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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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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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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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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88g | 130*210*16mm
ISBN13 9791188969364
ISBN10 118896936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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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형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길함 속에서 사업 자금으로 들고 갔던 돈이 생활비 명목으로 꾸준히 새어나가고 있었다. 신경을 갉아먹는 불안함 속에서 아빠가 형부를 재촉했다. 그런 아빠에게 돌아온 소식은 머리를 후려치는 큰 충격이었다.
형부가 남미에서 사망했다.
--- p.17

미국은 아름다울 미 자를 쓰는 국가답게 참으로 이상적인 국가로 그려진다.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움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백인에게만 허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민권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에게 미국은 척박하고 잔인한 국가였다.
--- p.22

엄마와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날 아파트에서 들었던 총소리를 떠올린다. 우리는 외국인 신분이라서 총을 구매할 수도, 소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지랄 맞은 이웃을 만나도, 도로에서 미치광이 운전자를 만나도 우리는 침묵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는 총이 있고 우리에게는 총이 없으니 살려면 말을 아껴야 했다. 그렇게 7년간을 미국인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다가 화병을 얻었다. 마음의 병을 얻었지만, 그래도 목숨을 지켰으니 다행이려나. 우리는 미국에서 가까스로 생환한 생존자인지도 모르겠다.
--- p.70

그의 상냥한 마음씨가 힘을 발휘한 것일까. 그를 만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러했듯이 언어로 어려움을 겪고, 다른 문화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주눅 들어 있을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들렸다. 나는 기회가 될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그들을 도우려고 한다. 그들의 어눌한 한국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받은 선을 베풀어야 그것이 퍼져 나가서 세상을 선하게 바꿀 것이라고 믿고, 내가 베푼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 p.97

한국의 근로 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사회 전체가 과로 상태이다. 장시간 근로를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문화는 지구 반대편에도 고스란히 넘어왔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미국 공휴일에 쉬지 않았다. 미국 공휴일이기 때문에 한국인과는 상관없다는 논리였다. 그럼 한국 공휴일에는 쉬었을까? 미국에 있는데 한국 공휴일을 챙기는 게 말이 되냐며 타박만 들었다.
--- p.157

한평생 내가 의심 없이 믿어온 가르침,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주문이 사회로 나와 보니 전부 거짓이고 엉터리였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내 의지와 노력은 아주 미미하고 하찮은 것이었다.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낯선 두려움은 익숙했던 세상을 무서운 곳으로 바꿔버렸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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