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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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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736쪽 | 774g | 140*210*35mm
ISBN13 9788970125985
ISBN10 897012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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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모두 다 행복했다. 적어도 테디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훗날 테디는 행복이란 결코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이란 인생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마치 새의 가냘픈 고동 소리처럼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이며, 숲속의 블루벨꽃처럼 언제 지고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행복이 지속되는 한 폭스 코너는 영원한 이상향이나 마찬가지였다.
--- p.66

테디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 또는 ‘마음에 든다’ 같은 말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고 마치 오늘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처럼 느껴졌던 시절, 오직 현재만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미래를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테디에게 미래는 어쩌면 다가오지 않을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을 포함한 병사들은 적들을 향해 가진 모든 것을 내 던졌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멸을 각오하고 모든 것을 내던지던 나날이었다. 실비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희생이란 말로 살육에 대한 죄책감을 덮곤 하지.”
--- p.129

자유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무엇이며 어떤 변덕이나 호의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 역시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 p.154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에는 테디도 어떤 남녀관계에 대해서도 전혀 놀라지 않게 됐다. 정말로 놀라거나 당황할 만한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문명의 모든 부분은 상상력과 사상누각의 불안한 조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사실이 전쟁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린 것이다.
--- p.186

테디는 자신이 비올라의 마음에 제대로 차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시지 않으실래요?” 버티가 말했다. “어머니 쪽에서 할아버지를 실망시킨 것일 수도 있잖아요.” 테디는 이렇게 대꾸했다. “언제나 부모가 문제지 자식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는 적은 없단다.”
--- p.223

어떤 전쟁이든 그 뒤틀린 현실 속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다. 요즘에야 ‘부수적 피해자’ 어쩌고 하는 표현을 쓴다지만 그런 일반인들은 불필요하게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바로 공격 목표 그 자체였다. 현대의 전쟁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더는 군인들이 군인들만 죽이는 전쟁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죽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누구든 상관없었다.
--- p.231

비올라는 미래를 향하여 두 사람이 눈을 가리고 쏘아올린 한 개의 외로운 화살이었다. 그 화살이 어디로 가서 떨어질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 p.328

“당연하지.” 테디는 행복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 더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지만, 낸시가 원한다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쯤은 언제라도 할 수 있었다. 어머니 실비는 “사랑과 행복을 똑같이 생각하는 건 실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 p.473

실비는 항상 인간이 서로를 죽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고 말했고, 전쟁을 겪은 뒤에도 한참 더 세월이 지난 뒤에야 테디는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28

“내가 정말 그렇게 끔찍한 엄마였어?” 비올라가 버티에게 물었다. “왜 지금은 아닌 것처럼 말하세요?” 버티가 대꾸했다.
---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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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탁월한 작가의 탁월한 작품
- 데이비드 미첼
재치와 열정이 넘친다.
- 메리언 키스
무궁무진할 정도로 독창적인 소설
- 힐러리 맨텔
놀라운 성취다. 읽으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 케이트 앳킨슨은 테디가 겪었던 전쟁 이야기를 일련의 배경과 도구로 삼아 치유와 성찰을 전달해준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평범한 일상생활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엄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그녀의 글 솜씨일 것이다. 앳킨슨은 이미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를 통해 그런 솜씨를 선보였거니와, 그보다 더 큰 혁신과 성취를 이룬 것 같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표현하는 더 정교한 기술을 습득한 것이 아닐까. 『폐허 속의 신』은 최근에 본 어떤 소설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며 거기에 압도적인 수준의 통절함을 더해져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 제임스 월튼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 소설은 우리가 다함께 기억하고 있는 과거들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소설 속 인물과 허구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목적을 진지하게 성찰한다. 『폐허 속의 신』은 전작들 못지않은 케이트 앳킨슨의 걸작이다. 소재와 형식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도전은 우리에게 끝없는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 스테파니 메리트 (옵서버)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솜씨가 정말 탁월하다. 케이트 앳킨슨은 자신이 창조해낸 주인공들과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또한 놀라울 정도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재치와 익살을 보여줘 나를 여러 번 큰 소리로 웃게 만들었다. 『폐허 속의 신』은 나에게 놀라운 성취의 기념물로 자리매김했다.
- 매트 케인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이 책은 특별할 정도로 아름답고 감상적이다. 독자를 이렇게 울고 웃게 만들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케이트 앳킨슨은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에게 살아있는 인간성을 불어넣는다.
- 질리언 플린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걸작. 케이트 앳킨슨은 가족 간의 복잡한 갈등과 전쟁의 공포, 그리고 불치병에 대한 두려움 등을 정성을 들여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국 공군 폭격기 부대 조종사의 인생에 대한 앳킨슨의 묘사는 그야말로 소스라칠 정도로 놀랍고 통렬하다. 그러면서도 정교하게 삽입된 익살과 재치가 있어 이 작품의 가치를 더해준다. 그리고 결말의 반전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독자들은 전혀 반감 없이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것이 허구라는 사실이다’라는 앳킨슨의 말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우리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최고의 이야기를 만났다.
- 에리카 와그너 (뉴 스테이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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