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16종의 파스타 면이 등장한다. 전부 마트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아무리 종류가 다양해도 우리는 결국 익숙한 것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하지만 옷에도 TPO가 있듯, 메인 재료와 소스에 맞춰 파스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재미를 느껴 보자. 묵직한 소스의 파스타라면 소스가 잘 묻어나는 구멍이 뚫린 파스타나 면이 넓은 파스타를 선택하고, 한여름에 꼬들꼬들하면서도 호로록 넘어가는 가벼운 식감이 필요할 때는 엔젤헤어나 스파게티니를, 샐러드 파스타를 만든다면 접시에 덜기 편한 숏 파스타를 시도해 보자.
---「파스타 면」중에서
Q. 파스타는 몇 분간 삶아야 하나요?
파스타는 브랜드별로 미세하게 굵기가 다르기 때문에, ‘스파게티=7~8분’이라는 공식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자. 파스타 봉지 겉면에는 대부분 알 덴테Al dante(심이 살아 있는 정도의 익힘)와 완전히 익힌 정도의 시간이 별도로 표기되어 있다. 만약 완벽한 타이밍으로 면을 삶는 것에 자신이 없다면, 이제 뒤에 나올 레시피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이 문장을 주문처럼 외워 보자. “소금으로 간한 끓는 물에 파스타를 넣어 삶는다. 포장지에 적힌 시간보다 2분 먼저 건져 내 볼에 담고 올리브유 2큰술을 뿌려 골고루 섞어 둔다.”
---「알아 두면 좋은 팁」중에서
평소 나물 없이 자주 해 먹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는 레몬 제스트가 들어간다. 취향이지만 잘 구운 마늘과 페퍼론치노의 향을 입은 촉촉한 면에, 치즈는 생략하더라도 레몬으로 상큼함만은 꼭 더하고 싶다. 냉이, 취나물, 달래, 원추리, 쑥, 유채나물 등 씹을수록 쌉싸래하면서 저마다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봄의 풍성한 나물들을 파스타에 적극 활용해 보자. 조직이 단단하거나 질긴 나물이라면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해 조리하고, 열에 약해 향이 빨리 지는 쑥이나 냉이, 달래는 면을 넣을 때 함께 넣어 재빨리 볶는 것이 좋다.
---「봄나물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중에서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매해 돌아오는 의식처럼 시소페스토를 잔뜩 만들어 둔다. 한 계절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는 생각은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콜드 파스타의 완벽한 짝꿍 엔젤헤어나 카펠리니에 대저토마토를 대충 썰어 올리고, 시소페스토를 듬뿍 끼얹어 섞은 뒤 레몬 제스트와 감자칼로 길게 자른 오이를 툭툭 얹어 가니시하면, 파스타 한 접시로 최대의 사치를 부리는 기분이 든다.
---「시소페스토 카펠리니」중에서
내게 푸타네스카 파스타는 하루의 일과를 마친 주방 셰프들이 만드는 마감 파스타와 같다. 맥주나 와인 한 잔을 곁들여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주재료인 안초비, 페퍼론치노, 올리브, 케이퍼와 토마토 퓌레는 제법 강한 맛들의 조합이고, 피곤할 때 달달한 것이 당기는 것처럼 지친 심신을 깨우는 자극적인 맛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빵으로 남은 소스를 싹싹 긁어 접시를 설거지하듯 개운하게 비우는 보람이 있다. 오늘의 고된 노동을 파스타 한 접시로 위로 받고 싶을 때 도전해 보자.
---「푸타네스카 링귀네」중에서
아주 오래전 도쿄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레스토랑에서 명란 파스타를 주문했었다. 그때의 맛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종종 떠올리게 되는 추억의 한 꼭지로 남아 있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만들어 본 명란 파스타 레시피를 공개한다. 달걀노른자로 면을 코팅해 촉촉함을 살리고 마요네즈는 윤활제 역할을 하며, 다진 쪽파로 명란의 비린 맛을 적절하게 잡았다. 감태는 이 모든 것을 완전하게 해 줄 최고의 마무리 재료다. 명란을 익히지 않는 것이 핵심이며 마지막에 가니시로 올린 명란은 플레이팅의 목적도 있지만, 맥주와 함께할 때 안주로 집어 먹는 용도이기도 하다. 강조하건대, 이 명란 파스타는 반드시 맥주와 먹기를 권한다.
---「명란 스파게티」중에서