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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욕조가 놓인 방

[ 양장 ] 작가정신 소설,향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50건 | 판매지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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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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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큰글자도서)
[도서] 욕조가 놓인 방 (큰글자도서)
이승우 저 작가정신
0% 24,000
욕조가 놓인 방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26g | 115*197*15mm
ISBN13 9791160262414
ISBN10 116026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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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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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쓰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혹은 그렇게 읽히기를. 당신은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성공을 예감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사랑은 요구하는 것이고, 또 복종하는 것이다. 우리는 연인에게만 자기에게 속할 것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연인이 아니다. 복종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사람 또한 연인이 아니다. 연인들은 요구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복종하면서 행복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 마찬가지다. 연인들은 최초의 하늘과 땅을 가진 에덴의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만 거주하는 양 느끼고 말하고 행동한다. 연인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연인은 연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세계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아주 좁은, 이제 막 태어난 세상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당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사람은 곧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기다리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된다고,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항상 너무 빠르다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당신은 사랑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직도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가 사랑의 기원과 그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데 바쳐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그리고 어디를 향해서 가는가. 그러나 그 희망은 헛되거나 잘못된 것이다. 당신은, 사랑이 있기나 했던가? 하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 말하자면 사랑이든, 소설이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대로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고 일어나면 전혀 다른 삶이 당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당신이,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의식의 안쪽, 또는 욕망의 밑바닥에서, 거의 언제나, 너무나 간절히 소망해온 것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삶.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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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섞는다. 물속에서 우리는 섞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섞이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스치는 것이 아니라 섞이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사랑은 출현하지 않는다. 사랑의 서식지가 되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비워야 한다. 사랑의 증명은 자신의 상실을 통해 입증된다. 연애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현대인들의 교환되지 못하는 욕망, 합일되지 못하는 이성과 감성, 표출되지 못하는 충동과 열정을 이승우처럼 정확하게 그려내는 작가를 보지 못했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사랑은 고독의 안티테제로 기능하지만 진정한 순도 백 퍼센트의 고독을 경험하고 나서야, 가장 낯선 타인과의 진정한 마주침으로서의 사랑은, ‘대상 없이’ 성취된다는 기묘한 역설. 사랑은 어쩌면 타인과의 마주침이기 이전에, ‘나’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과 허영과 명분을 떼어버린 채 나 자신과 무방비상태로 만나는 것이 아닐까. 내 욕망의 알몸을 투명하게 응시한 후에야, 대상의 조건에 휘둘리지 않는 무구한 사랑의 서사시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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