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빛 조각 핸드 타올 (포인트 차감)
첫 그림책 『나무가 자라는 빌딩』(2019, 창비)을 펴낸 이후, 2020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고 프랑스, 대만,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해외 판본을 펴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그림책 작가 윤강미. 그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 『달빛 조각』이 출간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주제 의식을 이어 가면서도 더욱 깊어진 작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달이 사라진 그믐밤에 가족과 숲으로 간 아이가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성을 섬세하게 담았다. 각자 태블릿 피시, 게임기, 휴대 전화 등을 들여다보던 인물들이 밤에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돌아보고 가족애를 회복하는 과정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렸다. 어느 평범한 가족의 특별하고도 소중한 여행을 통해 우리가 잊어버린 아름다운 세계를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나도 친구들과 보름달밤에 걷기(full moon walk))를 나가곤 했다.
이 그림책은 특별하다.
밝은 달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이 사라진 그믐밤이다.
아이는 가족과 숲으로 간다.
밤의 숲은 신비롭고 섬세하고 아름답고 향기롭고 시원하다.
인간이 잊어버린 세계다.
별빛
개구리
오리
달맞이꽃
밤새
나방
반딧불이
한 방향으로 직선으로 나는 법이 없는 반딧불이
아무도 못 따라할 유영을 하며 춤추는 존재들
반딧불들이 나타나면 공기의 질량이 변한다
나는 늘 숨을 조용히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
.
반딧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
.
숲에 가고 싶다...
매일 걸어야 한다면 숲길로 들어서고 싶다.
밝음은 꼭 좋은 것일까요? 어두움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어둠 속에 촛불 하나. 그 이미지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촛불이 아름다운 것은 주변에 어둠이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어둠을 헤치고 나오면서 희망을 준다면, 어둠은 촛불을 위한 잔잔한 배려가 아닐까요?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밝음. 빛이 있기에 더욱 포근한 어두움. 어두워야만 보이는 것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윤강미 작가님께서는 달빛 조각들을 찾아 나섭니다. 달빛 조각. 너무나도 예쁜 말입니다. 달빛이 조각조각 떨어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작가님의 달빛 조각은 무엇을 말할까요? 표지만으로도 예측되지요? 바로 반딧불입니다. 저는 반딧불을 오 년 전에 코타키나발루에서 보았습니다. 고요한 강을 타고 가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소리를 내면, 군데군데 반딧불이 빛을 확 밝히더군요. 지금까지도 그 잔잔한 어둠 속에 피어나던 밝은 빛이 눈에 생생합니다. (빨리 코로나가 좋아져서 다시 한 번 보러가고 싶어요)
우리는 어둠을 지나치게 경계합니다. 아마도 선과 악, 낮과 밤, 명과 암.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서는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이 반드시 딱 갈라지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이 두 책을 통해서, 어둠과 밝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은 색다르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빛은 필요하지만, 강렬하게 어둠을 깨는 빛보다는 어둠과 조화를 이루는 잔잔한 빛이 더 아름답지는 않을지요. 어둠 속에서만 사는 빛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네 밤이 조금은 더 밤답게 어두워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강미 작가님께서 <달빛 조각>을 쓰실 때 모티브로 삼으셨다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 <반딧불>을 함께 올려봅니다.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마음이 예뻐지는 윤동주 동시, 따라쓰는 짝꿍시/고두현 엮음, 강은옥 그림/어린이 나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