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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눈꽃 에디션 ]
리뷰 총점9.4 리뷰 180건 | 판매지수 3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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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99위 | 국내도서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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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394g | 138*201*20mm
ISBN13 9788954682152
ISBN10 895468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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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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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작별하지 않는, 작별할 수 없는 이야기] 학살로 가족을 잃은 이는 그 흔적을, 행적을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말해지지 않은 지난 시간들은 수십 년을 건너 눈보라 속에서 고립된 외딴집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되살아난다. 이것은 작가의 바람처럼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삶을 잠식하는 고통 속에서도 결코 작별하지 않는 이야기다.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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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 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 p.15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 p.17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 p.23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 있었다.
--- p.44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 pp.44-45

이상하지, 눈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인선이 말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 p.55

총에 맞고, / 몽둥이에 맞고, /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 얼마나 아팠을까? /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 p.57

만 열일곱 살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밉고 세상이 싫었으면 저렇게 조그만 사람을 미워했을까? 실톱을 깔고 잔다고. 악몽을 꾸며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린다고. 음성이 작고 어깨가 공처럼 굽었다고.
--- p.82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 p.87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105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 p.109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 p.109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모른다, 새들이 어떻게 잠들고 죽는지.
남은 빛이 사라질 때 목숨도 함께 끊어지는지.
전류 같은 생명이 새벽까지 남아 흐르기도 하는지.
--- p.135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아무것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 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
--- pp.137-138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섬세한 조직을 가진 건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차갑고 가벼운 것은. 녹아 자신을 잃는 순간까지 부드러운 것은.
--- p.186

잊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부드러움을 잊지 않겠다.
--- p.186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인선의 목소리가 그 열기 사이로 번졌다.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 p.197

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 p.237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 p.291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하지만 죽음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나.
뺨에 닿은 눈이 이토록 차갑게 스밀 수 있나.
--- p.32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하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뒤로 몇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고 겨우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진척되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이 그 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는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때마침 온통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시달리며, 경하는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정류장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눈길을 헤치고 산을 오르던 길에서 폭설과 어둠에 갇혀 길을 잃는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44~45쪽)

심장이 다시 뛸 거지.
그렇지, 이 물을 마실 거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십오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아버지와,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와 함께,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쳐 끝까지 포기하기를 택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촛불 아래 떠오른다. 빛과 어둠 사이를 가르며 영원처럼 느리게 하강하는 수천수만의 무심한 눈송이들 속에서, 이곳에 있지 않은 사람을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정심에게서 인선에게로, 인선에게서 경하에게로 스며든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87쪽)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작가의 말’)고 했다. 그 사랑은 우선 마지막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환하고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게 된다. 그 사랑이 지극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은 무엇보다 무서운 고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311쪽)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일평생 그랬던 것처럼, 인선은 어머니의 삶이 자신에게 스며오는 것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외면하지 못하고, 경하 또한 인선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겹쳐지는 것에 힘겨워하면서도 그 마음을 내치지 못한다.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88쪽)고,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152쪽)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그 사랑에 손을 내밀어 기어이 고통을 택하는 것이, 그것만이 오직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소설은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절멸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길이리라고. 어쩌면 실은 그 부름은 이미 언제나 우리 앞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사랑으로 알아보고 그 손을 잡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듯이. 그 앞에 조심스레 손을 내밀 때, 그 마음이 닿은 자리가 눈송이처럼 차갑고 동시에 불꽃처럼 뜨거워 영영 잊히지 않는 것은 한강의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이렇게 한강의 소설이 우리 앞에 와 있다.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곁의 소설가 ‘나’는 생사의 경계 혹은 그 너머에 도달하고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만한 고통만이 진실에 이를 자격을 준다는 듯이, 고통에 도달하는 길은 고통뿐이라는 듯이. 재현의 윤리에 대한 가장 결연한 답변이 여기에 있다.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된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80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n | 2023.01.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접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가 광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룬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제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루고 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제주 4.3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시점이 현재라는 것이다. 제주 4.3사;
리뷰제목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접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가 광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룬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제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루고 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제주 4.3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시점이 현재라는 것이다.

제주 4.3사건 당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노모를 두었던 다큐멘터리 감독 인선과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작가 경하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러면서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아직 발굴조차 되지 못한 유해들을 비롯해 완결되지 않은 그날의 사건을 영원히 기억에 남게 하는 작품이었다.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마치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 본인처럼 소설 속 경하 역시 5.18 관련 책을 낸 작가로 등장한다.

그 여파로 악몽에 시달리는데, 그 악몽을 현실에서 표현해 보자는 프로젝트를 인선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후 경하는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함 속에서 세월을 버텨가고 서로 삶의 궤적도 다른 탓에 프로젝트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그러던 중 인선이 손가락 두 마디를 잃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서 만난 인선이 경하에게 한 부탁은 뜻밖에도 키우던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것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받은 경하는 폭설이 내리는 제주의 한 오지로 떠난다.

 

그럼...그래야지...라고 습관적으로 대화를 맺는 사람의 탄식하는 말투처럼,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실족 사고를 당하는 등 고난 끝에 집에 다다르지만 이미 앵무새는 죽어 있다.

그런데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눈에 보이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인선의 이야기(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유령이 등장했던 '소년이 온다'처럼 고통스러웠던 역사를 다루면서도 몽환적인 판타지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 경하가 만난 인선이 이미 죽은 인선의 유령인지, 죽어가는 경하가 보는 환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상식을 벗어난 존재가 와서 70여 년 전에 있었던 상식을 벗어난 사건을 담담하게 들려줄 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인간이 갖는 공감의 본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제주에 지인이 있는 것도, 그 사건의 피해자 중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내어 동생 입에 흘려주던 언니의 심정을, 언제 죽었는지 기록조차 남지 않은 오빠의 흔적을 쫓는 동생의 심정을, 사건의 트라우마로 실톱을 이불 밑에 넣어놔야만 잠이 드는 어머니를 평생 지켜보며 살아온 딸의 심정을, 그 어느 것도 인생에서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

타인의 감정은커녕 자신의 감정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는 몰려오는 감정의 양이 너무 커서 읽는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그저 '빨갱이'를 지향했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다룬 소설이니 꼭 봐야만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작가의 문장이 가진 힘 때문이었다.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고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잊힌 후에서야 대한민국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절대로 이 사건과 작별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을 들은 독자들 역시 국가의 손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지 않을까.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됐어.

모두?

군경 직계가족을 제외한 모두.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

 

언급하기도 어려운 사건을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풀어낸 작품이기에 읽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실감 나게 살려낸 제주의 방언 역시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멸공'이라는 단어 없이 서술하기란 불가능할 테고 그중에서도 제주 4.3 사건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역사서는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전후 맥락이나 경과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기초지식이 좀 있다면 등장인물들의 심정에 공감하기가 보다 쉬울 것 같긴 하다.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작품은 아니지만 읽는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이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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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 마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밤* | 2022.12.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을 덮고서야 길고 얕은 숨을 편히 내쉬었다. 이 책이 지극한 사랑에 관한 책이길 빈다던 작가의 코멘트가 맴돈다. 내게는 사랑의 또 다른 말이 하나 더 생겼다. 작별하지 않는다. . 살아있지만 죽은 이 같았던 경하가 인선의 부탁으로 아마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제주 집으로 갔다. 정심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의 무게를 이겨가며 오빠의 소식을 쫓는 일을 포;
리뷰제목

 

책을 덮고서야 길고 얕은 숨을 편히 내쉬었다. 이 책이 지극한 사랑에 관한 책이길 빈다던 작가의 코멘트가 맴돈다. 내게는 사랑의 또 다른 말이 하나 더 생겼다. 작별하지 않는다.
.
살아있지만 죽은 이 같았던 경하가 인선의 부탁으로 아마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제주 집으로 갔다. 정심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의 무게를 이겨가며 오빠의 소식을 쫓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선은 그런 엄마, 정심의 기록을 따라 제주 4.3 사건을 추적했다.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는 경하의 선언에도 인선은 초연하게 홀로 계속 하겠다고 하며 실천했다. 결과를 알면서도 끝까지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시간. 그게 사랑이 아니면 또 무엇이랴.
.
??p.40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이 한 문장에 녹아있다. 작별하지 않기 위해 책을 덮은 지금, 인선의 병실을 거듭 떠올려 본다. 역사도 그렇다.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숨기고 덮어두기만 하면 신경이 죽어 결국은 어깨까지 절단하듯 더 많은 걸 희생해야 한다. 인선의 고통에 절로 눈살을 찌푸리던 경하와 내가 그랬듯, 그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더라도 우리는 눈 돌리지 않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고통을 느끼고 나누어야 한다. 이 모든 끔찍한 사건에 대해 우리는 계속해서 피를 흘려야 하고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어버릴 테니까.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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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작별하지 않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꼬*이 | 2022.11.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강님의 글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책이랑 많은 다른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그 부분이 새로워서 처음 책장을 넘기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장수가 늘어날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작가가 되는 순간이 있고, 등장 인물이 되는 순간이 있고, 아니면... 때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제3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직 1회독 밖에 하지 않았으나 더 읽어보;
리뷰제목

 한강님의 글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책이랑 많은 다른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그 부분이 새로워서 처음 책장을 넘기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장수가 늘어날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작가가 되는 순간이 있고, 등장 인물이 되는 순간이 있고, 아니면... 때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제3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직 1회독 밖에 하지 않았으나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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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04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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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겨울에 너무 어울리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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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 | 2022.12.20
구매 평점4점
묵직함이 있습니다. 다만 제주도 방언만 있는 부분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a******u | 2022.12.08
구매 평점4점
읽는 내내 묵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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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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