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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08월 25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24쪽 | 418g | 128*188*20mm |
| ISBN13 | 9788960499065 |
| ISBN10 | 8960499064 |
- 원서이동
-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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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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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가 커밍아웃을 한 지 이제 3주가 지났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날, 학급 회의 시간이었다. 그녀가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겉모습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입니다.”
교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담임선생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러냐. 쉽지, 않았을 텐데, 말, 말 잘했다.”
선생님은 더듬더듬 그런 말을 했지만, 머리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2」 중에서
“내 마음이 정말, 여자일까. 나는 정말, 남자가 아닌 걸까. 참 신기하지. 세일러복을 입고 여자로 살아가려고 했더니, 그 순간 남자인 내가 나 자신 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 남자란 게 뭔데? 그렇게 묻지는 마.”
--- 「4」 중에서
우리 아빠는, 물건을 부수고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를 위협합니다.
그 공기로, 나의 세포를 파괴합니다.
우리 엄마는, 언어로 아빠의 존엄을 깨부숩니다.
같은 입으로, 나를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이라 여기게 합니다.
우리 집은 그 주고받음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온갖 곳에다 탯줄을 이은 탓에, 늘 누군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다. 누군가의 고통은 곧 내 고통이었다.
--- 「7」 중에서
아빠는 금연을 포기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으로 돌아갔다. 아빠 허리춤에 다이너마이트가 없다는 걸 벌써부터 알았을 텐데, 엄마는 포기를 비난했다. 금연에도 비협조적이었으면서 그게 말이 돼? 하고 나는 생각하지만, 엄마는 뜻을 관철하지 못한 아빠를 용서할 수 없는 듯하다.
엄마에게는 인생 자체가 금욕이고 인내다.
아빠는 그걸 ‘피곤’이라고 한다.
이 어긋남, 조율될 수 있는 것일까.
--- 「8」 중에서
그런데 혹시 아질(Asyl)이라는 말 아니?
아질은 산속이거나 시장, 혹은 신전일 수도 있는데, 거기로 도망치면 법이나 세상의 이목으로 더럽혀진 옷을 벗을 수 있대. 속세의 인연이 끊기고, 직함도 사라지고,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지. 뭔가에 쫓기던 사람도 아질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어. 무법 지대라는 뜻이 아니라, 그곳에는 그곳만의 룰이 있다네. ‘성역’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 네가 있는 절도 아질의 하나인 셈이네.
‘세계로부터 지켜 주는 세계’
나는 그곳을 이렇게 이름 짓고 싶어.
세계와 지반은 같지만 다른 세계의 이미지.
아질과 유사한 장소는 인류 역사의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대. 인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곳이라서 그렇겠지.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날, 학급 회의 시간이었다. 그녀가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겉모습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입니다.”
교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담임선생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러냐. 쉽지, 않았을 텐데, 말, 말 잘했다.”
선생님은 더듬더듬 그런 말을 했지만, 머리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2」 중에서
“내 마음이 정말, 여자일까. 나는 정말, 남자가 아닌 걸까. 참 신기하지. 세일러복을 입고 여자로 살아가려고 했더니, 그 순간 남자인 내가 나 자신 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 남자란 게 뭔데? 그렇게 묻지는 마.”
--- 「4」 중에서
우리 아빠는, 물건을 부수고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를 위협합니다.
그 공기로, 나의 세포를 파괴합니다.
우리 엄마는, 언어로 아빠의 존엄을 깨부숩니다.
같은 입으로, 나를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이라 여기게 합니다.
우리 집은 그 주고받음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온갖 곳에다 탯줄을 이은 탓에, 늘 누군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다. 누군가의 고통은 곧 내 고통이었다.
--- 「7」 중에서
아빠는 금연을 포기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으로 돌아갔다. 아빠 허리춤에 다이너마이트가 없다는 걸 벌써부터 알았을 텐데, 엄마는 포기를 비난했다. 금연에도 비협조적이었으면서 그게 말이 돼? 하고 나는 생각하지만, 엄마는 뜻을 관철하지 못한 아빠를 용서할 수 없는 듯하다.
엄마에게는 인생 자체가 금욕이고 인내다.
아빠는 그걸 ‘피곤’이라고 한다.
이 어긋남, 조율될 수 있는 것일까.
--- 「8」 중에서
그런데 혹시 아질(Asyl)이라는 말 아니?
아질은 산속이거나 시장, 혹은 신전일 수도 있는데, 거기로 도망치면 법이나 세상의 이목으로 더럽혀진 옷을 벗을 수 있대. 속세의 인연이 끊기고, 직함도 사라지고,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지. 뭔가에 쫓기던 사람도 아질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어. 무법 지대라는 뜻이 아니라, 그곳에는 그곳만의 룰이 있다네. ‘성역’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 네가 있는 절도 아질의 하나인 셈이네.
‘세계로부터 지켜 주는 세계’
나는 그곳을 이렇게 이름 짓고 싶어.
세계와 지반은 같지만 다른 세계의 이미지.
아질과 유사한 장소는 인류 역사의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대. 인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곳이라서 그렇겠지.
--- 「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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