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멈은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젖혔다. 할멈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갓 태어난 아기 얼굴을 베개로 꽉 누르고 있는 마님이었다. 베개 밑으로 삐져나온 아기의 작은 고사리손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이고, 어찌 이런 일이!” 혼비백산한 할멈은 신발을 벗는 것도 잊은 채 방 안으로 달려 들어와 마님을 옆으로 밀쳐내고 아기 얼굴에서 베개를 떼어냈다. 밀랍처럼 새하얀 아기 얼굴은 한눈에 보아도 산 사람의 얼굴 같지 않았다. 아직 뺨에는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었지만, 코나 입에서 새어나오는 숨결이 없었다. 의원도 아닌 할멈이 보기에도 아기의 숨이 끊겼음은 자명했다. 할멈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가비에게로 향했다.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누워 있는 가비는 커다란 두 눈을 뜬 채 시선에는 전혀 초점이 없었다.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은 뜨고 있다기보다는 벌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을 하려다 숨이 막혔는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는데, 오른쪽 뺨에 팬 보조개가 선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입가와 앞섶을 적시고 있었다. 할멈은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등에선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나와 옷이 축축해졌다. ‘마님이 한 일일까?’ --- 「첩의 환생」 중에서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거기…….” 목청이 높아지자 놀란 시어머니가 정씨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정씨는 미친 듯이 도리질을 쳤지만, 그럴수록 감긴 광목천이 목을 더 세게 조여올 뿐이었다. 억울함과 분노로 솟구치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자신을 쏘아보는 시어머니의 눈과 마주친 순간, 정씨는 마지막 발악으로 입을 틀어막은 시어머니의 손바닥을 이빨로 콱 물어뜯었다. “아악! 고얀 것이!” 시어머니가 화들짝 놀라 물린 손을 뺐다. 땅바닥에 붉은 선혈이 후드득 떨어졌다. 정씨가 이때다 싶어 다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발밑에 고여 있던 받침대가 마침내 쑥 빠져나갔다. 정씨의 몸은 발을 휘저은 채 들보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감긴 천이 정씨의 가느다란 목을 파고 들며 숨을 조였다. 정씨는 두 손으로 목에 걸린 고리를 풀어보려 했지만,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는 역부족이었다. 덜컥 겁이 난 정씨가 버선발로 공중에 맹렬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컥컥, 목이 막히는 소리가 났다. 말을 하려 해도 혀가 돌아가지 않았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도련님이 피가 줄줄 흐르는 손을 살펴보니 얼마나 악에 받쳐 물어 뜯었는지 상처가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