기의 냄새가 바뀌었다.
경트럭은 스륵스륵 하고 조용히, 비포장 도로의 막다른 곳에 멈춰 섰다. 높직한 제방이 있고 주변에는 키 작은 잡초가 삐죽삐죽 돋았을 뿐인 널따란 공터였다. 여자는 시동을 껐다. 그러더니 다시 핸들을 잡고, 제방 쪽을 가만히 응시한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듯한 눈빛이었다.
귀를 기울인다.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가기 싫어질 때면 여기에 와요.”
“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는 살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힘내야 한다는 생각.”
--- 「육지가 없는 바다」 중에서

유나는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힐끔거렸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체질상 시술을 못 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런 건 천만 명 중 한 명 정도잖아. 사상이 이상한 사람인 거 아냐? 그, 외국에 많이 있다는 그거. 페미니스트……였나, 그런 거. 무섭다야. 여자 회춘 반대! 이런 사람들.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어. 젊고 예뻐지면 다들 행복하잖아. 저 사람, 반지도 안 낀 거 보면 분명히 독신이야. 당연히 자식도 없겠지. 어유, 불쌍해라. 자업자득이지만.”
“그만해, 들리겠어…….”
--- 「옐로 체리 블로썸」 중에서

“얼마든지 저렴한 기성 제품이 있고 개중에는 딱 맞는 것도 있겠지만, 맞춤 제작 한 신발의 착화감은 차원이 달라. 언니와 차분히 대화하고 맞닿고 수없이 마음을 나누며 편안하고 친숙하게 다가와주는, 세상에 단 한 켤레뿐인 신발이지. 그건 말야, 낭비를 초월한 낭비라고 생각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낭비. 망가지고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곁에 있어주는 사랑스러운 낭비야.”
--- 「당신을 생각하면 쓸데없어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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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너무나도 확실히 여성의 ‘이야기’들로 묶인 이 책. 나는 이런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
- 김규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작가)
기다려왔던 ‘그것’이 마침내 나타났다고 친구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
- 이종산 (『커스터머』 작가)
규범들이 만들어낸 정형화된 삶의 모양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들은 어느 날 낯선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 조우리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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