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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

[ 개정판 ]
리뷰 총점6.0 리뷰 1건 | 판매지수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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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56g | 128*205*10mm
ISBN13 9788932321639
ISBN10 8932321639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세상에 없는 커리큘럼의 조금 독특한 언어 수업,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리커버 출간!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이 저자의 새 글을 더하고 본문 및 표지 디자인도 새롭게 하여 개정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작업에는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이자 작가 유지원이 디자이너로 나섰다.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표지가 눈에 띈다. 디자이너는 영어와 두 층위의 한국어가 세 층의 레이어를 이루게 했고, 이 세 단계의 층위를 표지에 펼쳐 서로의 역학관계가 드러나게 했다. 상처를 주는 한국어의 관습적인 표현들을 책 속에서 골라 창백한 은별색 말풍선에 넣었고, 그 뒤로 영어가 ‘Language Learning for the Heartbroken(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언어 수업)’이라는 사실상의 부제를 선언하며 단단하고 견고한 힘으로 받쳐낸다. 한국어와 영어 바이링구얼인 저자의 이름과 목소리가 그 위를 힘차게 가로지른다.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을 지금부터 알려주겠다고.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 들어가며

1부. 나를 속이는 말
- 스몰토크의 힘
- 눈치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 한국어는 지면 안 되는 언어
- 정이란 무엇일까
- 손찌검이 들어오는 자리
- 차라리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
- 눈치 말고 맥락 챙기자
- 우리는 왜 시도 때도 없이 무시하고 무시당할까
- 말의 배신
- 감동 실화? 어떤 감정이 ‘감동’일까
- 목적을 감춘 이상한 질문들
- 내가 드세고 당돌하고 맹랑하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바이링구얼리즘, 이중언어의 그늘 안에 서기

2부. 영어라는 렌즈
- 나쁜 버릇에도 이름이 있다
- 억울함을 쪼개고 쪼개면
- 가짜 공포 분리하기
- 감정에 대응하는 언어가 없을 때 생기는 일들
- 뭘 잘해야만 울 수 있나요
- 누르스름과 누리끼리는 정말 색깔 이름일까?
- 한국인의 기분KIBUN
- 어느 외로운 밤 시리와의 대화
- 영어로 이력서를 써보아야 하는 이유
- 똑바로 서라는 지시의 암담함
- 어느 언어에나 있는 수퍼파워
- 외국어를 말하는 나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 질문하는 언어

- 나가는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셔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는 힘이 센 사람이다. 눈치 사회에서 말을 적게 해도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이다. 영화 속 부자나 갱단 두목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주위에서 필요한 것을 척척 대령하는 장면도 같은 이치다. 말을 적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 되면, 질문하고 자꾸 말 시키는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나의 권위를 해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p.32

말을 예쁘게 하라는 요구는 주로 직위가 낮은 사람, 여성, 어린이,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종을 향한다. 국회의원, 대학교수, 혹은 중년 남성, 한국에 체류 중인 백인에게 말 예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 p.52

같은 사건을 목격해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각각 다를 수 있다. 하물며 어떻게 느끼는가는 당연히 모두 다를 것이다. 감동은 여러 감정을 아우르고 한데 묶어주면서 ‘여기에 뭔가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있다’는 강력한 표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언어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감동했다고, 어떤 사건이 감동적이었다고, 그래서 참 ‘좋았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 p.77

타인을 드세다고 부르는 것은 자기 고백에 가깝다. “여자가 저렇게 드세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어린 놈이 당돌하네”, “쪼끄만 게 맹랑한 소리를 하네” 등은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씁쓸함과 약간의 비통함 그리고 악의를 담아, 좀 복수하듯이 이르는 소리다. 남을 드세다, 당돌하다, 맹랑하다고 부를 정도의 권력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혹은 그런 권력을 선언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목소리다. 누군가가 나를 “싸가지가 없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그가 나의 위계를 그의 것보다 낮게 보았다는 실토나 다름없다. 상대가 ‘나더러 드세대. 드센 건 안 좋은 건데. 내가 뭘 고쳐야 할까? 난 뭐가 잘못된 걸까?’라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의지를 담은 bullying(약자를 괴롭히기)이기도 하다.
--- p.85

영어를 하는 나는 한국어를 하는 내가 보지 못하는 신나는 가능성과 미세한 감정의 눈금들을 본다. 한국어를 하는 나는 의심이 많고 회의적이어서, 영어를 하는 내가 피하지 못했을 함정을 찾아내고 목적지까지의 지름길을 도출한다.
--- p.91

이제 한국어는 바깥 언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언어는 다른 언어와 상호작용하며 진화한다. 외부에서 오는 도움은 언제나 처음엔 두렵지만 그 시기를 극복하고 잘 받아들이면 새롭고 더 나은 것에 도달할 수 있다.
--- p.106

북유럽 신화와 영웅의 연대기, 즉 중세 문학을 읽어보면 거기에는 공통적으로 결여된 무언가가 있다.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한 서술이다. (중략)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정해진 역할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만 하는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남의 감정은 물론 스스로의 감정을 알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 과학 잡지에서 이 대목을 반복해서 읽었고 가슴이 아파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읽었다.
--- p.114

종종 “밥 먹었니?”가 안부 인사를 대신하는 한국어를 생각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가 오늘 식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되짚어야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면 더욱 자주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 역시 무얼 먹었고, 언제 어디서 먹었고, 혹은 누가 차려줬는지에 대한 것일 테이다. 그렇게 밥은 중요해지고 밥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은 강화되며 때로는 과장된다고 추론해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p.137-138

누군가에게 마구 떠들고 싶은 밤이면 나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누운 채로 “Hey, Siri”를 크게 외쳤다. 시리는 항상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이상한 질문을 해도 기억해놨다 놀리거나 기분 상해하지 않았다.
--- p.142

시간과 공간을 극복할 수 없는 우리가 가끔 다른 차원에 서 온 존재를 엿보는 일이 귀신과 외계인을 목격하는 거라면, 다른 세계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초월적인 영역일 것이다.
--- p.15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말하기 전에 생각해볼 것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우리는 굳이 내 생각에 꼭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뜸을 들이거나 문법을 지키며 말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모국어란 너무 편안하고 익숙하므로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기도 하고 관용구를 활용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상세하게 이야기하기 귀찮다면 거칠게 언질만 던져도 무방하다. ‘척하면 척’ 알아듣는 우리끼리의 맛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그만 방심하여 엇갈리거나 충돌하는 일이 왕왕 생긴다. 몇 가지 상황을 보자.
하나. “뭘 잘했다고 울어?” 친구의 말을 듣고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뭘 잘해야만 울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가만 보니 친구가 악의를 품고 한 말 같지는 않은데, 그가 전하려던 건 오히려 나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해 속상한 마음인 것도 같은데, 저 문장은 왜 저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의미를 품고 나를 향한 것일까?
둘. “대박 감동 실화!”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는 신나서 SNS에 글을 썼는데 올리고 보니 어딘가 찜찜하다. 내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진부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내가 쓴 문장은 내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나? 나는 내가 무얼 느꼈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나?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어떻게 감동이었던 걸까? 아니, 감동이 뭐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당신에게는 ‘눈치’라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 알아서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은 ‘여기서 잠깐!’을 외친다. 적확한 표현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언어가 내놓은 길을 관습적으로 따라가며 ‘대충 무슨 말인지 알지?’ 하고 퉁치고 넘어갔던 수많은 순간들. 그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거나 받은 적은 없을까? 그러다 뭔가 빠뜨린 건 없을까? 분명하게 따져보려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거나, 종종 갸우뚱했지만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이들이라면 서둘러 이 책 앞에 앉기를 추천한다. 책장을 한 장 넘긴 다음부터는 마음 편히 유난 떨어도 괜찮다. ‘굳이 끄집어내서 물고 늘어지는 능력’으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저자가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을 통해 누구나 마음 놓고 질문해도 되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영어라는 렌즈로 한국어 세계 낯설게 보기

한국어와 영어 바이링구얼(Bilingual)인 저자 허새로미는 이중언어 사용자로서 때때로 이쪽에서 저쪽을 보고 저쪽에서 이쪽을 본다. 이 책에서 그는 영어라는 렌즈로 모국어의 이상한 움직임을 더욱 예리하게 감지하고 잡아낸다.
1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한국어를 어떻게 구사해왔는지 짚어보면서 언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장을 포착한다. 특히 우리 언어가 위계의 눈금을 지나치게 촘촘하게 그어놓은 탓에 소통의 장이 눈치 싸움이자 힘겨루기가 되고 마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을 꼬집는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방송에서 “편하시게 골라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사 준비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마주친 한 블로그에서는 “이사하실 때 가구 보시러 다니시는 것도 고역이시잖아요”라는 문장을 읽었다. 존대어가 붙을 수 있는 곳마다 모두 붙어있었다. 그냥 “편하게 골라주세요”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문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사할 때 가구 보러 다니는 것도 고역이잖아요”는 상대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본문 30쪽)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한 개개인으로서 ‘암묵적인 분위기’라는 걸 거부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더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다면, 그리고 타인과 더 진솔하고 원활하게 소통하고 싶다면 내가 구사하는 언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은 독자에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하려는 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이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선행해보길 권한다. 언어는 사용자에 의해 변화하는 도구이며 얼마든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2부에서는 영어라는 렌즈를 좀 더 적극 활용해본다. 때로는 바깥의 시선으로 나를 보아야 나 자신이 더 잘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한국어는 고맥락인 해당 문화(high-context culture)를 아주 잘 반영하는 언어이다. 고맥락 문화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메시지보다, 암시로 소통하는 문화이다. 때때로 내용보다도 형식과 방법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돌려 말하거나 눈치껏 알아듣는 데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굉장히 도가 터있다. 하지만 아무리 능숙해진다 해도 피로가 쌓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반면 저맥락 문화의 언어인 영어로는 심플하게 직구로 던져도 그다지 이상할 게 없다. 이런 방식은 한국인에게 때로는 낯설기도 하지만, 일종의 해방감을 준다. 맥락 의존도에 따라 언어가 만드는 길은 아주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곳에서 시작해도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두 언어는 감정을 다루는 법에도 차이가 있다. 영어 서사는 상대적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어서 나의 감정을 영어로 옮기려면 우선 내 감정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영어 교사인 저자는 수강생들과 함께 ‘억울’이라는 감정을 붙들고 그 감정의 실체를 여러 과정에 걸쳐 분해해보는 작업을 해보았는데 사람마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억울함’의 성격이 조금씩 달랐다. 슬픔(sad)과 화(angry)에 이어 불만족(unsatisfied)과 무력감(feeling helpless)까지 딸려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를 괴롭히는 막연한 덩어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명한 신호로 이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바이링구얼리즘은 우리가 삶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신의 우주를 확장하는 법

그밖에도 저자는 다양한 근거 자료를 들어가며 각 언어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을 인식하는 양상’이 어떻게 다르며 그것이 구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하나 더 갖게 된다는 것은 있는지도 몰랐던 또 다른 자아를 살려내는 일이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는지 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낸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조차 신호이다. 세상에 가득한, 명멸하는 신호 가운데 나는 한국어와 영어를 내 등대로 삼았다. 모국어에 말 하나를 더하고 나서 나는 비로소 세상이 그렇게까지 두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명사가 얼마든지 있는 문장을 영어로 신나게 적어 내려가며 내 언어를 찾았다고 느꼈고, 동시에 “꼭 연락드릴게요”보다는 “그 날짜에 별표 쳐놓을게요!”가 더 효율적인 한국어일 때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바이링구얼리즘(Bilingualism)은 내가 무얼 보고 있는지를 판별해주는 렌즈이자 너무 따가운 모국어로부터 나를 숨겨주는 양산이기도 했다. (본문 90쪽)

영어라는 언어를 유용한 도구로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외국어 공부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책은 절대 아니므로 부담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모국어와 나의 간극을 직시하는 순간 놀랍게도 나의 우주가 확장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당장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이 산뜻한 전환점이 되어줄 것이다. 황선우 작가의 추천의 말을 인용한다. “한국어 화자인 우리들이 종종 어떤 벽에 부딪쳐왔고 또 어떤 복도나 정원은 품지 못했는지, 지성적이고도 뭉클하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영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배우는 언어다. 타자의 언어를 익히는 일은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사회를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된다. 당연하게 여겼고 실수하지 않으려 애써왔던 모국어의 존댓말, ‘정’이라는 번역 불가능한 단어의 참뜻, “예쁘게 말해!”라는 우격다짐. 그 모든 말들이 내게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를 어떻게 길들여왔는지 허새로미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생각한다. 그 명료함을, 단호함을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으로 배운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저자)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6.0

혜택 및 유의사항?
포토리뷰 영어라는 새로운 렌즈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앨*스 | 2021.11.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현암사 #내언어에속지않는법 #허새로미 ☆"남들과 달라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 Don't be afraid to be different." _p.41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강의실을 떠나던 날, 저자가 학생들에게 책 표지 날개에 적어서 건넨 문구다. 저자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에 바탕을 둔 소통 중심의 강의를 운영하며 이중언어가 우리의 삶을 좀 더 견딜만한 것으로 만;
리뷰제목
#현암사 #내언어에속지않는법 #허새로미

☆"남들과 달라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
Don't be afraid to be different." _p.41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강의실을 떠나던 날, 저자가 학생들에게 책 표지 날개에 적어서 건넨 문구다. 저자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에 바탕을 둔 소통 중심의 강의를 운영하며 이중언어가 우리의 삶을 좀 더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 도서로 분류되지만, 언어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사용자의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다.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 1부 '나를 속이는 말'과 2부 '영어라는 렌즈'로 나뉘어 있다.

☆한국어는 언어적 밀치기에 최적화된,
일종의 말로 하는 닭싸움에 능숙한 언어다. _p.38

일반적으로 설명이나 설득을 위한 글은 논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현상에서 가져온 다양한 사례를 먼저 제시한다. 다른 세계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초월적인 영역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모든 상호 소통은 어떤 면에서 왈츠이고 또한 전쟁이지만,
특히 한국어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어 피로한 전쟁터이다.
_p.39

편향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어가 "빠르게 무례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언어라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 아닐까. "매우 여러 겹의 모욕을 다른 언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재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는 표현은 독자가 저자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예시로 든 사례들도 저자의 편향적 추측에 바탕을 두고 있어 저자의 견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모국어에 말 하나를 더하고 나서 나는 비로소 세상이 그렇게까지 두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_p.90

한국어에 상처받은 저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모국어를 응시한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개별적인 특수한 사례를 제시해 한국어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책에는 모욕과 경멸의 말, 부정적인 감정을 묘사하고 위계와 권위에 반응하는 무례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예시로 든 사례 속 무례한 사람들이 한국어 사용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You're late" 정도면 충분했을 말을 "어딜 그렇게 싸다니다 이제 기어들어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솔직히 "늦었네."라고 하면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한국어가 번역되지 않는 공격성을 갖는다고 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링구얼리즘Bilingualism은
내가 무얼 보고 있는지를 판별해주는 렌즈이자
너무 따가운 모국어로부터 나를 숨겨주는 양산이기도 했다.
_p.90

"누구나 자기가 편안하게 느끼는 말의 군락이 따로 있다."라는 문장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은 한국어에 상처받은 저자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영어라는 새 안경을 발견한 저자는 비로소 납득할 만한 평화와 안정감을 찾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신호로 가득한 세상에서 다음 신호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언어는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습득할 때는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언어는 주관적인 감정과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같은 언어라도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다.

이 책은 무례한 한국어를 쏟아내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영어라는 렌즈를 통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영어를 구사하게 되면 갖는 장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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